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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의 시시각각] 청와대 관저 사용법

박승희
정치부장
한국 정치가 위기다. 보통은 청와대와 야당이 싸우는데, 집권 중반인데도 당·청 갈등이 일상화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으로 싸움은 행정부 대 입법부로 커졌다. 안타까운 정치 부재의 한복판에 대통령이 있다. 노무현·이명박에 이어 여의도와 싸우는 세 번째 대통령 시대를 맞았다. 유럽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미국이 쇠퇴하지 않으려면 대통령제를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과 의회가 싸우기만 하는 현재의 대통령제로는 미국의 문제를 풀 수 없으며, 미래가 없다는 얘기였다. 그의 촌철살인은 지금 한국에 더 절실하다. 위기의 순간에 ‘국회를 다루는 대통령의 5계명’이라도 소개하는 건 책임감의 소산이다.



 ①내 편 숫자를 부풀리지 말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51.6%였다. 48%는 문재인을 찍었다. 박 대통령의 현 지지율은 40%다(5월 넷째 주 한국갤럽 조사). 투표와 여론조사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무식하게 빼면 2012년 선거 때보다 10%포인트 이상이 지지를 철회했다. 현직 대통령이 하는 일을 옳다, 잘했다고 하는 사람보다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앞으로 이 비대칭은 점점 더 커진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이 비대칭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②국회는 독립채산제다.



 박정희 시대의 국회와 박근혜 시대의 국회는 맹세코 다르다. 앞의 국회가 대통령의 숭고한 뜻을 실현하기 위한 돌격대 역할을 기꺼워했다면 지금의 국회는 독자 생존을 꿈꾸는 생명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지 않는 60%는 여의도로 몰리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위헌 논란이 뻔한, 도대체 연금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도 모를 ‘망할 놈의’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건 이런 구조의 산물이다. 억울하지만 현실이다.



 ③설득하고, 또 설득하라.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일은 국회가 도와줘야 빛을 볼 수 있다. 보름 뒤 박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만날 오바마 대통령도 시행착오를 거쳤다. 3억 명이 사는 미국에서 흑인은 13%, 4100만 명에 불과하다. 13% 출신 대통령이 정책을 펴려면 설득밖에 없었다.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반대하는 하원의원을 에어포스원에 태워 설득했고, 의회 표결을 앞두곤 인도네시아·호주 방문을 연기한 채 반대파 의원들을 만났다. 의원들의 학연·지연에 따라 부통령, 비서실장, 국가안보보좌관까지 동원해 맨투맨을 했다. 그래도 잘 안 되는 게 대통령의 개혁이다.



 ④임대 물건들을 활용하라.



 청와대 관저를 들어가 봤다. 물론 이 정부 때가 아니라 훨씬 전이다. 산 속 암자처럼 고요했다. 관저 뒤 언덕에선 세종로를 오가는 사람들이 내려다보였다. 늦은 밤, 사위(四圍)가 적막한 시간에 거기 앉으면 발아래 사람들이 다 속물들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와대 관저는 대통령 소유가 아니다. 5년 임대다. 잘 쓴 뒤 다음 세입자에게 넘겨주는 거다. 연금개혁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 의원이 청와대 관저나 집무실에서 대통령을 만났다는 얘길 듣지 못했다.



 ⑤책임지는 대통령은 이긴다.



 2009년 성탄절 항공기 테러 미수사건은 9·11을 기억하는 미국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항공기 보안과 검색, 테러 용의자 첩보 수집 등에서 구멍이 뚫린 결과였다. 2010년 1월 7일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로 시작됐다. 그는 “내가 남 탓을 할 수 없는 건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연설로 테러 미수사건에 문책을 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중요하다. 메시지는 듣는 사람이 공감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메시지가 된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간단하고, 명료하다. 하지만 들리는 것과 이해하는 건 별개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서 부족한 건 책임과 공감이다.



박승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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