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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이해인 수녀

물은 달지 않아 좋다

물은 맵거나 시지 않아 좋다

물가에 한 백년 살면

나도 맹물이 될 수 있을까?

- 신협(1938~) ‘맹물’



어느 해 가을 나는 지인들과 함께 충남 보령시에 있는 성주산 시비공원에 가서 어딘가에 있다는 나의 시를 찾다가 끝내 찾지 못하고 돌 위에 곱게 새겨진 이 시를 수첩에 적어왔다. 오늘도 광안리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나직이 혼잣말을 해 본다. ‘광안리 바다를 곁에 두고 산 지도 반세기나 되었으면 저 바다의 넓고 큰 마음을 좀 닮을 만도 한데?’라고. 수도원에 입회한 지 어느덧 50년이 되는 나에게 누가 추구하고 싶고, 살고 싶은 영성을 묻는다면 종종 ‘담백한 물빛의 평화’라고 대답하곤 했다.

 늘 마시는 맹물이 몸에 좋긴 하지만 진정 물과 같이 살기는 쉽지 않은가 보다. 몇 년 전 암수술 후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누워 있을 때는 맹물 한 모금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퇴원하고 나서는 맹물을 마시는 일이 힘들게 여겨지며 더 달콤하고 자극적인 것을 찾는 나를 보게 되었다.

 지상에서의 내 남은 날들을 고요하고 담백하고 수수하게 맹물같이 살고 싶다고 쉽게 말을 하지만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깊은 겸손과 인내, 굳센 의지와 용기가 필요할 것인지! 짭짤한 이기심도 버리고 맵싸한 자만심도 버리고 다른 이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실천할 때만 나는 맹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해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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