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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망, 사스 때와 비슷 … “추경+금리 인하 복합 처방을”

“새로이 입수되는 지표가 전망에 부합하는지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겠다.”



2003년 추경 투입, 콜금리 인하
‘질병 확산 → 경기 침체’ 우려 걷어
엔저에 미국 금리 인상 예고 겹쳐
“소비 침체 사전 차단할 대책 필요”

 지난달 26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결정 기준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불과 10여 일 만에 한은에서 무시할 수 없는 새로운 변수 하나가 불거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다. 정부와 한은은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총리대행을 겸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영국 현지에서 “감염병 위기단계 중 ‘주의’ 단계가 발령된 상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경계’ 단위의 조치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다음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이 총재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과거에도 ‘전염성 질병 확산→경기 침체 우려’로 이어졌던 일은 있었다. 2003년 홍콩을 중심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했다. 카드 사태, 이라크 전쟁, 북핵 위기 같은 다양한 위험 요인이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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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정부와 한은은 재정과 통화를 모두 쏟아 붓는 양면 작전을 펼쳤다. 국내에 의심 환자가 발생(4월)한 지 한 달여 만에 정부는 4조원 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결정했고 하반기 태풍 ‘매미’ 피해까지 입어 3조원을 2차로 더 투입했다. 한은 역시 콜금리(현 기준금리)를 5월과 7월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했다. 조기 진압된 사스보단 카드 사태나 북핵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려는 조치의 성격이 강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 때는 좀 달랐다. 현 메르스 사태처럼 국내에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했지만 경기 흐름은 상승세를 타던 중이었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2009년 신종 플루 유행 기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수출 증가율이 가파르게 회복되고 주식 시장이 호조를 보이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고유가 현상과 맞물려 신종 플루 관련 보건상품과 물자 비용이 치솟으며 ‘신종 플루 인플레’란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동결하며 대응했다. 정부 대책도 2003년과 달리 양적 투입보단 미세 처방에 집중됐다. 신종 플루 백신 구입과 치료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고 관련 의약품을 수입할 때 붙는 부가가치세와 관세를 일시 면제하는 대책을 시행했다.



 메르스가 지난해 세월호 사태처럼 경기를 끌어내릴 촉매제 역할을 할진 아직 미지수다. 다만 엔저(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부진, 미국 금리 인상 예고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상태다. 현 상황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나쁘다는 점에서 2003년과 비슷하고 국내에서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점에서 2009년과 유사하다. 통화정책과 재정 등 양적·질적 수단을 아우르는 복합 처방이 불가피하단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전염병 문제로 여행에 제약이 생기면 가라앉고 있는 경기에 더욱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추경이든 금리 인하든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메르스가 어느 정도 소비 침체에 영향을 끼치느냐가 (기준금리 방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현 상황에선 소비 심리 침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추경 편성이 적절하다”고 했다.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단 주문도 있다.



김성순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2009년 신종 플루 사태가 금융위기 후폭풍이 남아 있던 시기와 겹쳤지만 대응을 신속히 해 당시 경제 성적표가 다른 선진국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현숙·김민상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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