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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가지 차량이 한 라인서 나오네요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직원이 지난달 28일 조립라인에서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이 회사는 SM3·SM5·QM5와 닛산 ‘로그’를 비롯한 6개 차종을 한 라인에서 조립하며, 수요에 따라 계획적·탄력적으로 생산할 수도 있다. AGV(무인운반차)가 작업자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부품을 운반한다. [사진 르노삼성차]

20년 전인 1995년 4월 첫 삽을 뜬 르노삼성차(옛 삼성차) 부산 신호동 공장은 “초일류 제품은 초일류 시설에서 나온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념에서 탄생했다. 이 회장은 1년여 뒤인 96년 11월 완공한 공장을 방문해 “차 한 대가 고장나도 전 종업원이 깜짝 놀라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며 품질을 강조했다. 반도체 공장처럼 대부분 공정을 자동화한 시스템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다른 자동차 공장에서 사람이 하는 일을 부산 공장에서는 기계가 대신했다. 그래서일까. 법정관리(99년)-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인수(2000년)를 거쳐 20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이 공장에서는 ‘품질 제일주의’ 분위기가 그대로다.

 지난달 28일 방문한 부산 공장 조립라인에서 눈에 띈 것은 통로에 그려진 회색 줄을 따라 움직이는 AGV(Auto Guide Vehicle·무인운반차)였다. 작업자들은 AGV가 운반한 박스 안의 부품으로 조립 작업을 한다. 한 박스에는 차량 한 대에 필요한 부품만 담았다. 이 회사의 부품 자동공급 비율은 70%다.

 이해진 상무는 “모든 부품을 라인에 깔아놓으면 시간·인력을 낭비하지만 AGV에서 부품을 꺼내 쓰면 작업자가 해당 부품이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 오류를 줄이는 것은 물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 덕분에 부산공장에서는 9km에 이르는 조립라인에서 6개 차종을 섞어서(혼류) 생산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드문 사례다. 이날도 SM3→SM5→QM5→닛산 로그→SM3 전기차→SM7이 한 조립라인에서 움직였다. 작업자들은 각자 위치에서 다가온 모델에 맞춰 부품을 조립하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95년 입사한 조형태 생산과장은 “작업자 입장에서는 귀찮고 힘들지만 6개 모델을 혼류 생산하는 게 우리가 살아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한 라인에서 한 차종만 만들면 많이 팔리는 차종 라인은 바쁘고, 덜 팔리는 차종 라인은 한가하다. 하지만 한 라인에서 모든 모델을 만들면 수요에 따라 계획적·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립라인 근로자간 갈등이 사라진 것도 이 시스템의 장점이다.

 이런 품질 제일주의는 르노삼성차가 부활하는 원동력이다. 2010년 27만1479대에서 2013년 13만1010대까지 추락한 판매대수를 지난해 16만9854대로 끌어올렸다. 올 5월까지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87% 상승했다. 2011·2012년 내리 적자를 내다 2013년(445억)과 지난해(1475억) 흑자로 돌아섰다. 3년 전 800여명의 근로자를 명예퇴직시켰을 정도로 위기에 몰렸던 데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실적 상승을 이끈 건 지난해 8월부터 위탁 생산한 로그다. 부산공장은 2019년까지 로그 40만대를 만들어 북미로 수출한다. 모회사인 르노는 전 세계 44개 공장 중 품질·생산성이 높은 곳에 생산 물량을 배정한다.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만 1만8000여대를 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는 전량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한다. 부산공장은 그룹 내 품질 경쟁력이 3위인 점을 인정받아 로그 물량을 따냈다. 이 상무는 “부산 공장이 경쟁력을 잃으면 언제든 로그 생산 물량을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있다”며 “우리의 경쟁사는 현대기아차가 아니라 르노그룹 내 전 세계 공장”이라고 말했다.

 직원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잔업·특근을 하면서다. 올 초에는 250%의 상여금도 받았다. 이 상무는 “그 동안은 직원들도 위기인 줄만 알았지 어떻게 극복할지 몰랐다. 이제는 직원들도 어떡해야 살아날지 안다. 오로지 ‘퀄리티(quality)’다”고 말했다.

부산=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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