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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메르스로부터 교훈 얻지 못하면 이런 사태 또 온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로부터 2차 전파가 발생한 병원 수가 늘고 있다. 처음 확진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의 유행 관리가 실패하면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 간 환자들을 통해 대전과 서울에서 각각 병원 내 유행이 일어났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원내 감염으로 전파된 환자 수가 35명을 넘어섰고, 대전의 다른 2개 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추가로 확진환자 수가 늘고 있다. 일부 환자는 여러 병원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고, 2차 또는 3차 전파가 발생한 병원의 감염자 중 일부가 새로운 감염원이 돼 다른 병원의 추가 유행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내 감염 관리가 잘되고 있는 대형 병원인데도 의료진 2명을 포함해 30여 명의 환자에게 원내 전파가 이뤄졌다. 모든 병원이 병원 감염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메르스는 기본적으로 병원 감염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255명이 발병하고 이 중 93명이 숨지는 큰 유행이 있었는데, 발병한 환자 중 97%가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하지만 중요한 이 사실을 방역 관계자들이 인지하고 있었다면 밀접한 접촉을 통해서만 드물게 감염되므로 해당 병실만 관리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2003년 크게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8400여 명의 환자 중 약 20%(1700여 명)가 의료인일 정도로 병원 내 감염이 주요 문제였다. 사스는 유행 초기 홍콩의 한 호텔에서 여러 감염자가 나왔으나 이후 홍콩·싱가포르·대만 등에서 병원이 감염자를 증폭시키는 주요 장소가 됐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결국 지역사회로 번져 갔다. 이와 같이 병원은 신종 감염병이 들어왔을 때 종종 유행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직 특성을 잘 모르는 신종 감염병의 진단은 늦어질 수밖에 없고 무방비로 노출된 병원에서 2차, 3차 감염이 일어나 지역사회 유행의 시발점이 된다. 이는 우리가 사스의 유행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가장 핵심적 교훈 중 하나다. 이는 비단 신종 감염병뿐 아니라 생물테러 등 생물학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여기서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나 생물학적 재난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하나는 얼마나 빨리 환자를 진단하는가, 둘째는 어떻게 조기에 전파 및 확산을 방지하는가다. 첫째 얼마나 빨리 환자를 진단하는가는 감시체계의 문제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의 신종 감염병을 조기 감지하는 감시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첫 번째 메르스 의심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거나 입원했지만 확실한 진단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이미 2012년부터 우리와 교류가 많은 중동 지방에서 유행했기 때문에 언제든 감염자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메르스인데도 이 정도다.

 둘째는 어떻게 조기에 전파를 차단하는가의 문제다. 환자가 진단되기 이전이라면 평소 병원 내 감염 관리 수준이 중요하다. 병원은 지역사회보다 감염병의 전파나 확산이 잘되는 환경을 가졌다. 병원 내 환자들은 면역 수준이나 감염병을 이겨내는 능력이 떨어진다. 병원 안에는 늘 다양한 감염력을 가진 환자의 분비물과 각종 체액이 다뤄지며, 의료진과 환자 간의 접촉도 빈번하고, 오염원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기구와 도구가 있다. 메르스처럼 동물로부터 유래돼 아직 인간 숙주에게 충분히 정착하지 못한 바이러스라도 전파가 가능한 환경이다. 메르스도 자연숙주는 박쥐, 매개동물은 단봉낙타로 알려져 있다.

 병원 감염의 중요성이나 심각성에 대해서는 재론할 필요도 없다. 다만 병원 감염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의료인 수의 증가, 원내 감시체계 구축과 운영, 격리병실 운영과 그에 따른 비용, 예방수칙 준수를 위한 각종 보호장구의 도입, 환자와 보호자의 감염 예방 문화 수준의 향상 등에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그 비용은 현재의 의료체계에서는 각 병원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병원 감염 문제는 대형 병원보다 중소 병원에서 더 심각한 만큼 이에 대한 특단의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건정책과의 우선순위에서 병원 감염 관리 문제는 줄곧 무시되다시피 했다. 결국 그 결과를 이번 메르스의 유행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혹자는 사스의 유행 때는 문제가 없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사스의 경우는 홍콩과 중국에서 먼저 유행이 진행됐고, 우리는 검역을 강화해 의심자에 대한 대처를 할 수 있었다. 만약 이번처럼 사스 감염자가 잠복기 때 우리나라에 먼저 들어왔다면 그 환자가 입원한 병원을 중심으로 유행이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메르스의 유행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그중 강조하고 싶은 교훈은 이런 생물학적 재난에서 평상시 감염병 감시체계와 병원 감염 관리 수준을 향상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만약 메르스의 유행이 지나고 이 교훈을 잊는다면 언제든지 메르스 유행과 같은 사태는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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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