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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최대 은행보다 최강 은행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
이따금 20세기의 데자뷰를 느낄 때가 있다. 한국의 금융계, 그 중에서도 특히 은행을 보면 과거 일본이 겪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한국 은행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014년의 총자산수익률(ROA)은 0.32%,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19%(잠정)로 전년에 비해 약간 나아졌지만 여전히 낮다. ROA가 1%, ROE가 10%를 가볍게 넘었던 2005~07년은 이미 추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은행을 둘러싼 상황도 답답하다. 주택담보대출을 계속 늘리기는 무리고 수출이 둔화되면서 기업의 자금수요가 증가할 전망도 없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불경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은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진행이라는 결정적인 성장제약요인에 직면해 있다. 연 성장률이 3%대라는 것은 한국판 ‘뉴 노멀(New Normal)’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대 후반 일본의 금융기관이 맞닥뜨렸던 현실이다.



 거품경제가 붕괴된 이후 일본 은행들은 종래의 관계형(Relationship) 금융에서 채산을 중시하는 영미식 거래형(Transaction) 금융으로 전환하려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은행 과잉(over-banking) 상태가 지속된 탓에 대출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또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에 익숙해진 나머지 각 은행이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지 못했다. 미국 은행들같이 수수료 수입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고객 반발을 우려해서다. 직불카드 보급도 늦어지면서 가맹점에서 수수료를 받지도 못했다. 결국 은행을 구한 것은 ‘아베노믹스’가 이끈 주가상승과 대출기업의 실적회복이었다. 일본의 3대 은행그룹은 2013년 이후 최고수익을 갱신하고 있다.



 이런 경험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임금, 물가, 부동산 시장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디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비참한 지는 일본의 경험이 잘 말해준다. 기업실적의 악화가 그대로 구조조정과 가계부채의 증가로 이어지고, 투자침체와 소비침체가 계속되면 디플레이션도 악화한다.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관치 금융’ 과 연을 끊는 것이다. 대형 은행들이 스스로 차별화 전략을 세워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의 시대가 끝난 지금 은행들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관계형 금융을 육성할 것인지, 아니면 소매금융 중심의 거래형 금융으로 수익 개선을 우선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세계 주요 은행들은 모든 사업을 모든 시장에서 벌이며 전방위 경쟁을 했다. 하지만 거대 은행들도 한층 강화된 규제 아래에서 과거의 사업모델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최대 은행이 아닌 최강 은행을 지향해야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경영자원을 축적하고,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와 해외에서 착실하게 구축해나가는 정도 경영으로 최강 은행 경쟁에 나서야 한다.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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