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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챌린저 & 체인저] 한컴, 죽다 살아났죠 … 매년 ‘기록’ 쓰고 있습니다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합병(M&A)한 뒤 ‘알짜’ 회사로 탈바꿈시킨 김상철 회장. 그는 “역량 있는 기업을 인수해 더 좋은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나의 M&A 철학”이라며 “M&A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지난 2010년 한글과컴퓨터(한컴)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한컴의 회생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때 ‘국민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사랑을 받았지만, 만연한 불법 복제·다운로드로 경영이 나빠지며 8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여기에 당시 경영진들이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까지 받으면서 코스닥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⑫ M&A로 9번째 주인 …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
무차입 경영, 모바일·클라우드 제품 …
매출 762억 회생, 4년 연속 최대실적
“잠재력 보고 M&A … 한계 돌파 가능”
해외판 워드에 핀테크 사업 계획도



 초라한 퇴장을 맞기 전 9번째 새 주인이 나타났다. 당시 보안업체 소프트포럼을 이끌던 김상철(61) 한컴 회장이 회사를 전격 인수한 것이다. 그는 “수익을 낼 구석이 없는데 너무 비싸게 인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며 “그러나 한컴은 독자적인 SW 기술에 우수한 ‘맨파워’를 보유하고 있었고, 여기에 소프트포럼의 보안 시스템을 융합시키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으로 봤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한컴을 인수하자마자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모든 금융부채를 없애고 무차입 경영을 선언했다. 거래처에는 바로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면서 신뢰를 회복했고,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잔뼈가 굵은 이홍구 대표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해 안정을 꾀했다.



 성장 동력 확보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글로벌 종합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했다. PC기반에서 벗어나 모바일·클라우드를 겨냥해 제품을 다각화했고, 주요 제조사에 SW를 공급하면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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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 이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났다. 2010년 108억원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은 2011년 214억원으로 거의 갑절이 됐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다. 한컴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덕분에 2010년 4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현재 1만8000원대로 올랐다. 근무환경과 복지를 개선한 덕에 사람도 몰리고 있다. 인수 이후 총 270명의 직원이 새로 들어왔다. 전체 직원 수의 3분의 2가 넘는다.



 그는 “직원들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하고,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기에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며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직원과 주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의 첫 직장은 금호전기였다. 행정학과를 졸업한 터라 이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1978년 입사해 줄곧 영업 바닥을 뒹굴었다. 고객에게 신뢰를 파는 것이 최고의 영업이라는 걸 현장에서 배웠다.



 영업본부장으로 있던 1997년, 회사가 어려워지자 금호전기의 사업부 중 하나였던 금호미터텍(현 두레콤)을 종업원지주회사 형식으로 떼어 내 독립했다. 5년 뒤 인수 비용 100억원을 갚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외환위기가 터졌다. 막막했다. 때마침 라트비아가 계측기 사업을 국제 공개 입찰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길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김 회장은 “외국 경쟁사처럼 홍보할 돈이 없다보니, 영향력을 행사하는 심사위원들을 한 명씩 발품 팔아 접촉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낮에는 집으로 찾아가 선물을 쥐어줬고, 저녁에는 술자리를 함께 하는 한국식 영업을 두 달간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라트비아 계측기 사업은 그에게 돌아갔고, 인근 국가들로의 수출길까지 열렸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2000원에 육박하다보니 돈이 금새 모였다. 5년 내에 갚아야할 인수비용 100억원을 1년 반만에 완납할 정도였다. 이때 축적한 자금으로 그는 M&A 시장에 뛰어들어 사세를 키워나갔다. 현재 그는 한컴을 주축으로 MDS테크놀로지, 소프트포럼, 다윈텍, 두레콤, APS코리아 등 1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김 회장은 “창업 초기에는 기술개발, 영업, 해외 진출 등으로 어느 정도 덩치를 키울 수 있지만, 곧 한계에 다다른다”며 “이런 기업 성장의 한계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M&A”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M&A를 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시장을 넓히고, 혁신할 수 있다”며 “M&A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그를 ‘기업 사냥꾼’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이를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되레 “GE·구글을 비롯해 IBM·오라클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M&A로 성장했다”며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이젠 M&A의 순기능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M&A를 할 때 대부분은 기업의 숫자에 집착하지만, 나는 그 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 그리고 시너지 효과를 먼저 생각한다”며 “이젠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인 M&A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신성장 동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012년 이미지 편집 SW인 ‘이지포토’, 2013년 영국의 모바일 프린팅 기업 ‘소프트웨어 이매징’, 최근 임베디드 SW 기업인 ‘MDS테크놀로지’ 등을 잇달아 인수한 것도 이런 M&A 철학이 방영된 것이다. 덕분에 한컴은 ‘오피스-보안-임베디드 SW’로 이어지는 핵심 기술을 보유해 세계적인 IT기업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는 올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가 꿈꿔온 ‘국경 없는 오피스 프로그램’의 첫단추로 오는 7월 ‘H워드’를 출시하는 것이다. 각 나라의 어순·관습의 차이를 반영해 아랍·러시아·남미 버전 등으로 각기 다르게 개발했다. 그는 “자동번역·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한국어를 입력하면 전 세계 언어로 자동 통·번역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관계사들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IT와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사업에도 진출한다”고 설명했다.



 한컴과 여러 관계사의 본사로 쓰이는 경기도 판교의 ‘한컴타워’에는 건물 중심부를 터서 만든 정원이 있다. 10층과 11층을 잇는 공간의 계단을 따라 다양한 꽃과 나무가 조성돼 있고, 새와 물고기도 있어 작은 숲 속에 온 느낌을 받는다. 늘 포근한 기온에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이 곳은 직원들의 인기 휴식처다.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위해 그가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작은 배려다. 사회공헌에도 관심이 많다. 화이트해커를 양성하는 해킹방어대회인 ‘코드게이트’를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우리 문화 지킴이’ 명예회장, ‘2016 국제 로터리 서울대회’ 협동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기업가 정신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 열정과 도전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대외적으로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을 만드는 게 경영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글=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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