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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진주' 강수일, '슈'의 남자가 되다

강수일. 사진=일간스포츠




강수일(28·제주)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여명(黎明·희망의 빛)' 이다. '여명' 은 그의 별명이기도 했다. 슈팅을 하면 골대 옆에 세워놓은 숙취해소 음료(여명808) 광고판만 맞춘다고 해서 얻은 불명예스런 별명이다. 예전엔 그만큼 골 결정력이 좋지 않았다.



강수일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축구대표팀은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랍에미리트와 평가전을 갖고, 16일 태국 방콕에서 미얀마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1차전(JTBC 단독중계)을 치른다. 울리 슈틸리케(61) 대표팀 감독은 평가전에 이어 미얀마전에 출전할 23명의 명단을 1일 발표했다.



구자철(26·마인츠)은 기초군사훈련, 기성용(26·스완지시티)은 부상으로 빠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강수일을 포함해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국내파를 대거 선발했다.



공격수 강수일은 생애 두 번째로 대표팀에 뽑혔다.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는 독일 출신의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2월 대표팀 제주 전지훈련 때 강수일을 처음 발탁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던 백인 혼혈 장대일(40)에 이어 강수일은 혼혈 선수로는 두 번째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강수일은 지난 1월 아시안컵 최종명단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A매치 출장은 '0'이다. 6개월 만에 강수일을 다시 뽑은 슈틸리케 감독은 "강수일은 측면 뿐만 아니라 중앙 공격수로 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제주 전지훈련 때 상당히 의욕적이었고, 축구 이해도도 높았다"고 말했다.



사진으로만 얼굴을 본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강수일은 어릴적 싸움꾼이었다. '깜둥이'라고 놀리는 아이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이웃 학교에 싸움하러 갔다가 우연히 축구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그가 어릴적 미국으로 홀연히 떠났다. 홀어머니는 노인 병수발까지 하며 아들을 키웠다. 강수일은 동두천에서 인천까지 왕복 6시간을 기차와 전철을 갈아타고 다니며 축구에 매진했다. 2007년 연봉 1200만원에 번외지명으로 K리그 인천에 입단한 강수일은 2007년 2군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하지만 갑작스런 스포트라이트는 독이 됐다. 강수일은 2007년부터 7시즌 동안 16골에 그쳤다. 2011년 강수일을 영입한 박경훈(54) 전 제주 감독은 "수일이는 남들보다 팔다리가 긴 좋은 체격(1m84㎝·74㎏)을 지녔지만 골결정력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박 전 감독은 "벤치에서 대기하던 수일이는 후반 교체 기회가 찾아오면 적극적으로 나섰다. 5분 밖에 못 뛰어도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일이는 미워할 수 없는 선수"라며 "언젠가 수일이에게 '꼭 대표팀에 뽑혀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 달라'고 당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강수일은 지난해 임대선수로 포항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아시아 최고 스트라이커 출신 황선홍(47) 감독 지도 하에 6골을 터뜨렸다. 올해도 흑진주처럼 빛나고 있다. 12경기에서 5골(득점 6위)·1도움을 기록 중이다.



프로축구연맹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강수일은 올 시즌 '슈팅당 유효슈팅' 0.5개(24개 중 12개), '유효슈팅당 득점' 4.8개당 1골을 기록 중이다. 불과 2년 전인 2013년 강수일은 총 슈팅 33개, 유효슈팅 11개, 1골에 그쳤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요즘 수일이의 경기력이라면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강수일은 인천 전·현직 동료들과 '아미띠에(Amitie·프랑스어로 우정이란 뜻)'란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자선경기를 열면서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강수일은 "실력이 모자란 내가 가진 건 배고픔과 절실함 밖에 없다"며 "나를 보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더 큰 희망을 품을 것 같다. 아이들이 편견 없는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일의 롤 모델은 1998년 월드컵 우승을 이끈 티에리 앙리(38·프랑스)다. 강수일의 또 다른 별명은 'K리그 앙리'다. 앙리처럼 스피드와 탄력이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강수일은 "앙리의 골결정력을 닮고 싶다. 무엇보다도 앙리의 환한 미소가 좋다"고 했다. 'K리그 앙리' 강수일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여명'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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