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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찾아가기] 애널리스트

주가 예측하는 억대 연봉자?
투자 위험 줄여주는 증시 조언자


시니어 애널리스트인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이 같은 팀에서 일하는 주니어 애널리스트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유 팀장은 “하나의
기업을 분석할 때도 여러 영역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의견을 나누며 협업할 때 양질의 보고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기업 가치 평가해 주식 매수·매도 조언
변화무쌍한 시장 분석 ‘끝이 없는 업무’
전문성 위해 개인 시간에도 공부 매진


# 1995년 11월, 미국 메릴린치증권에서 ‘반도체 경기에 대한 분석’이라는 단 두 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내놨다. 요지는 ‘반도체 경기가 곧 하강 국면에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당시 반도체 산업은 호황세였고 관련 주식도 급등세를 보이던 상황이었다.

반도체 업계는 이 보고서를 ‘패배자의 관점에서 예언한 것’이라 일축했다. 불과 한 달이 채 안 돼, 반도체 주식값이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45달러를 넘나들던 주가는 15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토머스 쿨럭이 쓴 두 페이지 보고서가 세계 주식 시장을 뒤흔들어놨다”고 분석했다. 억대 연봉자, 금융 시장의 꽃, 주가를 움직이는 미다스의 손…. 자본의 흐름을 꿰뚫고 기업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직업인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이들이 내놓은 ‘분석 보고서’ 한 편이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21세기 유망 직업으로도 손꼽히는 애널리스트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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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부 조사부터 업계 동향까지 파악

오전 6시30분 출근, 7시15분 아침 미팅, 7시40분 홍콩 현지 애널리스트와 전화 회의, 8시30분 기관 투자자나 펀드매니저와 만남, 이후 기업체 방문, 오후 4시 런던 현지 애널리스트와 전화 회의, 오후 9시 미국 현지 애널리스트와 전화 회의….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의 일과 중 굵직한 일정만 모아본 것이다. 매시간 이어지는 회의, 투자자 등 고객과의 만남을 마치고 나면 오후 10시가 훌쩍 넘는다. 분석 보고서를 쓰는 작업은 이후에나 가능하다.

유 팀장은 “평일에 야근과 철야는 일상이고, 주말 등 휴일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다른 직업에 비해 업무량이 많은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동부증권 투자전략부장 역시 과중한 업무에 관해 얘기했다. 그는 “씨티그룹에서 2년 전에 인턴사원이 사흘 밤을 새우며 일을 하다가 과로로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는 일화를 알려주며 “알려진 애널리스트 가운데 과로로 쓰러진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 얘기했다.

업무가 과중한 이유는 회사에서 일감을 많이 떠안겨서가 아니다. 애널리스트 각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작성하는 분석 보고서를 좀 더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자료 수집과 현황 파악에 전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초과 근무를 하게 된다.

애널리스트가 쓰는 분석 보고서에는 ‘이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게 옳은지, 파는 게 옳은지’에 대한 예측이 담겨있다.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료 조사가 필수다.

김 부장은 “현대자동차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라면 현대자동차 기업 내부의 상황도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국내외 경쟁사의 움직임과 자동차의 재료인 철강 업계의 변화, 자동차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의 움직임 등 고려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의 주가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전망하고 투자자에게 이를 알리는 게 애널리스트의 역할이다.

김 부장은 “판단의 기준이 되는 주가, 환율 등의 지표들도 고정된 값이 아니고 계속 변동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애널리스트에게 ‘업무의 끝’이라는 건 없다”고 얘기했다.

애널리스트가 ‘매수(사들이기)’를 외치는 순간은 언제일까. 유 팀장은 “애널리스트의 관점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는 의미란 그 기업의 적정 가치보다 주가가 시장에서 낮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라 설명했다.

아무리 우량 기업이라고 해도 현재 주가가 적정한 가격이거나 높게 책정돼 있다면 투자할 대상은 아니란 의미다. 오히려 다소 부실하다고 평가받는 회사일지라도 현재 상황보다 주가가 더 저평가돼 있다면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점점 팀워크 강조, 이공계 출신도 증가

애널리스트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개인 단위로 움직인다. 분석 보고서가 담당 애널리스트 한 사람의 이름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용대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나의 기업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산업의 생태계가 점점 긴밀하게 연결이 되고 있는 현실에 맞게 애널리스트도 팀워크를 발휘하는 형태로 업무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업할 때는 다른 기업과 산업군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와도 정보를 공유하지만, 스트래터지스트(전략가)나 이코노미스트(거시경제분석가)의 조언도 구한다. 스트래터지스트나 이코노미스트는 애널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증권사에서 분석 업무를 하는 건 맞지만, 분석의 대상과 관점이 다르다.

애널리스트는 기업과 관련된 정보를 통해 미래 가치를 전망하는 방식, 즉 나무를 보고 숲을 예상하는 방식으로 분석을 해나가는 데 반해, 스트래터지스트와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의 변화나 GDP 성장률, 수출입 변동 사항, 경제 정책 변화 등과 같이 거시적인 경제 흐름이 각 기업과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예측한다.

경제라는 전체의 흐름이 개별 산업에 구체적으로 끼칠 영향을 전망하는 것이라 숲 전체의 모습을 보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지를 알아내는 업무인 셈이다. 용 센터장은 “애널리스트 한 사람의 힘으로만 분석하다 보면 ‘코끼리 다리만 만지고 있는 격’이 되기 쉽다”며 “전혀 관점을 달리하는 거시경제 전문가 등과 협업하다 보면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완성도 높은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기업을 분석할 때 애널리스트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지식은 크게 두 가지다. 기업이 속한 산업에 대한 이해와 재무제표를 보는 능력이다. 재무제표란 기업의 경영 상태를 숫자로 밝혀놓은 자료로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자본변동표·현금흐름표 등이 있다.

