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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훌륭한 팀을 넘을 수는 없다

축구선수출신 AIA 생명 마크 터커 회장




축구선수출신 AIA 생명 마크 터커 회장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경영하고
해도 안 될 일에 시간 낭비 말아야
한국, 성인 보험가입률 37%에 불과
고령화 대비 위해 금융혁신 절실
중국은 혁신적 시장으로 성장

마크 터커(58) AIA생명 회장은 축구선수 출신이다. 고교 졸업 후 당시 잉글랜드 2부 리그 소속이던 울버햄튼 원더러스에서 활약했다. 프루덴셜에 이어 AIA생명까지 세계적 보험회사 회장직을 연이어 맡고 있는 그는 최근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아시아 국가는 공적 연금도 취약한데 보험 가입 등 개인의 노후대비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려면 금융 혁신이 절실한데 한국은 “비즈니스를 창출하기도, 창출한 비즈니스에 가치를 입히기도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는 한국 지사장을 지낸 고든 왓슨 지역CEO가 배석했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에서 고령화가 진행 중입니다. 보험 회사 입장에선 어떤 전략이 있나요.



“같은 아시아라도 일부 국가들의 고령화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빠른 것 같습니다. 베트남 같은 나라는 아직 젊어서 한국·일본과 같은 사회·경제 문제가 있지 않습니다. 고령화에 대비하는 보험사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야말로 보험, 즉 노후에 일어날 각종 사고나 질병에 대비하는 일이고, 두 번째는 노후에도 적절한 금융소득이 나올 수 있는 중장기적 상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아시아 지역의 보험 가입률과 실제 보험 수요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험 든 액수와 실제 노후에 필요한 액수의 차이가 50~60조 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보험 상품에 더 가입하라는 얘기군요.



“하하, 물론 AIA 생명은 생애주기별로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령화는 단순히 보험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현실입니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 중인 아시아 국가의 인구 구조는 과거에는 고속성장을 견인하는 엔진이었지만 앞으로는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 각국의 정부는 이 점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가 그 고민을 해결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되겠죠.”



-한국 보험시장은 어떻습니까.



“한국 성인의 보험 가입률은 37%로 매우 낮은 편입니다. 1인당 보험 가입액이 500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엄청난 보험 수요가 존재하지만 그만큼 한국 국민이 사고와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한국의 보험 상품 마진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턱없이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한국 시장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보험 비즈니스를 창출하기도 어렵고, 그 비즈니스에 가치를 입히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한 마디로 한국은 어려운 시장입니다. 금융 혁신이 절실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국 국민 개개인이 얼마나 노후대비가 부족한지 일깨워주고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보험은 꼬박꼬박 부어도 나중에 받는 게 별로 없다는 인식 때문인 것 같은데요.



“보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작은 글씨로 상품 설명을 써놓고 고객에게 왜 몰랐느냐고 하면 안 됩니다. 우리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상품 설명과 영업에 사용되는 언어를 쉽고 간단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장년층 고객에게는 가입시 필요한 요건을 파격적으로 줄여주는 정책을 써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반면 고객이 제대로 된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느 항공기 사고에서는 우리가 보험금을 더 지급할 의향이 있었는데 정작 고객이 가입한 상품이 100만~150만원 정도만 지급하는 상품이어서 곤란했던 적도 있습니다. 보험사의 재무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근 베이징에서 금융개혁에 관한 강연을 하셨더군요. 중국의 금융개혁, 어떻게 평가합니까.



“이른바 ‘뉴 노멀(성장률 감소)’의 분위기 속에서도 중국은 금융 분야에서 많은 개혁과 혁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률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중국이 계속해서 시장을 개방하고 혁신을 이뤄가길 기대합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중국은 물론, 아시아 전체를 견인하는 촉매제입니다. 이렇게 나라 전체가 역동적인 개혁과 혁신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계적인 보험사 프루덴셜과 AIA의 최고경영자(CEO)를 연이어 맡았습니다. 성공 비결이 뭡니까.



