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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고수에게 듣는다] 해외투자, 새 흐름 나타나는 초기에 나서라

1998년 10월 한국이 추석 연휴를 즐기는 동안 외환시장에서는 난리가 났다. 연휴 직전 달러당 136엔이었던 엔화 가치가 나흘 만에 117엔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엔화 강세가 얼마나 빠르고 위력적이었는지는 세계에서 달러 보유 성향이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일본 종합상사까지 매도에 나선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 달 전인 98년 8월까지만 해도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 중반에 머물러 있었다. 예측도 비관 일색이어서 연말에 엔화가 200엔까지 올라갈 거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었다.

당시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이런 전망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미국 경제는 60년대 이후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었던 반면, 일본은 언제 경기가 좋아질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였다.

엔화가 갑자기 모습을 바꾼 건 140엔대 환율은 미국과 일본의 경제적 격차 대부분을 반영하는 수준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투자 자산의 상당액이 엔화 약세에 맞춰져 있었던 만큼 환율이 반대로 움직이자 달러화 자산의 대량 매도가 일어났다. 일본 경제가 바닥을 치고 개선되기 시작한 점도 엔화가 강세가 된 요인이었다. 당시 일본 경제는 소비세 인상과 아시아 외환위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98년을 저점으로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달러화와 엔·유로화 중 어디에 투자
1~2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해외 투자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과거보다 생각해야 할 변수가 늘어났다는 뜻도 된다. 환율도 그 중 하나다. 해외투자 성과의 상당 부분이 환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강일구 일러스트
해외 자산 투자와 관련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달러화와 엔화, 유로화 자산 중 어느 쪽에 투자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달러 자산을 주장하는 쪽은 과거 투자 성과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을 이유로 들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과거 수준의 성장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금리 인하에서 양적 완화로 이어지는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유럽은 재정 위기가 한창이던 2013년에 완화 정책을 걷어 들였고, 일본은 2년 전 아베노믹스를 통해 겨우 유동성 공급을 시작해 아직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다른 선진국간 경제 격차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일본, 유럽의 저금리 정책이 맞물려 둘 사이의 금리차가 벌어질 걸로 전망된다.

엔화나 유로화 자산을 추천하는 쪽 얘기도 일리가 있다. 지금 달러화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가 좋고 금리가 높은 상황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 94년 이후 엔화는 달러당 최저 70엔대 중반, 최고 140대 중반을 벗어난 적이 없다. 앞서 살펴봤던 98년이 대표적인데, 앞으로 미국과 일본의 경제력 격차가 더 벌어지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더라도 98년 두 나라 사이에 존재했던 차이를 넘어서기 힘들다. 이렇게 보면 지금은 엔화 약세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이 된다.

앞으로 환율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이용해 달러가 한번 더 강세가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지만 그 폭이 크거나,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달러화 일색으로 구성돼 있는 기존의 해외 자산 보유 내용을 수정해, 엔화나 유로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들 지역의 주식이나 채권도 이미 가격이 올라 투자 수익률이 높지 않겠지만, 해외 자산 수익의 많은 부분이 환율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보유자산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엔화 약세는 막바지 국면
경제가 저성장저금리로 바뀌면 해외 투자의 중요성이 커진다. 일본도 경제 구조가 바뀌는 시점에 해외 투자가 본격적으로 늘었다. 2003년 이후 일본의 펀드 동향을 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증가분이 2000년 9조 엔에서 2011년에는 4조 엔으로 줄었다. 반면 해외 채권과 고위험 채권 증가분은 2000년 3조 엔에서 2011년 35조 엔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우리나라 금융자산 투자도 일본과 비슷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외 투자가 활성화돼 투자 대상과 투자국가가 늘어날 것이다. 국내 투자만으로는 수익 욕구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는 장기적인 흐름이 중요하다. 환율은 그런 경향이 특히 심한데 추세가 정해지면 3~4년 동안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투자를 결정할 때 중요한 부분은 어떤 자산이 새로운 추세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는 초기에 투자해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외 투자는 달러화가 주였다. 지금은 달러가 당장 꺾이진 않더라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엔화나 유로화 자산에 대한 투자를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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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