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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어지럼증·감각이상 … 가벼운 증상 방치하다 영구장애

손 저림·떨림 증상이 있는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점차 감각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조차 힘들다. 증상이 시작되는 조기에 진단 받는 게 중요하다.




다발성경화증 제대로 알기<상>
완치 불가능한 진행성 질환
여러 증상 동시에 나타나기도
조기 진단, 꾸준한 치료 중요

천의 얼굴을 지닌 질환이 있다. 중추신경이 서서히 손상돼 신체 장애로 이어지는 난치성 희귀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이다. 중추신경 여기저기에 염증이 생겨 눈·팔·다리 등 다양한 부위에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다른 질환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크다.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장애를 얻는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지만 국내 인식은 턱없이 낮다. 지난달 27일은 세계 다발성경화증의 날이다. 이를 계기로 다발성경화증의 주요 증상과 치료법을 2회에 걸쳐 알아본다.



평소 가벼운 어지럼증을 호소했던 20대 대학생 이진경(가명)씨. 어느 날 팔·다리 저림 증상이 찾아왔다. 얼마 후엔 안쪽 팔의 감각까지 둔해졌다.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던 그는 지금 진로를 바꿔야 할 상황이다. 컴퓨터 자판을 치기 어려울 만큼 몸 상태가 나빠져서다. 이씨의 꿈을 꺾은 건 바로 다발성경화증. 만성 신경면역계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발병률이 낮아 병명을 아는 사람조차 드물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민주홍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은 국내에서 난치성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며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조기 진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발성경화증은 뇌·척수·시신경 등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중추신경 여기저기에 염증이 생겨 조직이 점차 딱딱하게 굳는다. 면역체계가 왜 중추신경을 공격하는지에 대해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절연물질인 수초의 손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20~40대 주로 발병, 국내 환자 증가 추세



다발성경화증은 20~40대 젊은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전 세계에 약 250만 명의 환자가 있다. 국내 환자는 10만 명당 3.5명으로 드물다. 민 교수는 “이 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같이 작용하는 병”이라며 “유병률이 우리나라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발성경화증은 신체 여러 부위에 증상이 나타나고, 환자마다 증상의 강도와 지속시간이 다르다. 시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눈에 통증이 있고 시력이 떨어진다. 척수에 염증이 생긴 환자는 팔·다리 감각 이상이나 마비, 대소변 장애가 온다. 뇌에서 병변이 발견될 때는 안면 마비, 감각 이상, 발음 장애 등이 나타난다. 여러 증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사례도 많다. 이렇다 보니 시신경염·척수염·뇌경색 등으로 오진하기도 한다. 특히 발병 초기에는 피로, 어지럼증, 집중력 감소를 경험한다. 평소 느끼는 증상이라 조기 진단의 기회를 놓치기 일쑤다.



보행·인지장애로 일상생활 어려워



진단은 증상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영상을 기초로 한다. 여기에 신경계 이상을 알아보는 뇌척수액검사와 시신경 기능을 보는 유발전위검사를 보조적으로 시행한다. 다발성경화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은 혈액검사로 감별한다. 다발성경화증은 완치가 불가능한 진행성 질병이다. 더욱이 진행 과정을 예측하기 어려워 평범한 일상생활을 누리기 힘들다.



 다발성경화증국제협회가 2013년 100여 개국 46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5%가 다발성경화증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그만둔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젊은 성인 환자는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 스스로 생활하는 것,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민 교수는 “진단을 받은 지 5년 이내인 환자는 보행 장애를 가장 불편해하고, 15년 이상 지난 환자는 인지기능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없다는 현실에 우울감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부작용 없는 치료제로 장애 최소화



다발성경화증의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니다. 한번 손상된 중추신경은 되살아나지 않는다. 대신 약물요법을 통해 재발을 줄이고 장애를 최소화한다. 다발성경화증은 증상 완화와 재발이 반복된다. 치료를 게을리하면 5~10년 후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장기 치료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제 선택이 필수다. 감기 유사증상, 피로감, 우울증 같은 약 부작용은 치료의지를 꺾는 주범이다. 치료제마다 부작용 증상과 정도가 다르다. 약물치료 중 느끼는 불편함을 의료진에게 알려 부작용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환자는 다발성경화증을 만성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약물요법으로 꾸준히 관리하면 재발률을 낮추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바이러스 감염도 항상 주의한다. 민 교수는 “국내에서는 인식 부족 탓에 죽는 병으로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며 “재발 횟수를 줄이고 이상반응이 적은 치료를 받으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이런 증상일 때 다발성경화증 의심해야

● 손발이 저리고 떨리며, 몸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 시야가 혼탁하고, 눈동자를 돌릴 때 통증을 느낀다.

● 균형을 잡기 어려워 보행이 불안정하다.

● 몸이 동상에 걸린 것처럼 무감각하고 바늘로 찌르는 느낌이 든다.

●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몸이 피로하다.

● 소변이 급한 느낌이 자주 들고 소변을 본 후 잔뇨감이 심하다.

● 말투가 어눌해지고 단기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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