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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케리 미 국무장관 발언과 사드(THAAD) 논란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5월 20일자 30면

사드에 관한 미국의 확실한 입장은 뭔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을 떠나며 남긴 한마디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케리 장관은 1박2일에 걸친 방한 일정의 마지막 순서로 그제 오후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리는 (북한이 야기할)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것이 우리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비롯, 다른 수단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미 국무장관이 사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파장이 커지자 한국 외교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사드의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게 아니라 북한의 위협에 맞서 다양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일반론을 얘기한 것뿐이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주한 미국대사관도 가세했다. 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행사에서 나온 얘기로, 이번 방한에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한·미 간에 사드 문제는 공식 논의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수장이 한 공식 발언의 의미를 동맹국 정부와 동맹국 주재 대사관이 애써 축소하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자신의 발언이 몰고 올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케리 장관이 무감각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주한 미군사령관이 사드의 한국 배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작된 사드 논란은 한국 사회에 뜨거운 논쟁을 촉발하며 한·미 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 정부와 군 관계자가 공론화를 시도하면 한국 정부가 소방수로 나서는 패턴이 반복돼 왔으나 지난달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일단 수그러드는 듯했다. 카터 장관은 “아직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케리 장관의 느닷없는 발언으로 다시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도대체 미국의 진의가 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케리 장관은 “한·미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한·미 간 대북 공조는 1인치, 1㎝의 빛도 샐 틈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드처럼 중요한 문제에서 미국의 속내를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은 빈틈없는 동맹 관계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선 미국부터 사드의 한국 배치에 관한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자기 돈으로 배치하겠다는 것인지 한국에 부담을 요구하는 것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 뒤에 숨어 미국의 요청이 없었으니 협의가 없었고, 따라서 결정된 것도 없다는 ‘3 NO’ 입장을 유지해 왔다.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고육책(苦肉策)으로 보이지만 대책 없이 결정을 미루는 무책임의 극치라는 지적이 많다. 사드 문제는 대북 억지의 효용성을 따져 우리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다. 미국이나 중국의 눈치를 보며 끌려 다닐 문제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런 판단을 할 실력을 과연 이 정부가 갖추고 있느냐일 것이다.





한겨레<2015년 5월 20일자 31면>

케리 국무장관의 ‘사드 압박’에 분명히 답해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미국 고위 관리들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압박이 다시 시작됐다.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길 닦기 작업을 하는 성격도 있는 듯하다. 정부는 불필요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분명한 배치 거부 뜻을 밝히길 바란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서 사드 배치 추진을 내비치는 발언을 했다. 이는 동맹국 외교 책임자로서 부적절한 행태다. 그는 이날 낮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박근혜 대통령 면담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또 미국 대사관 쪽은 케리 장관 발언이 ‘미국 내부 청중을 상대로 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외곽 때리기’ 식으로 우리나라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장소로 주한미군 기지를 택한 것이다. ‘두 나라가 사드 배치 문제를 각각 검토하고 있으며 어느 시점이 배치에 적절한지 고려하고 있다’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의 19일 발언은 더 직접적이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사실상 국민을 속인 게 된다. 정부는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3노’ 입장을 고수해왔다.



