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임금피크제 논란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임금피크제(salary peak)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임금을 줄여나가는 대신 정년은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년 연장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회사로서는 인건비 증가가 부담이 될뿐더러 퇴직 예정자가 계속 근무함에 따라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는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제도다. 이렇듯 임금피크제 도입은 정년 연장뿐 아니라 급여 및 보수체계 전반과도 얽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임금피크제 실시는 노조 등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노동자의 동의가 없어도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노조의 동의가 없어도 회사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 지침을 바꾸려 한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임금피크제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앙일보 <2015년 5월 29일 34면>

의견 수렴 거쳐 임금피크제 도입해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정부가 민간 부문의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노조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취업규칙은 근로조건, 채용, 해고와 같은 문제를 다룰 때 넘어서는 안 되는 마지노선을 명시한 사규다. 회사와 근로자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율이란 얘기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함부로 바꾸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바꾸려면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정년 연장과 맞물리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나 직무·성과급과 같은 새로운 임금체계 도입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됐다. 노조는 “일정 연령에 임금을 깎는 것은 근로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이라며 취업규칙 변경을 막고 있다. 이 바람에 임금피크제 도입이 지지부진하고, 고용시장이 덩달아 위축될 조짐을 보인다. 금융권을 비롯한 각 산업에서 소리 없는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청년 채용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년 연장으로 총인건비가 불어나자 기업이 선제 대처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취업규칙을 좀 더 쉽게 바꿀 수 있게 정부 지침으로 허용하려는 것일 게다. 정부의 논리는 명확하다. 정년 연장으로 근로자가 일하는 기간이 늘어나 생애소득이 많아진다. 이런 혜택을 누리려면 임금피크제와 같은 방식으로 어느 정도는 기업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래야 기업이 숨통을 트고, 고용시장도 활력을 잃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법원 판례도 비슷하니 틀린 건 아니다.



 그래도 일방적이 되어선 곤란하다. 연령에 따라 일률적으로 임금을 깎는 게 근로자에게 불리한 건 사실이다. 고용부도 동의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기업에만 노사 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치도록 요구할 게 아니다. 기준과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런 다음 노동계와 원포인트 대화라도 이어가면서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잘못된 통상임금 지침으로 인한 혼란과 같은 혼돈의 그림자가 산업현장에 드리워질지 모른다.



 노동계도 반대만 해선 곤란하다.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에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점을 되새겨 볼 일이다. 지난해 11월 고용노사관계학회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90%가 일한 만큼 성과와 능력에 따라 보상받기 원한다고 답했다.



 더욱이 한국노총은 2013년 5월 ‘일자리 협약’에서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했다. 2008년 5월엔 ‘고용안정을 위한 임금체계 개선 합의문’에 서명했다.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이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는 지름길이란 데 공감했다. 이제 와서 총파업으로 저지한다는 건 명분이 약하다.



 경영계도 뒷짐만 지고 있으면 곤란하다. 실질적으로 근로자 이익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대책을 내놔야 한다. 노동계 설득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노·정 간의 싸움을 지켜보다 떨어지는 과실만 취하려 해서는 안 된다.





한겨레 <2015년 5월 29일 31면>

노사 불신만 키우는 임금피크제 강행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정부가 노조 등의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을 터주려 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기약 없이 중단된 상태에서, 정부가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려 하기보다 밀어붙이기에만 매달리고 있어 우려스럽다.



 내년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 연장(60살)에 맞춰, 현행 임금체계를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고 정부는 생각하고 있다. 그 뼈대는 27일 정부가 공개한 ‘취업규칙 변경의 합리적 기준과 절차’라는 토론회 발제문에 담겨 있다.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노동자의 동의가 없어도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들어, 노조 등의 동의가 임금피크제 도입의 전제요건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정년 60세법’의 입법 취지,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재정·인력채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를 개편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게 정부가 든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근거다.



 정부의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책임의 뿌리를 따지자면, 법으로 정년만 늘려놓고 그에 따르는 임금체계 개편 등 난제는 ‘사후 과제’로 떠넘겨버린 정치권의 탓도 크다. 당장 내년부터 정년이 늘어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기업이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신규 채용 감소로 벌충하려 들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더 악화시킬 우려도 크다. 따라서 정년 연장에 발맞춰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 논의를 무작정 회피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사회통념상 합리성만을 내세워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이려는 정부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어찌됐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누군가는 임금이 깎일 수밖에 없다. 현재보다는 생활 형편이 나빠지는 것이다. 임금피크제의 실효성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고용 안정이나 청년실업 해소에 보탬이 되리라는 확실한 보장도 없다. 대부분의 민간 기업에서 법정 정년을 채우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 아닌가. 결국 일부 공공기관을 빼고는, 기업의 비용 부담만 줄여주는 데 그칠 소지가 크다.



