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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늘리고 이웃 간에 정 쌓고 … 꿩먹고 알먹는 ‘집단 마을영농’

29일 오전 경북 문경시 산양면에서 신왕영농조합법인 주민들이 공동으로 모내기를 마친 뒤 마을 노래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달 29일 경북 문경시 산양면 신전마을. 오전 10시 마을 입구 정자에 동네 어른 10여 명이 모였다. 주변 논은 대부분 모심기가 끝난 상태였다. 신왕영농조합법인 고성주(60) 사무국장이 앞으로 나섰다. “오늘은 미뤄둔 마을 밖 논에 모를 심도록 하겠습니다. 이앙기에 모를 실어주이소.”

고령화 고민이던 문경 신전마을
32가구 뭉쳐 2년 전 조합 구성
남자만으로 농사, 여자는 부업 가능
마을 전체 연소득 3억 넘게 증가



 문경 신전마을은 경상북도가 추진 중인 ‘마을영농’을 앞장서 실천하는 곳이다.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면서 농번기면 일손이 모자라고 남은 어른들은 연로해져 한 해 농사 짓기가 어려운 현실을 해결하는 대안이다. 주민들이 개별 농사를 짓는 대신 마을 32가구가 조합을 만들어 함께 농사를 짓는 방식이다. 올해로 3년째다.



 신전마을은 제도 도입이 한결 쉬웠다. 마을이 개성 고씨 집성촌이어서다. 촌수가 멀어 봤자 15촌이다. 사무국장은 항렬이 가장 낮다. 대부분 아저씨·할아버지 뻘이다. 마을영농으로 흩어진 집안이 다시 합쳐진 것이다.



 이앙기가 논으로 들어갔다. 평소 이런 일은 두 사람이면 충분하지만 이날은 모심기가 거의 끝나 조합원 모두 모심기를 도왔다. 이앙기가 논을 오가며 모를 심는 동안 두세 명은 이앙기가 미치지 못하는 논 귀퉁이에 손으로 모를 심었다. 신전마을은 일품·새누리 등 국립종자원과 계약한 종자용 벼만 재배한다. 종자용 벼는 관리가 까다로운 대신 수익은 일반 벼보다 30%쯤 많다. 조합원은 일한 만큼 일당을 받는다. 공동 작업 때 점심은 음식점에 시켜서 같이 먹는다.



 최웅 경북도 농축산국장은 “원래 시범마을을 더 산골에서 찾으려 했는데 단합이 너무 잘돼 이곳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시범마을마다 3억원을 지원한다. 신전마을은 이 지원금으로 저온저장고와 집하장을 지었다. 조합이 농사를 맡으면서 신전마을은 종자용 벼 경작을 더 많이 배정받았다. 종자용 벼 재배 면적이 2013년 70㏊에서 올해 95㏊로 늘어났다. 집집마다 장만하느라 부담이 됐던 농기계도 정리했다. 또 남성들만 일해도 충분해져 여성들은 인근 농공단지나 학교 등으로 돈벌이를 나갈 수 있게 됐다.



 마을 사업장에선 동네 노인 7명이 모여 말린 황태를 뜯고 있었다. 1㎏에 3000원이다. 신동길(71·여)씨는 “이렇게 번 돈으로 며느리에게 100만원짜리 금목걸이를 해줬다”고 자랑했다. 마을영농을 하고 난 뒤 마을의 농업 외 소득도 2억5000만원이나 된다. 고준모(65) 영농법인 대표는 “마을영농을 하며 소득도 늘었지만 더 좋은 건 매일 아침 구판장에서 서로 만나 집안 돌아가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작업은 하루 전이나 당일 새벽 5시에 보내는 사무국장의 휴대전화 문자로 시작된다. ‘오늘 오전 7시 육묘장에서 표찰 수령하세요’ 등이다. 그러면 주민들은 궁금한 걸 서로 물으면서 일과를 처리해 나간다. 농번기엔 얼굴 보기도 어렵던 이웃들이 다시 모여 공동체를 회복한 셈이다.



 경북도는 현재 신전마을 외에 안동 금계마을과 봉화 범들마을 등 8곳을 영농마을로 지정했다. 최 국장은 “앞으로 해마다 5개 마을 정도 더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경=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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