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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립서비스에 그친 케이블카 활성화 대책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전국에 친환경 케이블카를 확충하겠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8월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대책이다. 지방자치단체는 환영했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릴 좋은 계기가 되리란 기대감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충북 보은군(속리산), 울산 울주군(신불산)을 비롯해 22개 지자체가 케이블카 설치를 희망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10개월째 후속 조치는 감감무소식이다. 지자체 사이에서 “대통령 앞에서 잘 보이려고 립서비스만 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이런 사태는 대책 발표 때부터 예견됐다. 기재부가 주도해 케이블카 확충을 약속했지만 정작 인허가권은 환경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면 국립공원위원회·도립공원위원회 심사→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필요한 권한이 모두 환경부 손안에 있다. 환경부의 규제가 풀려야 케이블카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2012년 국립공원 시범사업 지역 선정 때 지자체 7곳(사천·양양·구례·남원·산청·함양·영암) 중 사천 한 곳에만 허가를 내줬을 정도로 케이블카에 깐깐하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환경부에 별다른 설득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듯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관련 부처 회의에서 시범사업이 우선이지, 전국 대상 확대는 안 된다고 했는데도 기재부가 발표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발표 이후 몇몇 사업이 탄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2017년 개통을 목표로 하는 서울 남산 곤돌라와, 국립공원위원회가 재심사에 들어간 강원도 양양(설악산)이 그 예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는 “원래 계획돼 있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리산의 경우 지자체 네 곳(구례·남원·산청·함양)이 ‘영·호남 각 한 곳씩 허용’이라는 환경부 방침에 묶여 경쟁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광역자치단체끼리 조율해야 한다”며 수수방관했다.

 이래서는 케이블카를 늘릴 수 없다. 환경 보전이라는 대명제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케이블카 규제는 외국에 비해 유별나다는 지적이 많다. 국립공원 케이블카는 길이 5㎞를 넘을 수 없고 주요 봉우리는 연결하지 못한다. 관광객은 편도 이용은 안 되고 왕복 이용만 해야 한다. 스위스 융프라우나 중국 장자제(張家界)의 명물 케이블카가 한국에서 나오기 어려운 원인이다. 기재부가 케이블카 확충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규제 개혁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환경부·문체부·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토론하면 환경 보전과 내수 활성화를 절충하는 묘수를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바로 기재부에 주어진 정책 컨트롤타워의 역할이다.

글=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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