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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우리가 남이가

주철환
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
검색창에 ‘박수만’이라고 치니 ‘박수만 칠 일 아니다’ ‘박수만 칠 수 없는 이유’ 같은 제목들이 등장한다. 원하는 정보가 아니다. 지금 내가 궁금한 건 고유명사 ‘박수만’. 노래 360만 곡을 ‘공짜로’ 제공한다는 기사의 주인공이다. 스마트폰 음악앱 ‘비트(Beat)’의 창업자다.



 이번 학기 과목 중 하나가 ‘문화콘텐츠 창업 연습’이다. 사례들을 찾아 아이디어 창출은 물론 험난한 창업 과정을 살피고 그 속에서 영감을 얻는 수업이다. ‘비트’는 지금 떼돈을 버는 상황이 아니다. 누적 회원 3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적자다. 적자생존보다는 흑자생존이 절실할 텐데 인터뷰를 읽어 보니 색깔 바뀌는 건 시간문제인 듯하다. 박 대표는 라스베이거스의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무료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판도라’를 접하고 ‘지옥에서 천국을 본 느낌’을 받았단다.



 내가 예측하는 지옥은 말이 많은 곳이다. 천국엔 말 대신 음악이 많다. 그러니 비트는 천국에 가까운 곳이다. 무료로 천국에 갈 수 있을까. 박 대표는 광고에서 답을 찾았다. 15~20초 동영상 광고를 먼저 봐야 음악채널 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30분에 한 번 오디오 광고도 나온다. 그 계획과 계산에 투자자들도 공감했다.



 요즘 TV는 음악보다 음식을 더 챙긴다. 음식을 앞에 두고 떠드는 프로가 유난히 많다. 온갖 양념소스가 춤을 추는 와중에 생수병 하나가 눈에 띈다. 용량은 딱 5분. 그것도 평일 오후 10시55분이다. 다른 지상파에선 미니시리즈 주인공이 연인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에 ‘한가하게’ 일반인들이 둘러서서 노래 부르는 시간을 마련한 한국방송공사의 배포가 신선하다. 제목도 소탈하다. ‘국민대합창 우리가(歌)’.



 합창이 끝나면 ‘뉴스라인’이 이어진다. 화가 잔뜩 난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에서 하루에 5분만 합창소리가 울려 퍼지면 어떨까. ‘저 사람들도 인간이구나’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화음을 맞추다 보면 상대방 입장도 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선곡하느라 싸우는 건 설마 아니겠지.)



 ‘우리가’ 뒤에는 ‘남이가’라는 말이 철없이 따라온다. 속 좁은 사람들끼리 나누던 귓속말을 합창으로 펼치는 건 어떨까. 취지는 이렇다. “우리 서로 남의 나라 사람 아니고 같은 나라 사람이고 더구나 같은 인류(만물의 영장)인데 어찌 그리 맨날 다투기만 하는가. 그러고도 ‘박수만’ 받으려 하는가.”



주철환 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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