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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업계 "엘리엇, 삼성물산 공세 장기화 가능"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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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기습공격에 들어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공세가 예상보다 길고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동원할 수 있는 카드가 많아 국지전 형태로 짧게 분쟁을 마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엘리엇, 지난 3월 이후 집중 매입한 듯=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매수에 들어간 시점은 올해 3월 전후로 추정된다. 엘리엇의 지분 매입 시점이 중요한 것은 삼성물산의 매수단가에 따라 다양한 전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올초 정기 주주총회를 위해 삼성물산이 정리한 주주명부(지난 연말기준)에 엘리엇의 이름이 없었고 올들어 지난 3월 이전까지 외국인 장내 매수 규모는 엘리엇의 보유 물량에 미치지 못했다.

엘리엇의 진입을 3월 이후로 본다면 이들의 매수단가는 주당 6만원 이상이라는 게 M&A업계의 판단이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4.95%에서 7.12%로 늘린 이달 3일 평균 매수단가를 6만3000원대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슈가 터진 후 주가가 크게 오르긴 했으나 7만500원(8일 종가) 정도로는 엘리엇 입장에서 차익을 충분히 거뒀다고 하기 어렵다. 때문에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M&A업계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단기간에 투자차익을 거둔 후 한국을 떠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거대 헤지펀드의 투자속성을 생각하면 다른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엇의 그간 행보를 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삼성물산 분쟁이 전부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금껏 국내 기업들이 보지 못했던 다양한 공격이 진행될 것이며 국제분쟁으로 번질 확률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엘리엇의 최고경영자(CEO) 폴 싱어는 하버드 법대 출신의 법률·소송 전문가로 국제 금융계와 법조계에 거대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인물이다. 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한 돈을 고스란히 돌려받기 위해 미국 법원을 동원해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이런 행보를 보면 삼성물산에도 이미 법적 수단을 강구하고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주총 연기 가처분 신청 △외국인 주주 결집 후 주총 표 대결 △주총 패배시 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재조정 신청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착수 △삼성물산 경영진 상대 소송 등이 있다.

엘리엇 입장에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주총에서 정식으로 승인되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되기 때문에 일단 주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주총에서는 양측의 의결권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의 우위를 점치고 있으나 장담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엘리엇 네트워크에 ISS 영향력, 외국인 움직일까=주목할 것은 삼성물산 지분율이 최근 33.75%까지 늘어난 외국인들의 판단인데 엘리엇은 외국인 주주들에게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엘리엇의 자체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대형 기관투자가에 찬·반 의견을 제시하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중요하다. 삼성물산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펀드를 운영하는 기관이나 연기금이다. 투자종목이 워낙 많기 때문에 ISS가 보내온 보고서를 토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엘리엇의 입김에 ISS 보고서까지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나온다면 외국인 의결권이 한쪽으로 확 쏠릴 수 있다.

주총에서 엘리엇이 패배하면 합병비율 산정과 관련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소송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핵심이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산정작업이 공정한가 하는 점”이라며 “국내법상 양사 기준주가를 토대로 산정한 비율에는 문제가 없어 소송에서는 삼성이 유리한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엘리엇이 소송 결과에 불복해 ISD 카드를 들고나올 경우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어느 쪽의 승산이 높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엘리엇에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내다봤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대상 국가의 법령이나 정책으로 피해를 볼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한 분쟁해결 제도로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돼 국내법보다 우선한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에서 더 나아가 삼성그룹 내부 지분이 취약한 계열사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선두기업이라는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고 최대주주측 지분율도 높지 않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양사에서 동시에 분쟁이 벌어지면 엘리엇 입장에선 행보의 폭이 크게 넓어진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 합병비율 조정에 대한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서 일부 주주들이 동의를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과 국가를 대상으로 승리했던 엘리엇도 상황별로 여러 옵션을 준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엘리엇은 투자기간이 길고 자금 여력이 충분한 헤지펀드로 삼성 입장에서도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개선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지배구조 피해주로 분류되던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SK 등 관련주의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준환 기자 abc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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