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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합격 도시가스 안전검사, 실제론 40% 넘게 ‘부적합’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지하에 위치한 도시가스 정압실에서 정정재 서초구청 주무관(왼쪽)이 동료 직원과 함께 저압 가스배관의 마감 상태가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 살펴보고 있다. [강정현 기자]

“도시가스 점검 나왔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한정식집. 서초구청 정정재 주무관 등 에너지관리팀 직원들이 식당에 들이닥쳤다. 가게 주인 정모(53·여)씨는 “올해 1월 정기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며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정 주무관은 정씨에게 “검사가 잘 이뤄졌는지 확인차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주무관이 주방과 창고 등 도시가스(LNG) 배관이 설치된 곳들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안전 기준을 지키지 못한 사례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주방 연소기(가스레인지)의 미사용 점화봉은 일반 테이프로 막아놓아 사고 위험이 있었다. 천장 가스배관에선 위급 상황 때 식별을 어렵게 만드는 도색 불량 구간이 다수 발견됐다.

 보일러실의 가스 누출 경보차단기는 아예 전원 코드가 빠져 있었다. 이 장치는 가스가 샐 때 경보와 함께 자동으로 밸브를 잠가 안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구청 직원이 이를 지적하자 정씨는 “뭐 하는데 쓰는 물건인데 그러냐”고 되물었다. 정 주무관은 “현장에 나와 보면 밥통 코드는 꽂아 놔도 누출 차단기는 코드를 빼놓는 ‘안전불감증’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이날 구청 단속반이 점검한 서초구 소재 대형식당 5곳 중 3곳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해당 식당 모두 지난 1~3월 한국가스안전공사와 민간 검사업체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았던 곳이다.

 도시가스 사용 예정량이 월 2000㎥ 이상인 특정 가스 사용시설에는 식당·병원 등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이 포함된다. 이들 시설은 한국가스안전공사나 민간 검사업체에 위탁해 연 1회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서초구의 특정가스사용시설 1823곳 중 1806곳(99%)이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구청이 합격 판정 시설 중 102곳을 직접 점검한 결과 60곳(59%)만이 안전 기준을 충족했다. 어린이집 31곳을 집중적으로 점검한 지난 4월엔 7곳의 부실검사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서초구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구청 직원들이 검사가 잘 이뤄졌는지 무작위 표본 점검을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시범 조사 결과 문제점이 확인돼 이달 말부터 상시적으로 현장 확인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시가스 부실 검사가 이뤄지는 원인은 검사업체들간 과도한 경쟁과 안전 불감증에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수료를 받고 검사하는 ‘을(乙)’ 입장인 검사업체들이 위탁 물량이 줄어들 것을 걱정해 문제가 있어도 합격시키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민간 검사업체 관계자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위탁 물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각종 규제가 많아 민간업체들 간에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 대표와 직원 두 명이 하루에도 수십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한 곳당 30분 만에 검사를 끝내버리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충경 가스안전공사 도시가스부장은 “현장에서 즉시 개선이나 수리를 하는 조건으로 합격 처리를 하고 있다”며 “검사 이후 사용자가 적절히 관리하지 않는 데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 도시가스 고압배관 4062㎞ 중 1710㎞(42.1%)가 도심에 위치해 있다. 이 중 1307㎞는 10년 이상 된 노후 배관으로 사고 위험이 있다. 서초구는 현장 확인 과정에서 부실검사 사실이 드러난 업체에 대해선 개선 명령을 하고 서울시에 행정 처분을 건의하기로 했다.

 김청균 한국가스학회장(홍익대 교수)은 “검사기관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사용자들이 안전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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