“중국의 한 철학자가 리더십의 근본으로 명료함ㆍ용기ㆍ박애를 꼽았는데요. 그 법칙들이 세계의 많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AIA와 내가 성공하도록 이끈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25년 앞을 내다보고 미래상을 그리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시아의 고도 성장 시기에 아시아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근무했던 게 내겐 행운이었습니다. 이 지역에서 25년 동안 함께 일한 나의 동료가 모두 훌륭했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성공은 결국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2010년 AIG와 결별하고 홍콩 증시에 상장한 이래 주가가 서너 배 뛰었습니다. 이것도 경영철학 덕분인가요.



“나는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를 경영합니다. 내가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일이나, 해도 달라질 것이 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됩니다. 주가는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것 이외에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속합니다. 우리의 조직과 시스템과 인력이 최대 그리고 지속적인 성과를 내도록 관리하는 게 내 역할입니다.”



-축구선수 출신인데요. 축구에서 배운 것을 경영에 활용하나요.



“축구에서 배운 게 있다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선수도 능력이 뛰어난 팀을 이길 수 없다는 점입니다. 베스트 팀과 베스트 플레이어는 다릅니다. 나는 축구를 하는 동안 훌륭한 주장, 훌륭한 코치들을 만났고, 그들은 내가 발전하도록 도와줬습니다. 열정, 헌신,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동원해 우리 팀을 지원하는 것. 이것들이 축구가 내게 가르쳐 준 가치들이고 지금까지 경영에 활용해 왔습니다.”



-그래서 토트넘 홋스퍼 같은 축구팀 스폰서도 하는 건가요.



“스폰서십 결정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이사회에서 합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AIA의 본거지인 아시아에서 5억 명이 봅니다. 당연히 홍보 효과가 뛰어나죠. 또 축구는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점에서 보험과 관련이 있습니다. 질병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한국에선 ‘보험’ 하면 보험 아줌마를 떠올리는데요. AIA의 설계사들은 한국에서도 전부 넥타이를 맨 남성들입니다.



“설계사는 철저히 능력 위주로 뽑습니다. 남자건 여자건, 젊건 나이가 많건, 상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커리어를 우리 회사와 함께 키워가는 것, 파트타임이 아니라 풀타임으로 일할 것 등을 중시하다 보니 전형적인 회사원 분위기의 설계사들이 많은 것 같네요. 홍콩 지사에 18개월 전에 입사한 23살된 신입사원이 있는데 보험 유치액이 상위 0.01%에 들어 ‘프레지던트 클럽(최우수 사원)’ 반열에 올랐습니다. 실적중심주의는 AIA에서 굉장히 중요한 단어입니다.”



AIA vs AIG, 같은 회사? 다른 회사?

AIA생명은 1919년 미국인 코넬리어스 밴더 스타가 중국 상하이에서 설립했다. 그는 회사를 아시아 전역과 미국 등지로 넓혀갔지만 1945년 중국의 공산화 조짐이 보이자 본사를 뉴욕으로 옮겼다. 이어 세계 각국의 관계회사들을 모아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를 세웠고,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AIA(American International Assurance)는 AIG의 계열사가 됐다. 모회사가 자회사가 된 것이다. 하지만 2009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AIG가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AIA는 다시 독립했다. 2010년 홍콩 증시에 상장했는데 약 205억 달러를 끌어와 당시 세계 3위의 IPO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1945년 합병 후 아시아 지역에선 나라에 따라 AIG라는 상호를 쓰기도 하고 AIA를 쓰기도 했다. 그래서 AIA를 계속 써온 태국 등지에선 일반 시민들이 AIG의 관계사였던 사실을 잘 모르기도 한다. 현재 한국에선 AIA생명과 AIG손해보험이라는 두 개의 전혀 다른 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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