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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수장은 없어도 되는 자리인가

권근영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당최 이 기관과는 더불어 일할 수가 없다. 층층시하의 보고를 거치는 가운데, 관장이 새로 오면 변경될 가능성까지 암시하고 있어 일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전시를 준비 중인 외부 관계자의 푸념이다. 8개월째 관장이 공석인 데서 나온 부작용이다. 국립현대미술관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오후 “그동안 진행돼 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채용절차와 관련하여,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하고 재공모 등 후속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10월 전임 정형민 관장이 학예사 채용 문제로 직위해제된 뒤 올 1월 임기종료를 맞았다. 인사혁신처는 이후 개방형 직위인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에 들어가 응모자 15명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 및 면접을 치렀다. 여기서 압축된 인물의 역량평가가 이뤄졌다. “제시된 상황에 대해 30분 내에 대처 방안을 내놓는 방식의 테스트였다”고 참여한 인사는 전했다. 누구는 이념 성향 때문에, 누구는 역량 평가 점수가 나빠서 떨어졌다는 등의 소문이 미술계에 무성하던 끝에 윤진섭 미술평론가,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으로 압축된 걸로 알려졌다. 이게 지난 3월의 일이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말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장 임명이 지연되는 데 대해 “다음 주(5월 24∼30일)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미술계 중진·원로들을 많이 만났는데, 자기네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워낙 강하다. ‘저 사람은 참 좋다’고 하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다”고 말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것은 아닐까. 장관이 말한 최종 시한으로부터도 9일이 지난 뒤 문체부는 ‘관장 재공모’를 발표했다. "적임자가 없다”며 재공모를 결정하기까지 석 달이 걸렸다.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스스로 사퇴하는 모양을 갖추면 안 될까, 잘 생각해 보라’고 문체부 담당자들이 다각도로 권유했다”며 “이번 결과를 납득할 수 없고 수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관장 공모에 참여했던 또 다른 인사는 “런던의 테이트 미술관, 파리의 퐁피두센터 등 세계 유수의 국립미술관은 독립법인화된 재단 이사회에서 관장 후보를 선임하고, 주무 장관 책임하에 임명된다. 임기는 최소 5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우리의 경우 임기 2년짜리 고위공무원인 국립현대미술관장 임용조차 책임지고 추진하는 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쯤은 없어도 된다고 판단한 걸까. 동덕여대 강수미 교수는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의 근현대 미술에서 중요한 콘텐트를 생산하며 한국 미술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기관이다. 유일한 국립미술관이기 때문에 이곳의 작동이 멈추면, 국가적 단위의 미술이 멈춰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곳의 기관장이 장기간 공석인데 누구도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권근영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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