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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이승엽을 만든 건 ‘백·흥·근·주니어’ 다





“내가 가르쳐” 스승 자처 많았지만 … 이승엽 “나의 진짜 스승은 6명”
타자 전향 설득한 우용득·박승호, 국민타자의 전설 열어준 은인
“나태해지지 않으려 지금도 노력 … 마흔 앞둔 지금의 스승은 나 자신”

이승엽(39·삼성)이 일본 요미우리의 4번타자로 활약하며 41개의 홈런을 날렸던 2006년. 한국에는 수많은 ‘이승엽의 스승’이 나타났다. 삼성 출신의 한 야구인도 그 중 하나였다. “승엽이 신인 때 말이야. 내가 타석 10m 앞에서 공을 던졌어. 그런데도 펑펑 잘 치더라고. 그래서 내가 ‘너 투수하지 말고 타자 해’라고 했지. 허허허.”



 영웅의 탄생 설화가 여럿인 것처럼 ‘국민타자’가 생겨난 에피소드도 많다. 이승엽에게 이 얘기를 꺼냈더니 “다 만화 같은 이야기”라며 껄껄 웃었다. 이승엽이 통산 560홈런(한국 401개, 일본 159개)을 칠 수 있도록 도와준 진짜 스승은 누구일까. 그에게 직접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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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은 “1995년 투수로 삼성에 입단하자마자 우용득(65) 감독님과 박승호(57) 타격코치님이 ‘왼 팔꿈치 수술을 받았으니 한 달만 방망이를 쳐 보자’고 권유하셨다. 한 달이 1년이 되고 2년이 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분들은 처음부터 나를 타자로 만들려 하셨다”고 말했다. 95년 타율 0.285, 홈런 13개를 친 이승엽은 96년 타율 0.303, 홈런 9개를 기록했다.



 당시 이승엽은 키 1m83㎝에 체중이 85㎏이었다. 운동선수치곤 마른 편이었다. 그는 정확한 타격을 위해 배트를 짧게 잡았다. 누가 봐도 중거리 타자였다. 96년 삼성 지휘봉을 잡은 백인천(72) 감독이 이승엽을 불렀다. “너 똑딱이타자 할래? 홈런타자 할래?” 이승엽은 엉겁결에 “홈런타자가 되겠습니다”고 대답했다. 그는 “내가 홈런을 많이 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백 감독님이 잠재력과 가능성을 알아봐 주셨다”고 했다.



 백 감독은 이승엽을 끔찍이 아꼈다. 그는 “승엽이를 봐라. 빠릿빠릿하고 머리가 좋잖아? 머리가 좋아서 야구를 잘하는 거야”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곤 했다. 일본 프로야구 타격왕(1975년) 출신 백 감독은 이승엽에게 일본 스타일의 날카로운 스윙을 가르쳤다. 영리한 제자는 척척 알아들었다.



 이승엽은 97년 32홈런을 때리며 역대 최연소 홈런왕(만 22세)에 올랐다. 99년 54홈런을 터뜨린 그는 2003년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56개) 기록까지 세웠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박흥식(53) 타격코치(현 KIA 타격코치)였다. 이승엽은 “박 코치님은 동네 형처럼 푸근했다.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을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스타일의 타격을 가르쳐 주셨다”고 말했다.



 슬럼프에 빠지면 이승엽이 몰래 찾는 스승도 있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630홈런(역대 6위)을 때린 켄 그리피 주니어(46)다. 그의 부드러운 스윙을 보며 이승엽은 자신의 결점을 끊임없이 보완하려고 노력했다.



 2004년 일본 롯데 입단 첫 해 이승엽은 타율 0.240, 홈런 14개에 그쳤다. 그의 야구인생에서 최대 시련이었다. 그를 한 걸음 더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건 2005년 롯데 인스트럭터로 온 김성근(73) 현 한화 감독이다. 이승엽은 “김 감독님이 내 전담코치였으니 난 한순간도 쉴 틈이 없었다. 심신이 다 힘들었다”며 웃었다. 다른 스승과 달리 김성근 감독은 이승엽을 보듬지 않았다. 김 감독은 “넌 항상 최고였기 때문에 어려울 땐 핑계를 찾으려 한다. 더 절박하게 야구를 하라”고 다그쳤다. 이승엽은 2005년 30홈런을 때리고 요미우리로 이적했다.



 이승엽은 지난 3일 포항 롯데전에서 KBO 리그 400호 홈런을 터뜨린 뒤 “내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지도자들을 만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항상 노력하는 자세, 배우려는 마음이 ‘국민타자’ 이승엽을 만들었고 그의 스승들을 빛나게 했다.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 된 이승엽의 현재 스승은 누구일까. 잠시 망설이던 이승엽이 말했다. “나태해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이 먹었다고 훈련을 대충 하는 건 내가 용서하지 못한다.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면서도 속으로는 항상 ‘널 이길 수 있다, 이겨야 한다’고 되뇐다.”



 2015년 이승엽의 스승은 1995년 성실했던 이승엽, 이를 악물었던 2005년의 이승엽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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