김 부장은 “과거에는 재무제표를 이해하는 능력이 강조돼 회계학이나 경영학 출신이 애널리스트로 각광받았다”고 말했다. 최근의 흐름은 다르다. 그는 “정보기술(IT) 분야나 바이오 등 신사업이 등장하면서 해당 분야 전공 지식을 갖춘 이공계 출신이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팀장은 “이공계 출신 애널리스트가 증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산업이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면서, 숫자에 대한 이해보다 산업 자체에 대한 정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풀이했다.

이 같은 변화가 애널리스트의 업무 방식도 바꿔놨다. 유 팀장은 “기존의 애널리스트들이 책상 앞에 혼자 앉아 오랜 시간 정보와 씨름하며 보고서를 완성했다면, 요즘 애널리스트들은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탁월한 아이디어를 생산해내야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윤리 의식에 대한 철저한 교육 이뤄져

‘애널리스트=억대 연봉자’라는 통설은 사실일까. 유 팀장은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애널리스트는 초봉이 7000만~8000만원 선이고, 7~10년차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연봉 1억원은 넘는다. 연차가 낮아도 역량에 따라 3억~5억원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직업이 가진 진정한 매력은 연봉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공익적인 업무의 성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 팀장은 “일반 회사원들은 조직에서 주어진 일을 수동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애널리스트는 성과만 좋다면 업무 시간이나 방식에 대해 구애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증권사라는 사기업에서 일하지만, 공익적인 측면에서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다양한 정보와 나만의 분석 방식을 통해 여러 사람의 경제 활동에서 위험 요소를 줄여주는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이 직업의 장점”이라는 것이다.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건 애널리스트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유 팀장은 “기업을 분석하고 돈의 흐름을 예측한다는 업무의 특성상 경제적인 내용은 물론 사람들의 심리와 역사, 철학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공부가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김 부장은 “애널리스트는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직이라는 화려함과 지속적인 자기 학대가 공존하는 직업”이라며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의 삶은 그만큼 양보하고 학습에 매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내놓은 기업 분석 보고서의 영향력이 큰 만큼 애널리스트의 윤리 의식에 대한 관리와 통제도 엄격하다.

유 팀장은 “돈을 움직이는 직업이고 돈의 흐름에 미미하게나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 당연히 검은 유혹도 많아진다”며 “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개인적 윤리관이 있어야 하며 회사에서도 내부 규정을 통해 철저하게 이런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2년 전에 자본시장법이 통과되면서 증권회사 직원도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며 “하지만 주식 투자를 하면 반드시 소속 회사에 신고해야 하고 자신의 업종에는 투자할 수 없는 등 세부 규정이 촘촘하게 짜여 있어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얘기했다.

애널리스트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조언도 들려줬다. 용 센터장은 “세상과 사람에 대해 폭넓은 관심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활동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청소년 시기에 경제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는 것보다는 사람의 마음과 세상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통찰력을 기른다면 깊이 있는 분석을 할 줄 아는 애널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Q&A
국내 주식 3분의 1 외국인 보유
외국어 실력은 필수예요



Q.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외국어 실력이 필수라고 하던데.

A. 우리나라 주식의 3분의 1을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자를 고객으로 상대해야 하니 당연히 외국어 실력이 필요하겠죠.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해 경쟁업체가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를 분석하려면 미국의 애플이나 일본의 소니의 상황도 함께 점검해야 하는 거죠. 이런 경쟁사의 자료는 영어로 작성돼 있고요.

고객과 소통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이유는 물론이고,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확한 분석을 하기 위해서도 외국어 실력을 갖추는 편이 좋습니다.


Q. 경영학과나 경제학 전공자가 유리한가.

A. 그렇지 않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이공계 전공자가 MBA(경영학 석사 과정) 등을 수료해 경영학적 지식을 얻은 뒤에 애널리스트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애널리스트로 전향한 경력 입사자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경력 직원이 반도체 분야 애널리스트로 입사하는 경우지요. 이공계 전공자나, 해당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가진 경력자가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는 것을 보면 경영학적 지식보다 해당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애널리스트에게 더 필요한 덕목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 퇴근도 잘 하지 않고 주말도 없이 일한다는데.

A. 주니어 애널리스트 시절에는 밤낮없이 업무에 매달리는 일이 잦습니다. 시니어 애널리스트로 성장하려면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합니다.

주니어 시절의 보고서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꼼꼼한 분석을 선보였다면,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시장을 꿰뚫는 통찰력을 갖는 게 관건입니다.

이런 통찰력은 책상 앞이 아니라 오히려 휴식을 통해서 얻을 수 있죠. 시장에서 인정받는 많은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은 시간 관리와 절제, 자기 통제에 철저합니다.


Q. 애널리스트가 갖춰야 할 소양은.

A. 대표적인 업무가 분석 보고서를 쓰는 일인 만큼 글쓰기 능력은 기본입니다. 그러고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투자자를 직접 만나 설득하는 경우도 많아서 대화와 소통의 기술도 중요합니다. 돈을 투자하는 민감한 결정을 해야 하는 만큼, 투자자는 철저하고 까다롭습니다.

보고서 내용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성격이라면 애널리스트로 오래 일하기는 힘듭니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논쟁을 즐기는 성향이라면 애널리스트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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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학과]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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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