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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어제는 “헤어져” 오늘은 “결혼해” 변덕 죽 끓는 남친

01 해서는 안 될 말, 선을 그으세요



Q (8년째 교제 중인 20대 여성)
20세에 처음 만나 8년째인 동갑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제 문제는 남자친구가 우리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겠단 말을 자주 하는 겁니다. 남자친구는 스트레스에 약하고, 자기 얘기를 털어놓는 성격도 아닙니다.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할 때도 있고요. 특히 대학원 진학 후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부담과 바쁜 학위 과정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그럴 때마다 저에게 우리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자고 얘기합니다. 직장 다니는 저에 비해 자신은 아직 학생 신분이라 금전적으로 여의치 못하고, 그래서 다른 평범한 연인처럼 데이트도 자주 못하고, 또 자신은 결혼을 못할 것 같으니 널 붙잡다가 네 혼기를 놓치게 하는 것이 걱정된다는 말을 합니다. 괜찮을 때는 결혼 얘기하면서 너밖에 없다며 붙잡고, 자신이 스트레스 받고 바쁜 시기에는 관계를 다시 점검해보자는 남자친구. 스트레스를 저와의 관계를 통해 해소하는 것인지, 자신감이 결여된 것인지, 우리 관계가 그만큼 쉬운 것인지, 이 친구의 심리와 해결책이 궁금합니다.



A (때론 세게 나가라는 윤 교수) 아마도 이 사연을 읽으신 독자 열에 아홉은 ‘그런 남자를 왜 만나느냐, 헤어져라’란 말이 입에서 맴돌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러나 남녀 관계는 감성적인 요소가 많기에 제3자의 객관적인 눈으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난다는 것, 그리고 문제 해결에 대해서 질문한다는 건 남자친구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는 행동입니다. 분명한 결점이 있지만 동시에 사연 주신 분의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도 남자친구에게 있는 거겠죠. 또 모성애가 강한 여성이면 그런 결점이 내 마음을 더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패턴이 결혼 후에도 반복된다면 문제입니다. 남친의 행동이 스트레스 때문이지, 자신감 결여 때문인지 등의 심리 분석을 원하셨는데요. 남친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겠죠. 그러나 이해하려는 마음이 남친의 퇴행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퇴행 행동은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지 못하고 거꾸로 가는 걸 이야기합니다.



 서로 사랑하기에 힘든 속내를 보이는 건 용납되지만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명확히 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먼저 말입니다.





02 사랑의 3요소, 친밀감·열정·책임감



Q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다는 30대 여성)
30대 미혼 직장 여성입니다. 누군가를 알게 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 사람을 더 이해해주고 소중히 여겨주고 싶은데, 어찌 된 일인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불만이 커집니다. ‘이런 행동은 아닌 거 같은데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고쳤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사람이 무언가를 하겠다고 할 때 그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반대 의견을 내던집니다. 예를 들어 제 남자친구는 대학에 늦게 입학해서 30세인 지금도 대학에 다닙니다. 그런데 무리해서 차를 사려고 합니다. 저는 그게 사치라고 생각하고, 대놓고 ‘사지 마’라고까지는 안 하지만 별로라는 내색을 합니다. 저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남자친구가 검소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관계가 깊어지는 방법이 없을까요. 또 상대방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은 뭘까요.



