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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꼬리인 시행령이 머리 흔들어” vs 청와대 “정부 입법 권한 침해”

‘국회법 개정안’ 처리 논란은 국회와 정부 간의 해묵은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동안 대통령령·부령 등 시행령이나 고시·지침과 같은 정부의 행정입법이 이보다 상위 법령인 ‘법률’의 권한을 침해해 왔다는 입법부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이 대표적이다. 당초 누리과정 예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영·유아교육법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지난 13일 한 해 4조원 규모의 이 사업을 각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의무 편성토록 관련 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 외견상으론 법률에서 규정한 내용을 하위 법률인 시행령에서 뒤집은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 일각에선 ‘마치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격’이라며 정부 성토에 나섰다.

19대 국회 내내 행정 입법에 대해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해 11월 이례적으로 “정부의 행정입법이 상위 법령인 법률을 훼손하는 이른바 법령의 ‘하극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행령이 변질된 경우 정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시정요구권’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갈등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정부가 마련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에서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진상 규명을 맡는 주요 보직인 조사1과장에 검찰 서기관을 파견한다는 대목이 문제가 됐다. 야당은 독립적인 조사를 보장한다는 세월호특별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문제는 국회와 정부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졌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다루는 여야 협상에까지 불똥이 옮겨붙었다. 결국 이는 정부의 시행령 등에 대해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사안으로 둔갑해서 등장했고, 야당의 주도와 여당의 동조로 심야 본회의에서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협상 이후 쏟아진 위헌 지적에 대해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국회의 요구에 대해 행정기관이 지체 없이 처리한다’란 원래 규정에서 강제성을 띠는 ‘지체 없이’란 표현을 삭제한 데다 ‘처리’라는 표현이 반드시 ‘수용’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행정부가 국회의 시행령 수정 요구를 거부하더라도 이를 ‘처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본지 통화에서 “설사 정부가 수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요구만 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오히려 상위법의 취지에 반하는 행정입법이 더 문제라며 청와대 측의 위헌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행정부가 시행령은 우리 것이라며 법의 의도를 벗어나는 범위에서 (시행령을) 만들면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판사 출신인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은 “국회가 행정부의 시행령 등에 대해 시정을 강제하는 것은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여당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이 법안마다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시행령마저 국회가 간섭하게 되면 정책을 펼 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어지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제 관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지난 29일 “국회법 개정은 행정 입법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여러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황교안 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앞둔 마당에 박 대통령이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황 총리를 통해 사정 정국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복안”이라며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해 의회, 특히 새누리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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