 두 사람이 사드 문제를 언급한 맥락도 타당성이 떨어진다. 케리 장관은 “(북한 위협과 관련해) 모든 것을 대비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이날 회담에서 북한이 최근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도 이를 ‘북한 위협의 진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사출시험이 사드 배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논거로 사용된 것이다. 하지만 사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탐지하거나 요격하기 어렵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지적이다. 북쪽이 남쪽을 향해 핵무기를 실은 탄도미사일을 쏜다는 기본 가정 자체도 비현실적이다.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분명한 사실이 있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북한은 격렬하게 반대한다. 또 사드 배치·운용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미사일방어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아울러 사드가 배치되면 한반도는 동북아 대결구도의 최전선이 되고 북한 핵·미사일 등의 문제는 풀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은 정부의 모호한 태도 탓이 크다. 정부 안에는 ‘비용을 분담하는 게 아니라면 사드를 배치해서 나쁠 게 있느냐’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정부는 미국만 쳐다보는 비주체적 태도에서 벗어나 명확한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논리 vs 논리] “미국, 입장 확실히 밝혀라” vs “정부, 반대 입장 분명히 해라”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방한 중인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 기지를 찾아 주한미군과 가족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사드 등에 대해 말하는 이유”라며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처음 언급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5월 18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는 서울 용산 주한 미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비롯해 다른 수단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0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현재 세계 누구와도 사드 체계 배치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며 사드 배치 논의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던 것에 비춰볼 때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은 매우 혼란스러운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5월 19일 극동포럼 주최 조찬 강연회가 끝난 뒤 “한·미 양국이 사드 문제를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시점이 배치에 적절한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차관보는 5월 19일(현지시간) 한·미연구소(ICAS)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비록 우리가 한반도에 사드 포대의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우리는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와 공식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미국이 이렇게 애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대변인을 통해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미국의 내부 협의 절차가 진행 중이고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우리 측에 공식적인 입장을 통보해온 것이 없다”며 기존의 ‘3NO’를 강조했다. 주한 미국대사관도 성명을 발표해 “케리 장관의 서울 방문 중 사드 이슈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케리 장관의 말처럼 한·미 동맹이 ‘빛도 샐 틈도 없이’ 굳건하다면 어째서 사드처럼 중요한 문제에서 미국의 속내를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 벌어져야 하는가를 문제 삼는다. 중앙은 미국이 애매한 태도를 버리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해주길 요구한다. 중앙은 미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국 비용 분담 문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중앙은 단도직입적으로 비용 문제를 거론한다.



 레이더, 발사대(4기), 미사일(48발 이상)로 구성된 사드 1개 포대 배치 비용은 2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F-35 전투기 20대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사드 배치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을 미국 혼자 떠맡겠다는 것인지 한국에 비용을 요구할 것인지를 중앙은 미국이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는 사드 배치를 두고 보여준 미국의 애매한 태도가 결국은 비용의 일부를 한국에 부담 지우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는 중앙의 해석으로 볼 수 있다.



 한겨레 역시 사드 배치와 운용에 따르는 비용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한겨레가 비중을 두고 말하고 있는 것은 사드의 미사일방어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부가 2013년 5월 방위사업청, 합동참모본부, 공군 합동의 대표단을 미국에 보내 사드를 평가한 결과 부적합 판정을 내린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당시 미국 측은 “사드는 고도 30~200㎞, 사거리 250㎞의 고고도 탄도탄 방어용”이라며 “한반도 시뮬레이션 결과 대구나 부산지역에 배치할 경우 스커드-B/C와 노동미사일급 방어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도권을 위협하는 사거리 100㎞급인 KN-02 등의 탄도탄 위협에 대해서는 사드의 방어적 효과를 제시하지 않았다. 한겨레가 ‘미사일방어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대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정부는 지금까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미국의 요청이 없었으니 협의가 없었고, 따라서 결정된 것도 없다는 ‘3NO’ 입장을 견지해왔다. 사드의 한국 내 배치를 공표함으로써 벌어질 수 있는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하는 정부로서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함을 역설한다.



 중앙이 말하는 국익은 무엇인가. ‘대북 억지의 효용성’이다. 북의 군사적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서라면 미국이나 중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 중앙이 한국 정부에 내놓는 실리적 처방이다. 중앙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런 판단을 할 실력을 과연 이 정부가 갖추고 있느냐”는 대목이 그것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중앙은 대북 억지의 효용성을 위해서라면 미국이나 중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주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체론’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북한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관계론’을 내세우며 사드 배치가 동북아 질서에 냉각 기류를 형성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이는 사드 체계의 일부인 TPY-2 레이더가 중국 일부 지역을 감시할 수 있어 중국·러시아 등이 사드 배치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TPY-2 레이더로는 중국 내륙에 배치된 대륙간탄도탄과 지린성에 이동 배치된 항공모함 타격용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훤하게 볼 수 있다니 중국으로서는 한국 내의 사드 배치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사드가 배치되면 “한반도는 동북아 대결구도의 최전선이 되고 북한 핵·미사일 등의 문제는 풀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 이러한 ‘관계론’에 바탕을 둔 한겨레의 충고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다음 주 논점 임금피크제 시행 논란



6월 9일자에는 임금피크제 시행 논란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안광복 중동고 교사(철학박사)의 비교·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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