A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건 연애 초기나 가능하다는 윤 교수)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존재한다는 건 그만큼 둘 사이가 가깝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동호회를 예로 들어볼까요. 동호회는 특정한 취미를 가진 사람의 모임이죠. 와인 동호회는 함께 모여 와인을 마십니다. 와인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공유하면서 지식을 늘립니다. 그리고 혼자 놀이가 아닌 함께하는 놀이이기에 사회적 일체감을 얻고자 하는 욕구도 어느 정도 충족됩니다. 동호회의 강점은 목적이 뚜렷하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갈등 요소가 있지만 동호회는 취미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서로 대하기에 갈등이 적고 즐거운 것이죠. 저 사람의 성격이 나랑 좀 안 맞고 사회경제적 환경이 좀 다르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만난 횟수가 늘어나고 취미 활동을 넘어 좀 더 서로에게 관심을 두는 끈끈한 관계로 발전하게 되면 오히려 갈등이 발생하기 일쑤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와인보다 사람이 중요해지는 거죠. ‘저 사람이 싫으니 와인도 맛이 없다.’ 이런 지경이 되면 동호회가 깨지기까지 합니다. 동호회도 이런데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오늘 사연을 읽고 남자친구분,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갈등이 있으면 헤어지느냐 마느냐를 고민하게 되는데 사연의 여자 친구분은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고 하시니 말이죠. 남자친구가 부럽습니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관계가 깊어지는 방법은, 아쉽게도, 없을 것 같습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내 안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내 마음이 텅 비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은 없으니깐요. 성격이라는 건 마음을 채우고 있는 내용물이죠. 여러 상황에 일정하게 반응하는 나만의 심리적 특징을 성격이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은 다릅니다. 성격이 다 다른 것이죠. 아무리 비슷한 성격도 같을 순 없죠.



 사람들은 자기 성격대로 살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자유를 원합니다. 조직 생활이 갑갑한 것은 내 성격을 죽이고 조직인 원하는 캐릭터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유를 원하면서 동시에 친밀감을 원합니다. 누군가와 하나 된 느낌을 느낄 때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것이죠. 문제는 자유와 친밀감은 공존하기 어려운 녀석들이라는 겁니다.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서로가 자유를 속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이란 감정은 초기에 강력한 이타적인 특징을 갖습니다. 나를 비우고 상대방을 채우려 하고 여기서 극단적인 친밀감이란 황홀을 경험합니다. 누군가와 완벽한 하나가 된 느낌, 세상이 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내 곧 갈등이 생깁니다. 친밀감이 클수록 두 성격이 부딪히는 충격도 큽니다. 너무 가까워졌기 때문이죠.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내 자유가 억압되어 갈등이 생깁니다. 완벽한 자유를 얻고자 한다면 사랑이란 친밀감은 희생해야 하고요. 사랑이란 그놈 어렵습니다.



 사랑의 삼각형 이론이 있습니다. 사랑을 친밀감, 열정, 책임감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는 모델인데요. 친밀감은 가까움, 연결감, 유대감을 의미하죠. 열정은 로맨스, 신체적 매력, 성적 황홀감 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책임감은 사랑을 유지하겠다는 결정과 헌신을 나타내고요.



 남녀 관계에서 우정이라고 하면 친밀감은 있으나 열정, 헌신은 떨어지겠죠. 눈먼 사랑은 뭘까요. 열정적인 사랑만 있는 경우입니다. 공허한 사랑은 서로 간에 헌신만이 존재할 때입니다.



 친밀감과 헌신이 큰 사랑을 우애적 사랑이라고 합니다. 남녀 관계는 아니지만 부모의 자식 사랑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뇌 연구를 보면 남녀 사랑, 부모 자식 사랑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은 다르지 않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다 똑같은 사랑입니다. 단지 특성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열정은 없으나 가장 헌신적이고 친밀한 사랑이 부모 자식 간의 사랑입니다. 부부도 친밀감이 높을수록 만족스러운 결혼 관계를 유지한다고 하니 연인 사이든 부부 사이든 갈등이 있을 때 상대방을 아들이나 딸로 여기면 어떨까 싶네요.



 제일 얼빠진 사랑이 열정과 헌신만 있는 경우라 하네요. 열정적인 사랑은 영 좋지 않은 걸로 분류되는군요. 그러나 그만큼 중독적이고 최상의 쾌감을 주는 것이 열정적 사랑, 그놈이란 이야기겠죠.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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