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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회법 개정안은 월권이자 위헌이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국회는 5월 29일 새벽 본회의에서 슬그머니 국회법 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법률안은 ‘대통령 등의 행정입법이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의 상임위원회는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행정기관은 그 요구를 처리하고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행정입법에 대한 직접적인 수정 권한을 국회 자신에 부여한 것이다.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새로운 통제 절차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뒤늦게 위헌 논란으로 정국이 매우 야단법석이지만, 여야가 국회법과 헌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면 이 같은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국회법이 무엇인지 헷갈리면 안 된다. 한마디로 국회 내부의 의사 절차와 조직에 관한 자치법이다. 헌법 64조 1항은 내부법인 국회법과 국회규칙의 규율 대상을 의사(議事)와 내부 규율에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법은 국회의 구성원을 규율하는 것일 뿐 국회를 넘어서 다른 헌법기관이나 국민에게 구속력을 행사할 수 없다. 만일 국회법이 구속력을 가진다고 이해한다면, 이는 헌법 64조 1항의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다. 설령 국회법에서 국회에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 권한을 부여하더라도 그 규정을 갖고 행정부를 구속할 수 없다. 어떤 헌법기관도 헌법이 허용하는 이상의 권한을 자신의 내부법으로 스스로 확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야가 개정안이 구속력을 갖도록 의도했다면, 이는 헌법상 권한 배분 질서를 흔드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헌법 75조는 대통령에게 독자적인 행정입법권을 주고 있다. 대통령은 법률의 위임을 받거나 법률의 집행에 필요한 경우 대통령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헌법상 허용돼 있다. 왜냐하면 법률을 집행하려면 법률을 보다 상세히 규정하는 행정입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1365개의 법률이 있지만 행정입법은 모두 2780개가 있다.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의 규칙도 300여 개 있다.



 대통령의 행정입법권은 단순히 국회의 입법권(헌법 제40조)에서 파생돼 나온 권한이 아니다. 정부의 집행권에 연유하는 독자적인 권한이다. 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관위도 헌법상 각자의 고유 권한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규칙제정권을 갖고 있다. 물론 하위법인 행정입법과 규칙들은 상위법인 법률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법률이 입법 사항을 하위법에 위임해 놓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수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헌법이 다른 헌법기관에 부여한 고유 권한(행정권·사법권·선거관리권)을 간섭하는 셈이다.



 뒤집어 생각해 보자. 만일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 권한을 인정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헌법상 허용되는 것이라면, 국회가 법률에 반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규칙까지도 직접 수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는 권력 분립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둘째, 법률에 어긋나는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권은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나눠 갖고 있다(헌법 107조 2항). 법률의 위반 여부를 놓고 구체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양쪽의 주장과 증거 자료에 기초해 위반 여부를 면밀히 판단한다. 그런데 개정법률안은 국회가 통제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법부의 통제 권한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는다. 나아가 사법부에 의한 통제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국회가 수정 권한을 행사한다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국회가 재판 절차를 간섭하는 셈이 된다. 또 위법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국회의 판단과 사법부의 판단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셋째, 그러면 국회는 어느 때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는가. 국회는 자신의 입법권을 대통령에게 위임할 것인지, 어떤 사항을 어느 정도 위임할 것인지를 개별 법률에서 결정할 수 있다. 또 국회는 대통령령에 위임한 입법권을 회수하거나 대통령령의 내용을 수정하고자 할 경우 언제든지 그 법률을 개별적으로 개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개정 법률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헌법 53조). 그런데 국회에 행정입법 수정권을 직접 쥐여주는 국회법 개정안은 헌법 53조의 대통령의 법률거부권을 우회하도록 허용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미국의 연방대법원도 1983년 이른바 ‘의회거부권(legislative veto) 허용 법률’에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의회가 직접 변경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은 위헌이란 것이다.



 ‘입법권은 본래 국회의 권한이니까 위임한 입법 사항의 내용을 직접 수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헌법상 권한 배분 질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잘못된 인식이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도 개별 정치 현안을 헌법에 대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성급한 마음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헌법의 권한 배분 질서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국회법 소란을 자체적으로 수습하기를 기대한다. 더 이상 위헌 논란으로 정치적 역량을 낭비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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