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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메르스 방역, 모두의 관심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외래병 방역체계가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환자가 어제 한 명 더 추가돼 감염자가 총 13명으로 늘었다. 13번째 환자는 12번째 환자가 확진받기 전 병원에서 간병했던 배우자였다. 이로써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1002명)·아랍에미리트(76명)·요르단(19명)에 이어 세계 4위의 메르스 환자 보유국이 됐다. 통상 보름 정도로 알려진 잠복기를 감안하면 환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보건당국은 이번 주를 최대 고비로 본다. 지난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격리·관찰 대상자가 120여 명인데, 그물망에서 빠진 이들이 있다면 자칫 3차 감염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의료강국 ‘메디컬 코리아’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 외래병 방역 시스템의 허점이 고스란히 노출돼 국제 의료계가 의아해할 정도다. 주변 환자와 의료인에 이어 최초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의 다른 병실 환자까지 감염된 것은 방역체계 자체가 작동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환자인 아버지를 문병했던 40대 회사원이 의심환자 상태에서 중국 출장을 갔다가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은 더 충격적이다. 메르스와 유사한 사스로 7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던 중국과 홍콩은 3차 감염을 우려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공식 항의는 아직 없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메르스를 수출하려는 것이냐. 당장 데려가라”며 격앙된 모습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한국 여행을 제한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사태를 주시한다. 구멍 난 방역으로 이웃 국가에 민폐를 끼치고 전염병 요주의 국가로 국격(國格)이 떨어질까 염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내놓는 대책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주무 책임자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심환자가 중국 출장을 떠난 사실을 확인한 29일에야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망각한 발언이었다. 그러고선 메르스방역대책본부를 중앙메르스대책본부로 격상하는 부산을 떨었다. 전염병은 초동 대응이 생명인데 열흘이 지나서야 대응팀을 꾸린 것은 뒷북 행정의 전형 아닌가.

 보건당국은 반성은커녕 메르스 확산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떠넘기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어제 대책본부는 첫 브리핑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은 엄중 처벌하겠다”고 했다. 행적을 숨긴 감염 환자나 의심 신고를 하지 않는 의료진은 법적(200만원 벌금형)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은 데 이은 강경 대응이다. 물론 국민도 불안해하지만 말고 차분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감염이 의심되는 데도 해외출장을 가거나, 환자 접촉 사실을 숨겨서는 안 된다. 더더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어느 병원이 위험하다”는 식의 괴담 유포는 삼가야 한다. 국민 스스로 공포를 키우는 자해 행위다.

 메르스 사태는 외래병 방역체계에 대한 우리의 ‘국제종합성적표’로 볼 수 있다. 초기 대응 실패, 허술한 방역망, 정보 부족이란 낙제점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 따라서 의료 국격을 회복하려면 총력 방역 태세로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인력·시스템·장비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글로벌 기준에 적합한 방역체계 정비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주무 책임자인 문형표 장관을 포함한 관련 공무원의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히 가려야 한다. 그러라고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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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