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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 땐 휴지로 입 막으세요, 휴지 없으면 옷소매 활용을

신종플루(인플루엔자A/H1N1)가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2009년 봄. 그해 4월 멕시코에서 빈민가 주민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한 수녀님(당시 51세)은 몸에 이상 증세를 느꼈습니다. 신종플루일 수 있다고 여긴 수녀님은 혹 다른 사람이 감염될까 최대한 외부와의 접촉을 피했고 보건 당국에 즉시 신고했습니다. 이후 경기도 성남의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 일주일가량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습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으로 신종플루 대응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던 연세대 전병율(보건학) 교수는 그때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신고를 받고 담당 직원이 찾아갔는데 수녀님께서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완벽히 피하고 계셨습니다. 어떤 행동지침도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철저히 잘 지키고 계셨죠. 격리 후엔 그 수녀님을 돌봐줄 분이 필요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신종플루가 감염되는 걸 우려해 멕시코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했던 다른 수녀님이 맡아줬습니다. 수녀님의 행동은 ‘교과서’였고, 초기에 신종플루 확산을 막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메르스 쇼크] 작은 외침 LOUD <18> 전염병 막는 시민 의식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불안과 공포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습니다. 환자와 격리대상자가 늘면서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학교·학원에 보내는 데 불안감을 느끼고,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의 움직임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부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열여덟 번째 LOUD는 공동체의 이익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메르스 예방과 확산 방지, 지나친 불안감을 막기 위한 시민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감염 증세를 느낀 뒤 자신을 먼저 격리해 신종플루 확산을 막은 수녀님과 같은 분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질 것이라는 기대에서입니다.

먼저 철저한 위생입니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와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한 7개 학회는 공동으로 메르스 예방·극복을 위한 행동수칙을 제시했습니다.

손을 비누나 세정제로 자주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지 말아야 합니다. 기침할 때는 입과 코를 휴지로 가려야 합니다. 열이 나거나 기침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겠지요. 사람이 많이 붐비는 장소는 가능한 한 피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외출을 자제하세요. 환자와 가깝게 접촉한 경우 증상이 없어도 보건소에 연락하고 접촉일로부터 14일간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집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격리 생활을 할 때는 가족과도 2m 이내의 밀접한 접촉은 하지 말라는 지침도 내렸습니다. 메르스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했거나 중동 지역을 방문한 뒤 14일 이내에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으면 의사의 진료를 받습니다.

무리한 운동과 과로는 금물
특히 재채기 예절이 중요합니다. 호흡기 질환의 상당수가 재채기를 통해 옮겨지기 때문이죠. 국내 보건 당국의 수칙에도 ‘기침할 때는 입과 코를 휴지로 가리고 한다’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사용한 휴지는 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더 자세한 수칙을 제시했습니다. 휴지가 없을 때는 손이 아니라 옷소매 윗부분에 입을 대고 재채기를 하세요.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만약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재채기를 했다면 즉시 손을 씻어야 합니다. 씻지 않은 손으로 악수를 하거나 다른 물건 또는 손잡이 등을 만지는 것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행동입니다.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재채기를 하는 것도 피하세요. 그 손수건을 바로 버리면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손수건을 계속 가지고 다니면 전염의 우려가 있습니다.

과다한 운동이나 과로도 하지 마세요. 설령 메르스에 감염되더라도 건강한 사람은 이겨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입니다. 심하게 운동하거나 일을 해서 몸이 피곤해지거나 다른 병에 걸리면 메르스에 더 쉽게 감염될 수 있습니다. 당분간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을 잘 챙기세요.

‘나 하나쯤이야’ ‘내 생활이 먼저인데’ 하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일에는 메르스 감염이 의심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격리 중이던 여성이 집을 나와 전북 고창의 한 골프장에서 10여 명과 운동을 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 여성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격리 조치가 해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하순에는 홍콩에 간 한국 여성 2명이 중국으로 건너간 메르스 환자와 비행기를 함께 탄 게 확인돼 격리 대상이 됐지만 한때 격리 조치를 거부해 현지 언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모두 공동체의 이익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의 부재를 보여줍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공동체의식은 낮은 편이란 지적이 높습니다.

공동체를 배려하는 시민의식,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성균관대 김석호(사회학) 교수는 “시민의식의 향상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전제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공동체를 위한 시민의식의 발현은 사회의 주류적 가치를 따라가는 것인데 아직 우리 사회는 내가 규칙을 지키면 공익 차원에서 이득으로 돌아오는 게 없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시민의식의 배양은 궁극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이뤄지지만 단기적으론 정부·언론·학계 등 사회지도층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통하고 개인은 보다 더 타인을 배려해야 합니다.”

6일 오후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에 이상증상을 느낀 시민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의료진과 상담한 뒤 체온을 재고 있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시민의식이 메르스를 퇴치할 수 있는 힘이다. 최정동 기자
‘나 하나쯤이야’가 가장 위험
최근 시중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부정확한 정보, 유언비어도 많이 퍼지고 있습니다. ‘메르스 예방을 위해 코 안에 바셀린을 바르라’는 주장도 있고, ‘주한 미군기지에 배달된 균이 어쩌면 탄저균이 아닌 메르스균일 수도 있다’ ‘특정 병원·학원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등 다양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포털사이트의 루머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고, 서울 대치동의 한 수학학원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루머를 퍼뜨린 네티즌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메르스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선 근거 없는 정보의 유포나 불안을 조장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숭실대 배영(정보사회학) 교수는 무분별한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개인의 노력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인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정확한 소식을 옮기지 말아야 합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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