 정부는 지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가 큰 틀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어불성설이다. 임금피크제의 구체적 효과를 둘러싼 이견들이 결국 사회적 대화 최종 결렬의 실마리가 됐다. 이제라도 정부는 바람직한 세부 실행방안을 놓고 사회적 대화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 밀어붙이기식 강행은 되레 노사 분쟁의 불씨만 키울 뿐이다.





[논리 vs 논리] “정부 밀어붙이기식 진행 문제” … “고용부, 절차 문제 없나 살펴야”



지난 2일 국회에서 임금피크제, 임금체계 개선 등 노동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협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엔 권성동 새누리당 제1정조위원장(왼쪽줄 앞에서 셋째),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줄 앞에서 둘째) 등이 참석했다. [김성룡 기자]


내년 1월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이렇게 되면 퇴직자는 내년에 5만 명, 내후년에는 28만 명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이들이 받는 급여는 신입사원보다 2.5배 정도 많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신입 직원을 채용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빈자리가 줄어들었을뿐더러 인건비 부담도 늘어난 탓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과 맞물려 있다. 연배가 높은 직원들의 급여를 낮추어야 기업들이 새로운 직원을 뽑을 여력이 생기는 까닭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곳은 현재 13.4%에 지나지 않는다. 몇 개월 후면 법적으로 정년 연장이 강제된다는 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은 매우 시급한 현실이다. 그 때문에 정부는 노조의 동의 없이도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을 바꾸려 한다.



 한겨레와 중앙은 임금피크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한겨레는 “정년 연장에 발맞춰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 논의를 무작정 회피할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중앙일보 역시 “금융권을 비롯한 각 산업에서 소리 없는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청년 채용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며 상황을 짚어준다.



 하지만 취업규칙을 바꾸려는 정부에 대한 두 사설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한겨레는 “견제장치 없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이려는 정부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민간 기업에서 법적 정년은 큰 의미가 없다. 법적인 정년이 58세인 지금도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53세 정도에 직장을 나선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 많은 직원들의 급여를 낮추는 것은 정리해고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그래서 한겨레는 임금피크제가 “기업의 비용 부담만 줄여주는 데 그칠 소지가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나아가 한겨레는 “임금피크제의 실효성도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임금피크제를 하려는 이유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업들이 신규 임용을 비정규직이나 용역으로 대신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문제는 2014년 4월, 국회가 정년 60세 법을 통과시킬 때부터 예상되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보완할 법안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겨레가 법으로 정년만 늘려놓고 그에 따르는 임금체계 개편 등 난제는 ‘사후 과제’로 떠넘겨버린 정치권을 비판하는 이유다.



 반면에 중앙은 한국노총이 2013년 5월 ‘일자리 협약’에서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했다는 사실, 2008년 5월에 ‘고용안정을 위한 임금체계 개선 합의문’에 서명했다는 점을 떠올린다. 아울러 정부가 취업규칙을 바꾸려는 배경을 조근하게 설명해 준다. 정년 연장으로 근로자가 일하는 기간이 늘어나 생애 소득이 많아지므로, 이런 혜택을 누리려면 임금피크제와 같은 방식으로 어느 정도는 기업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 산하 세대 간 상생위원회에서도 정년 60세 의무화를 논의할 때 기업 부담을 우려해 임금조정을 할 수 있게 하자는 합의가 있었다. 임금피크제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뿐 취지는 중앙이 소개하는 입장들과 다르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중앙은 “그래도 일방적이어서는 곤란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임금피크제는 해당 근로자들에게는 불리한 제도다. 정년 60세 의무를 규정한 ‘고령자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고촉법)에 따르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기업에서는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조치를 취하는 주체는 ‘회사’가 아니라 ‘노사(勞使)’다. 중앙이 고용부에 “기준과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하며 노동계와 원포인트 대화라도 이어가면서 설득하라”고 권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 또한 “정부는 바람직한 세부 실행 방안을 놓고 사회적 대화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 사설 모두 일방적 밀어붙이기에 반대하며 대화를 통한 합의와 해결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우리 사회에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 유연화와 고용보장, 호봉제와 성과연봉제 등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임금피크제는 고용구조와 임금체계 개선의 첫 단추를 꿰는 중요한 논의다. 끊임없는 대화를 강조하는 두 사설의 입장을 귀 기울여 들을 일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 다음 주 논점  시행령 수정 권한 담은 국회법 개정안 논란

6월 16일자에는 시행령 수정 권한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비교·분석 글이 실립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