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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행령 남용 막는 국회법 개정안 위헌 아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지난달 29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가결되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가 훨씬 넘는 다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대통령이 이의가 있어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의결에 부쳐지지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률안에 대한 투표는 국회법상 무기명비밀투표 대상이다. 정족수로 보아 재의결이 될 것이 분명하다. 여당 의원이라 하더라도 이를 통과시키는 데 심적 부담이 별로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 같은 제스처 뒤에 모종의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식의 정치적 게임이야 늘 있는 일이고 새로울 것도 없다.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가, 특히 지식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이중성이다. 오랫동안 국회 스스로는 물론 학계와 시민사회 모두 정부 시행령이 행정편의를 위해 국회 법률을 무시하는 일이 너무 잦아서 큰일이라고 걱정해 왔다.



 이런 연유로 이번에 통과된 법률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국회법 개정안이 계속 발의되어 왔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주도해 정부에 시행령 개정을 강제하는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공동발의자 중 한 사람이었다. 학계에서도 예외 없이 모든 연구 결과는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정부에 어떤 식으로든 시행령 개정 의무를 부과하자는 것이 주류적 견해였다.



 그런데 정작 국회법이 개정되자 이제 와서 위헌이라고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자신들이 주장해 온 것보다 훨씬 약한 수준의 내용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인지 모르겠다.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법 개정안은 위임입법의 법리만 알고 있다면 문제 삼을 여지조차 없는 것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일반적 규범을 실질적 의미의 법률, 즉 법규라고 부른다. 법규 제정권은 입법기능으로서 입법부인 국회의 고유한 권한이다.



 정부의 고유한 권한은 행정이다. 예외적으로 정부가 입법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오로지 국회가 법률로써 그 권한을 위임해 줄 때만, 그것도 위임해 준 한도 내에서로 제한된다. 국회는 위임을 아예 안 할 수도 있고 이미 위임한 것을 전부 회수할 수도 있다. 대(大)는 소(小)를 포함한다는 논리에 따를 때, 위임을 하면서 수정변경을 요구할 권한을 유보하고 위임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시행령 제정권의 헌법적 근거라고 위헌론자들이 내세우는 헌법 제75조는 국회에 포괄적 위임을 금지하고 정부의 시행령은 수임범위를 넘지 못한다는 헌법적 명령이 핵심이다. 이러한 내용의 헌법 제75조를 가지고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선언한 헌법 제40조의 국회입법권 조항에 대항한다는 것은 난센스라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헌법 제107조 2항에서 시행령에 대한 위헌위법심사권을 법원에 부여했으니,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요구는 이러한 법원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고 해서 법원의 사법심사권에 아무런 변경이 일어나지 않을 것인데도 말이다. 더구나 법률을 왜곡·변형한 시행령이 집행되어 국민이 자유와 권리를 침해당한 후에 소송을 제기해 몇 년의 재판을 거쳐 비로소 구제를 받는 것이 최선이란 말인가. 법리적으로도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참으로 무책임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은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반하는 시행령에 대해 위임자인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뿐이지 국회가 직접 시행령을 수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권은 그대로 두게 돼 있다. 국회가 모법의 취지를 오해했으니 시행령을 고쳐달라고 하면, 정부가 가능한 한 시행령을 개정하는 노력을 하면 되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면 된다. 보고에 시간적 제약도 없다. 이번 개정에서 기존 국회법의 ‘지체 없이’가 삭제된 탓이다.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은 법률에 의한 행정을 확보하는 수단으로서 법치주의의 핵심 원칙 중 하나다. 행정입법재량의 한계인 수임범위를 넘거나 벗어난 행정입법은 위임된 권한을 넘는 월권행위이고, 그 자체로 위헌이다. 또한 모법 제정자인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상 권력분립원칙을 침해해 위헌이다.



 헌법제정 직후 ‘한국 헌법의 아버지’인 유진오 박사는 최초의 헌법해설서에서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을 설명하면서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일제는 총독의 명령에 의한 통치로써, 독일의 나치정권은 총통의 명령에 의한 통치로써 법치주의를 질식사시켰다’(유진오, 헌법해의, 1949).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부의 행정입법권은 국회의 법률이 위임한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국회법 개정안의 관철 여부는 한국 법치주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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