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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m 넘는 거목에 이끼 주렁주렁 … ‘나무 정령’처럼 으스스





중앙일보·미국관광청 공동기획│미국 국립 공원을 가다 ⑥ 올림픽 국립공원

































올림픽 국립공원에서 이끼가 가장 많은 ‘이끼의 전당’ 트레일 코스. 풍경이 으스스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끼가 빚어낸 독특한 풍경에 이내 압도당한다.




미국 서북부 워싱턴주의 올림픽(Olympic) 국립공원은 특이한 국립공원이다. 보통 국립공원은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로 특징이 분명한데 올림픽 국립공원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아우른다. 올림픽 국립공원 최고봉인 올림푸스산(2432m)에서 태평양 해안까지 수십㎞ 떨어져 있지만 중간 지역을 빼고 하나의 국립공원으로 묶여 있다. 우리나라에 비유하면 지리산 국립공원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합치면서 중간의 경남 하동이나 남해는 뺀 것과 같다. 산과 바다를 아우르다 보니 올림픽 국립공원은 다양한 식생을 자랑한다. 올림푸스산은 백두산(2744m)보다 낮지만, 수만 년 된 빙하가 계곡 곳곳을 덮고 있다. 반면 산 아래에는 울창한 온대 우림이 펼쳐져 있다. 1938년 국립공원으로, 198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미국에 있는 산에 그리스 산 이름이 붙은 건 1778년 이 일대를 처음 탐험한 영국인 존 미어레스(John Meares)가 가장 높은 산을 ‘올림푸스’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온대 지역의 우림



우선 지리 공부부터 하고 시작하자. 우림(雨林), 즉 레인 포리스트(Rain Forest)는 비가 많이 와서 생긴 숲이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이나 호주 케언즈 등 강수량이 많은 열대 지역이나 아열대 지역에 우림이 몰려 있다.



그러나 올림픽 국립공원은 북위 47도에 위치한다. 서울의 위도가 37도다. 서울보다 한참 북쪽에 있는 도시에 우림이 형성돼 있다. 비가 아니라 눈이 더 많이 내려야 맞는 건 같은데, 무언가 이상하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연간 강우량은 적은 곳이 1000㎜, 많은 곳은 6100㎜나 된다. 맑은 날보다는 안개 끼고 비 내리는 날이 훨씬 더 많다. 땅은 항상 습하고 축축하다. 미국에서 비의 도시(Rainy City)라 불리는 시애틀의 날씨가 이런 식이다. 올림픽 국립공원이 바로 시애틀 서쪽 올림픽 반도에 있다.



이 지역에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은 편서풍의 영향 때문이다. 북위 30∼65도에 발달하는 편서풍은 태평양을 건너면서 엄청난 양의 습기를 머금는다. 이 구름이 올림픽 산맥과 부딪치면서 공원 서쪽에 많은 비를 뿌려 온대 우림이 형성됐다.



온대 우림은 열대 우림과 여러 차이가 있다. 우선 숲에 사는 나무가 다르다. 열대 우림에는 당연히 침엽수가 없다. 온대 우림에는 단풍나무·오리나무 등 활엽수도 있지만 가문비나무·삼나무 등 침엽수가 훨씬 더 많이 자란다. 열대 우림은 비가 그치면 엄청난 열기의 햇볕 때문에 땅이 빨리 마른다. 반면에 온대 우림은 햇볕이 약해서 늘 습하다. 숲에 짙은 이끼가 끼는 이유이다. 이 이끼가 바로 올림픽 국립공원의 상징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끼 숲 호(Hoh) 우림





‘나무 정령’ 이끼 숲 사이로 보이는 사슴




올림픽 산맥 아래 지역은 온통 이끼 천지이다. 모든 나무가 이끼로 덮여 있다. 호 우림(Hoh Rain Forest)이 이끼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호 우림 안에서도 ‘이끼의 전당(Hall of Mosses)’ 트레일이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타원형인 이끼의 전당 트레일 코스는 1.3㎞밖에 되지 않는다.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이지만, 막상 걷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끼의 전당’ 입구부터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가문비나무가 쭉쭉 뻗어 있다. 높이 60m가 넘는 거목이 수두룩하다. 고개를 젖혀도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다. 땅바닥에 드러누워야만 높이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트레일을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이끼가 만들어낸 독특한 세상이 펼쳐진다. 그동안 알고 있는 이끼와 관련된 상식은 여기에서 아무 소용이 없다. 이끼는 본래 ‘끼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덮다’ 또는 ‘매달리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1m가 넘게 자란 이끼가 흔하다.



나무에 이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은 기이하다. 처음 맞닥뜨린 순간에는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숲은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하고, 안개가 끼어 시야가 흐릿한데 이끼를 칭칭 두른 나무의 모습은 괴기영화의 한 장면처럼 으스스하다. 그러나 햇빛이 비치면 숲은 전혀 다른 세상으로 탈바꿈한다. 이끼가 빚어내는 풍광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기기묘묘하다. 할리우드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봤던 ‘나무 정령’이 눈앞에 나타난 듯하다.



이끼는 20m 높이 나무 위에서도 산다. 저 나무 위에 어떻게 올라갔을까. 알아보니 적당한 수분과 햇빛, 그리고 바람만 있으면 이끼는 어디에서나 살 수 있다고 한다. 공기에 미세한 영양분이 녹아 있어 공기를 먹고 자란다는 것이다.





