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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 회장 “지금 있는 기업 40%, 10년내 사라질 것”

시스코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척 로빈스(49·왼쪽) 수석부사장과 CEO로 마지막 연설을 마친 존 챔버스(67) 회장 . [사진 시스코]
“파괴할 것인가, 파괴당할 것인가.“

 8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고 컨벤션 센터. 존 챔버스(67) 시스코 회장이 연단에 올랐다. 1시간 반 남짓한 시간동안 그는 특유의 빠른 화법으로 연단을 오르내리며 생존을 위한 ‘변화’를 강조했다.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인 시스코가 매년 고객사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26년째 진행하는 연례행사 ‘시스코 라이브(Live)’에서였다. 2만5000명의 관중들은 그의 연설 중간중간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30년 시스코의 역사 중 20년을 최고경영자(CEO)로 지낸 그의 마지막 무대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챔버스 회장은 인터넷이 ‘정보의 시대’를 열었다면 모든 기기들이 연결되는 만물인터넷(IoE)의 등장으로 ‘디지털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25년간 세상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며 “10년 안에 현존하는 기업 40%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한때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회사로 꼽혔지만 노키아에 흡수 합병된 프랑스의 알카텔루슨트와 중국 화웨이에 밀려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간 스웨덴 기업 에릭슨을 꼽았다. 챔버스 회장은 “이런 변화가 IT(정보기술) 기업에게만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며 “오는 2020년엔 기업의 75%가 디지털화되고 가운데 30%만이 성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JP모간체이스의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슨 회장이 언급한 “실리콘밸리가 온다(Silicon Valley is comming)” 는 문장을 인용했다. 실리콘 밸리 신생기업들이 다양한 디지털 기반 사업을 내놓으며 기존 은행을 위협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챔버스 회장은 “살아남기 위해선 순식간에 일어나는 시장 변화를 포착하고,한 가지 성공 방식을 고수하지 않으며, 빠르게 기업을 혁신하고 사업을 재발견(reinvent)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 이뤄진 시스코의 사업재편과 2만5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조정에 대해선 “뒤처지지 않기 위한 변화”라고 했다.

 연설을 마친 챔버스 회장은 CEO직을 이어받는 척 로빈스(49) 수석부사장을 소개했다. 1997년 시스코에 입사한 로빈스는 챔버스 회장이 “아들같은 사람”이라고 칭할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20년 만의 경영진 교체를 의식한 듯 챔버스 회장은 인터뷰 형식을 빌어 로빈스 CEO 내정자와 연단에서 대화를 나눴다. “지난 10개월간 이사회의 치열한 검증 과정을 거쳤는데, 선임된 소감이 어떤가”라고 묻자 로빈스 내정자는 “10개월간 임원진의 구성을 비롯해 시스코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바꿔야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좋은 경험을 했다”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답했다. 챔버스 회장은 “3년 뒤 시스코가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 있는가, 향후 3년 간 어떤 곳에 집중할 것인가”란 날선 질문도 던졌다. 로빈스 내정자는 “빠르게 움직이고,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며 “솔직한 나의 목표는 향후 10년의 성과가 (챔버스 회장의)지난 20년의 결과보다 더 돋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챔버스 회장은 다음달 26일 CEO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남는다.로빈스 내정자는 최근 ‘젊은 시스코’로의 변화를 위해 정식 취임에 앞서 10명의 경영진을 모두 교체했다.

샌디에이고=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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