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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혁신에 귀 닫은 제1야당 워크숍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지상
정치국제부문 기자
“혁신하기 싫은 자, 먹지도 말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원 워크숍 이틀째인 3일 낮 12시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가나안농군학교의 식당. 오영식 최고위원이 배식판을 앞에 놓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주변 의원들도 숟가락을 든 채 함께 구호를 외쳤다. 가나안농군학교에 입교한 교육생들이 밥 먹을 때마다 외쳐야 한다는 ‘일하기 싫은 자, 먹지도 말라!’는 구호를 당 상황에 맞게 바꾼 것이다.



 제1야당의 1박2일 워크숍을 지배한 단어는 이처럼 온통 ‘혁신’이었다. 2일 입교식 때부터 ‘혁신하기 싫으면 말하지도 마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하지만 구호는 구호였을 뿐이었다.



 2일 오후 8시10분부터 ‘4·29 재·보궐선거 평가 및 향후 정국 전망 시간’이란 코너가 진행됐다. 외부 여론조사기관 4곳의 전문가들이 초청됐다. “재·보선 참패 원인에 대한 객관적 목소리를 듣고 혁신 과제를 찾아내자”는 취지였다. 외부기관 1곳이 4·29 재·보선이 치러진 4곳 중 한 곳씩을 맡아 집중 분석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분석 작업을 한 전문가들을 멋쩍게 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의원들은 턱을 괸 채 졸거나 강의실 밖을 괜히 서성댔다. 아예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하는 의원도 있었다. 발표 뒤 질문을 던진 의원은 3명에 불과했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너무 어수선해 질의응답을 10분 만에 끝내 버렸다”며 머쓱해했다. 일부 의원은 “조사 결과를 못 믿겠다” “재·보선 패인이야 뭐 다 아는 건데”라며 투덜댔다.



 다음 순서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혁신기구 운영 및 향후 로드맵 발표’였다.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다. 방에서 쉬던 중진 의원들도 강의장을 찾았고 질문한 의원도 12명이나 됐다. 예정시간을 40분이나 넘긴 오후 11시가 돼서야 김 위원장 시간이 끝났다.



 의원들을 집중시킨 비결은 공천이었다. 공천 물갈이와 인적 쇄신의 칼을 쥔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원들은 수험생들처럼 집중했다. “거문고는 줄을 당기면 끊어지고 느슨해지면 (제 역할을 못해) 죽는다. 개혁이 지나치면 개혁하다 당이 깨질 수도 있다”(호남 출신 중진 의원), “사람보단 제도가 문제니 제도적 혁신안을 만들어라”(수도권 재선 의원) 등등 ‘으름장’을 놓은 의원들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2일 워크숍에 참석하기 직전 본지 인터뷰에서 “일반 국민이나 당원이 느끼는 만큼 정작 당내에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였다. 4·29 재·보선 참패 원인과 혁신과제를 찾는 데 무관심했던 의원들이 공천이라는 밥그릇 앞에선 눈에 불을 켰다. “혁신하기 싫은 자 먹지도 말자”고 외친 제1야당 의원님들은 밥 먹을 자격이 있는 걸까.



이지상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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