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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괴담이 그냥 생겼을까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그야말로 괴담의 홍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병을 두고 미군의 탄저균 감염을 덮는 가짜 질병이라 하는 주장은 그냥 웃고 넘긴다 치자. 모 병원에 비밀리에 환자가 있다는 둥, 대형병원 중환자실이 폐쇄됐다는 둥, 지방 초등학생이 확진을 받았다는 둥 소식이 줄을 잇는다. ‘학교에서 직접 보내온 공문’이라거나 ‘병원 직원이 내부적으로 알려준’이라는 식의 수식어에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싶다.



 괴담만큼 정부의 발상 역시 믿기 힘들다. 유포자를 밝혀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우선순위가 틀렸다. 오히려 이런 유언비어가 생겨난 이유를 살피는 게 생산적이다. ‘정부를 못 믿어서’라고 한다면 왜 못 믿게 됐는가를 알아야 한다.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에 소개된 공중보건대처 지침서다. 사스·신종플루처럼 신종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는데, 이 중 ‘소통’ 대목이 있다. 질병 관리에 있어 대중의 신뢰와 투명성을 얻기 위한 실천 항목이다. 이를 작금의 체크리스트로 삼아보자.



 첫째, 불확실성을 인지했는가다.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보건당국은 “중증호흡기 질환이라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력은 약하다”고 강조했다. 2m 이상 거리를 두면 비말(작은 침방울)이 전파될 위험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같은 병동 내 다른 병실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이뿐인가. “3차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장담도 거짓이 됐다.



 둘째, 정보를 최대한 빨리 제공했는가다. 인터넷 댓글에서 가장 원성이 자자한 항목도 바로 이 지점이다. 메르스 환자가 입원·치료받은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여당 원내대표가 요구하고, 한 설문조사에서 82.6%가 공개를 원한다고 하는 와중인데도 말이다.



 셋째, 인내와 유연성을 권유했는가다. 한마디로 믿고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다. 한데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 메르스를 세월호에 대입시키는 이들이 많아서다. “가만히 있으라”가 죽음의 선고가 되자 “내 목숨은 내가 지킨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넷째,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했는가다. 여기에 1일 대통령의 발언이 회자된다.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발언이다. 이것은 사과일까, 해명일까. 아니면 정부에 대한 질책일까.



 다섯째, 현실적으로 가능한 예방법을 조언했는가다. 손 씻기의 습관화가 강조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페이스북에는 뜬금없는 예방법이 등장했다.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세요’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 고기 섭취를 피하세요’라는 문구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마지막 항목은 해당 사항이 없다. ‘지역사회를 포기하지 말고, 또한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는가’인데, 아직 이를 고려할 만큼 환자 수가 많지 않아서다. 그나마 한숨을 돌리는 대목이다.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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