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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올빼미나 알 수 있는 깜깜이 메르스 정보

복지부의 일일 메르스 정례브리핑은 주로 새벽에 나온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뉴시스]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새벽 1시36분(3일), 새벽 4시38분(4일), 새벽 5시16분(5일)….



최근 며칠간 메르스 환자 발생을 알리는 보건복지부 보도자료가 e메일로 도착한 시간이다. 그런데 모두 다 새벽이다. 지난달 20일 첫 번째 환자(68)가 발생한 이후 복지부의 메르스 확진자 발표는 대부분 이 시간대에 맞춰 나온다. 특히 새벽 2~5시에 발표되는 자료에 담긴 메르스 상황 정보는 기자들이 깨어 있기 힘든 시간에 쏟아진다.



 기자들은 왜 그런지 정례브리핑 때마다 꼬박꼬박 이유를 묻는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다른 의도는 절대 없다. 낮에 검체를 수거해 이송하고 검사하면 시간대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질병관리본부의 한 관계자는 “확진 검사는 보통 6시간 정도 걸린다. 국립보건연구원에선 오후 6시 이후 대책본부에 검사 결과를 수시로 보고한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일찍 확진 판정을 받지만, 다른 사람의 판정을 기다리다 12시간 이상 지나서야 공개되는 셈이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8일 브리핑에서 “6월 8일 0시 현재 신규로 23건이 메르스 환자로 확정됐다”고 말했다. 환자 집계가 전날 마무리된다는 걸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기자들이 처리하기 힘든 시간에 공개하는 걸 두고 ‘투명한 정보 공개’라고 할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비슷한 내용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떠밀리듯 환자 발생 병원명을 공개했고, 확진자 발생 자료는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조용히 내보내고 있다.



 ‘깜깜이’ 발표의 최대 피해자는 기자만이 아니다. 국민은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전날 저녁에 본 메인 뉴스나 당일 아침 받아 보는 조간 신문과 전혀 다른 정보를 접하게 된다. 날마다 새로운 메르스 공포와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전날 밤에라도 자료가 공개됐으면 ‘내가 어딜 조심해야 하는지, 내 주변에는 접촉자가 없는지’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복지부가 국민과의 의사소통 능력에서 떨어진다고 본다. 슬며시 넘어가려는 ‘편의주의’를 버리고 환자 공개 시간을 조정하면 지금 같은 불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동 대응 실패로 신뢰를 잃어버린 복지부는 정보 공개에서조차 신뢰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대책본부가 메르스 대응에 불철주야 힘을 쏟는 것과, 불이 모두 꺼진 새벽에 중요한 정보를 쏟아내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이다.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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