허리케인 릿지의 전망





허리케인 릿지에서 바라본 올림픽 산맥의 고봉들




호 우림에서 자동차를 몰고 북쪽으로 2시간쯤 올라가면 올림픽 국립공원 최고 명소의 어귀에 도달한다. 허리케인 릿지(Hurricane Ridge,1598m)로 가는 입구다. 이 입구에서 왕복 2차선의 좁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30분 이상 달리면 허리케인 릿지에 다다른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산맥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 같은 능선이 허리케인 릿지다.



허리케인 릿지에 올라서면 시야가 뻥 뚫린다. 북쪽으로는 캐나다의 밴쿠버 섬까지, 남쪽으로는 올림픽 산맥까지 중간에서 시야를 가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 올림푸스산을 비롯해 매카트니피크(2051m), 클레이우드산(2084m), 센티넬피크(2009m), 캐리어산(2132m) 등 고봉 10여 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고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리기만 하면 이 고봉들을 한눈에 다 담을 수 있다.



5월의 올림푸스산과 근처의 봉우리들은 하나같이 흰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고봉 사이 사이에 블루·화이트·휴메스·허버트 등 수만 년 전에 형성된 빙하 수십 개가 끼어 있다. 여기의 빙하도 유럽의 알프스 빙하처럼 서서히 녹고 있다고 한다. 전망대에 비치된 1900년대 초 사진과 비교해 보면 100년 전보다 빙하 면적이 확연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언젠가는 이 빙하도 사라질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남북으로 트여있다 보니 허리케인 릿지는 바람이 거세다. 릿지 북쪽으로 나 있는 1.2㎞의 서크 림(Cirque Rim) 트레일을 걷다 보면 허리케인 릿지의 매서운 바람 맛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망무제의 전경만큼은 최고다. 6월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는 꽃길로 거듭난다.





루비 비치의 붉은 색





루비 비치에는 아름드리 통나무 수백 개가 쌓여있다




올림픽 국립공원은 앞서 설명했듯이 내륙 산간지역과 태평양을 접한 해안선 약 100㎞ 지역을 포함한다. 국립공원에 속한 해안은 북쪽 시시(ShiShi) 비치에서 남쪽 사우스 비치까지 이어진다. 해안선을 따라 범고래·바다사자·산호초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한다. 밀물과 썰물로 형성된 해안 지형도 독특하다.



‘루비(Ruby) 비치’를 보석처럼 아름다운 해변일 것으로 넘겨짚지 마시라. 실상은 다르다. 루비 비치는 태평양의 거센 파도가 들이치는, 아름답다기보다는 무서운 해변이다. 루비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궁금했다. 루비가 빨간색인데 바닷물이 빨간색일 리는 없기 때문이다.



에밀리 캔트렐 시애틀관광청 직원이 “해변과 호수 색깔이 해가 질 무렵 붉은 색을 띤다고 해서 루비라고 부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변과 호수는 붉은 색보다는 짙은 갈색에 가깝다. 에밀리는 “항상 붉은 것이 아니라 석양 때문에 가끔 붉게 변한다. 그때 보면 마치 루비처럼 아름답게 빛난다”며 웃었다.



사실 루비 비치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통나무 더미다. 지름이 1m나 되는 썩은 통나무 수백 개가 해변에 쌓여있다. 저 멀리 올림픽 산맥에서 썩어 부러진 나무가 강을 따라 해안까지 떠내려 와 쌓인 것이다. 이런 통나무 더미는 해안 남쪽의 칼라록(Kalalock) 비치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칼라록 비치는 백사장이 멋진 해변이다. 썰물 때는 폭이 최소 100m, 길이가 최소 10㎞가 되는 거대한 백사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약간 검은 색을 띤 고운 모래는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다. 이 넓은 해변에서 사람들은 해수욕을 즐기지 않는다. 유모차를 밀며 산책을 한다.











●여행정보=올림픽 국립공원(nps.gov/olym)을 가기 위해서는 시애틀을 경유해야 한다. 대한항공(kr.koreanair.com)이 6월부터 인천~시애틀 노선을 주 5회 출발에서 매일 출발로 증편했다. 매일 오후 6시20분 인천에서 출발하며, 시애틀까지 약 10시간 걸린다. 1588-2001.



올림픽 국립공원은 개별 자유여행(FIT)으로 적합한 여행지다. 시애틀 공항에서 자동차로 2∼3시간이면 공원에 도착한다. 공항의 독일계 렌터카 업체 식스트(sixt.com)에서 SUV 기종인 BMW X5를 빌렸다. 1일 사용료 123.77달러. 올림픽 국립공원 안에는 숙소도 많다. 퀴놀트 호수 로지(6월 주중 기준 1박 161달러부터), 솔 덕 핫 스프링 리조트(같은 조건 216.61달러부터) 등 숙소의 등급과 종류도 다양하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자동차 1대 15달러. 올림픽 국립공원 숙소 예약 등 자세한 내용은 공원(olympicnationalparks.com)과 미국관광청(discoveramerica.co.kr)·시애틀관광청(visitseattle.co.kr) 홈페이지 참조.







미국 국립공원을 가다 - 올림픽 국립공원





글·사진=이석희 기자 seri19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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