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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치솟은 ‘빌라’ - 전세난·저금리에 ‘귀하신 몸’

[이코노미스트] 2008년 이후 거래량 최대 임대수익·시세차익 노린 투자 수요도 늘어





요즘 빌라(villa)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거래 건수는 물론 인허가 물량도 증가세다. 그만큼 최근 빌라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자산이 있는 사람들은 임대수익을 위해서,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빌라’를 찾는다.



빌라로 불리지만 사실 빌라라는 말은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다. 우리의 건축·주택법에는 빌라라는 주택 자체가 없다. 우리가 빌라라고 부르는 집은 건축법상의 다세대주택·연립주택이다. 다세대·연립주택은 주거용으로 쓰는 층이 4층 이하인 공동주택을 말한다. 5층 이상이면 아파트, 4층(필로티 제외) 이하면 다세대주택(연면적 660㎡ 이하)이나 연립주택(연면적 660㎡ 초과) 중 하나다. 공동주택이므로 아파트처럼 각 가구마다 구분 등기가 된다. 집집마다 주인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 4층 이하 주택을 그동안 우리는 빌라라고 불러왔다. 빌라의 매력은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서울에선 인근 아파트 전셋값 수준에서 살 수 있다. 그만큼 투자하기 쉽고, 내 집 마련이 용이하다. 보통 교통·교육·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에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은평구 > 강서구 > 송파구 > 관악구 순





올 들어 서울 시내 다세대·연립주택의 거래량이 2만건을 돌파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15일까지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2만184건으로 집계됐다. 1월 2992건, 2월 3005건, 3월 5428건, 4월 6531건, 5월 2298건(15일까지)으로 나타났다. 1~5월 거래량이 2만건을 넘어선 것은 주택 경기가 호황이었던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시가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집계를 시작한 2006년 2만 337건을 기록한 뒤 2007년 3만616건, 2008년 3만5879건을 기록한 이후 매년 1만~1만5000건 선에 머물러왔다.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1만 5956건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은평구가 2054건으로 가장 많았다. 강서구(1574건)·송파구(1240건)·관악구(1176건)가 뒤를 이었다. 기존의 빌라는 물론 신축 빌라는 매물이 달릴 정도다. 한 신축 빌라 분양 관계자는 “입지 여건이 괜찮은 신축 빌라는 하루 이틀이면 금방 팔린다”며 “주로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끼고 많이 분양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수도권의 다세대주택 인허가 물량과 착공 연면적은 전년에 비해 각각 22.2%, 25.7% 늘었다. 올 1분기 전국 다세대·연립주택의 인허가 실적은 4만2000여 가구로, 2012년 1분기(4만6000여 가구) 이후 가장 많다.



이처럼 빌라의 인기가 치솟는 건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빌라를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봄 이사철이 지나 비수기로 접어들었지만 전셋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월 10일을 기준으로 46주 연속 상승했다.



그런데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싸 내 집 마련이나 투자하기가 쉬운 편이다. 특히 서울 등 전셋값이 비싼 지역에선 전셋값 수준에서 빌라를 매입할 수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4월 서울의 빌라 평균 매매가는 ㎡당 356만원으로 아파트 전셋값 402만원보다 10% 이상 저렴하다. 여기에 담보대출을 좀 받으면 서울에서도 1억원 안팎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신축 빌라도 마찬가지다. 서울 방배동 쓰리룸 신축 빌라는 인근 아파트 전셋값 수준인 3억~5억 원 정도다. 서초구 양재동이나 송파구 방이동 등 서울 ‘강남 3구’의 빌라 분양가도 이 수준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이나 인천, 경기도 부천시 등지는 2억~3억 원이면 전용면적 56~60㎡ 정도의 쓰리룸 빌라를 살 수 있다. 여기에 분양가의 50~60% 정도까지 담보대출을 받으면 실입주금은 1억원 정도로 내려간다. 한 빌라 분양 중개인은 “서울에서도 실입주금이 1억~1억5000만원이면 어디든 입주할 수 있다”며 “웬만한 아파트 전셋값(2억~3억원)으로 집도 사고 살림도 새로 장만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축 빌라는 특히 건축·평면 기술 발달로 편의성이 높아진 것도 인기 요인이다. 대부분의 신축 빌라는 가구 수만큼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CCTV 등 보안시설도 제법 갖추고 있다. 한 빌라전문건설회사 관계자는 “과거 정사각형의 붉은 벽돌집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전문 업체가 설계·인테리어를 하는 예도 있어 복층이나 테라스 등을 갖춘 실용적이고 예쁜 집도 많다”고 말했다. 대개 80~90% 이상 집을 지은 상태에서 분양해 집을 보고 계약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실수요만 빌라를 산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세차익과 임대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아 투자에 나선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 빌라촌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사업을 위해 원룸이나 투룸 형태의 다세대·연립주택을 서너 가구씩 매입한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공급 과잉으로 원룸은 공실 위험이 커진 반면 도심 주택가의 방 2~3개짜리 빌라는 공실이 거의 없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한 임대전문업체 관계자는 “국내 근로자 임금을 고려할 때 50만~6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는 임차인 수요는 풍부하다”며 “빌라는 가격이 저렴해 낮은 금액으로 수익률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빌라는 매력만큼이나 투자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신축 빌라의 경우 분양가는 적정한지, 향후 처분이 가능할지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변 빌라보다 훨씬 비싼 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강서구 화곡동의 M공인 관계자는 “아파트보다는 싼 것은 맞지만 지은 지 2~3년 된 주변 빌라보다도 20% 이상 비싼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교통·교육 여건은 물론 주차·보안 등이 잘 갖춰진 집을 선택해야 나중에 팔기도 수월하다.



빌라는 대개 분양 주체(건축주)가 개인이나 중소 건설회사다. 따라서 계약 때 등기부상 소유자가 계약서상 건축주가 맞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건축주의 신용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과거엔 분양만 해 놓고 완공하지도 않은 채 고의 부도를 내거나 도망가는 사례도 있었다. 테라스나 다락방 등의 불법 확장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불법 확장인 것을 모르고 입주했다가 당국에 적발되면 입주자가 뒤집어 쓸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원상 복구해야 한다. 하자보수보증금(공사비의 3%) 예치 여부도 중요하다. 빌라는 특히 입주 후 하자·보수 문제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으므로 하자보수보증금을 예치하지 않았다면 계약하지 않는 게 낫다.



건축주의 신용도 따져봐야



요즘엔 많지 않지만 지분 분양도 조심해야 한다. 다세대·연립주택 즉, 빌라와 똑같이 생겼지만 다가구주택은 건축법상 단독주택이므로 가구(실)별로 등기할 수 없다. 과거엔 이처럼 다가구주택을 빌라인 것마냥 분양하는 예가 있었는데, 이게 바로 지분 분양이다. 집 한 채를 여러 사람이 나눠 사는 셈인데, 지분으로 갖고 있다면 지분을 갖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구해야 집을 팔 수 있다. 또 집이 경매에 넘어가버리면 속깨나 썩게 된다. 등기부상 다세대·연립주택이라는 사실을 꼭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교통·교육 여건이 좋고 주차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야 공실을 줄일 수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쉽게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므로 실수요자는 장기 거주하거나, 이사를 가야 할 때는 전세나 월세를 놓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글=황정일 중앙일보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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