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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들의 ‘브로맨스’

[뉴스위크]



서방 따돌림 받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미국 견제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밀월 싹튼다

지난 5월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그러나 VIP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을 기념하는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에 세계 지도자 70명을 초청했건만 그중 20명 정도만 참석했다. 심지어 북한의 김정은 지도자도 막판에 방문을 취소했다.



참석자 중에는 스티븐 시걸 같은 한물간 할리우드 스타와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같은 늙은 독재자가 포함됐다. 미국 코미디언 존 올리버가 “인류 역사에서 ‘적어도 무가베는 왔잖아’라고 말한 사람은 없다”고 꼬집을 정도였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 곁에 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만큼은 진지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미국은 경제 제재와 외교적 타박으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 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맨 앞줄 가운데서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끝없는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두 지도자 사이의 ‘브로맨스(bromance, 남자 사이의 두텁고 친밀한 우정)’가 싹튼다는 조짐이었다. ‘닉슨 중국에 가다’ 순간의 역전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 전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먼저 베이징을 찾아가 사전조율했다. 극동문제 전문가로 미 국무부 관리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는 “키신저가 중국에 접근했을 땐 이미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전략적 균열이 커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키신저는 그 삼각형 틀 안에 미국을 끼워 넣어 중국과 소련 사이를 더욱 벌려 놓았다.”



당시 중국은 러시아보다 허약했다. 닉슨 대통령은 그 점을 이용해 냉전 시대의 가장 놀라운 외교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이 더 강해져 상황이 반전되면서 서방의 따돌림을 받는 러시아가 새로운 우군을 구하려고 러브콜을 보낸다고 리비어는 논평했다.



시진핑 주석은 기꺼이 러시아를 도울 생각인 듯하다. 모스크바의 퍼레이드 2일 뒤 중국과 러시아 해군은 지중해와 흑해에서 사상 최초의 대규모 합동훈련을 개시했다. 유럽의 뒤뜰에서 펼쳐진 10일 간의 합동 군사훈련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전략적 협력의 일환이었다. 또 양국은 경제관계도 강화하고 있고, 유엔에서 미국과 유럽에 맞서는 강력한 외교 블록을 형성한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중국처럼 강한 지지국과 파트너가 있어서 아주 든든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다. 유엔 안보리에서도 그렇다. 우리는 반드시 입장이 일치하진 않지만 가능한 한 표결에서 보조를 맞춘다.”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갖고 있다. 두 나라는 종종 미국과 유럽의 제안을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한다. 그 결과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을 막아야 하는 안보리에서조차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만이 아니라 중국과 이웃나라 간의 해상 영유권 분쟁도 논의되지 않는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유엔 차원을 뛰어넘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포함한 11개국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된 무역협상촉진권한(TPA), 이른바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부여해 달라고 의회를 설득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안 러시아와 중국은 경제협정을 잇따라 체결했다.



올해 초 러시아와 중국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4000억 달러 규모의 협정을 체결했다. 그로써 중국의 에너지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만신창이가 된 러시아 경제에 절실한 현금을 수혈할 기회가 생겼다. 지난 4월엔 러시아가 최신 S-400 미사일을 30억 달러에 중국에 판매했다. 이웃나라들은 그런 무기로 무장한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 5월 10일엔 중국과 러시아가 사이버전 협정도 체결했다. 불길한 조짐일지 모른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사이버 전문가 리처드 베이틀리치는 러시아와 중국이 서로에 대한 해킹을 계속하겠지만 이번 협정으로 두 나라는 체제 전복적인 메시지를 뉴스 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 차단하는 ‘콘텐트 통제’ 측면에서 의기투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의 정책 전문가들은 매우 신중하다. 셔크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밀월이 일시적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냉전 당시의 동맹체제가 재연될 수는 없다. 현재의 밀월은 미국을 불안케 하려는 중국의 술책인 듯하다.”



아무튼 모스크바의 승전 퍼레이드 다음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크렘린 궁 옆 무명 용사의 묘에 헌화하며 러시아 기념일에 경의를 표했다. 며칠 뒤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소치를 방문해 제2차 세계대전 전몰 장병 추모비에 헌화했다. 파티는 싱겁게 끝났지만 푸틴은 이전만큼 따돌림을 당하진 않은 듯하다.



글=베니 아비니 뉴스위크 기자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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