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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도 노후에 다음 세대 신세 지는 게 국민연금”

최정동 기자
29일 새벽 공무원연금 개혁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이 서로 격려해주고 있다. 김성룡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논란 끝에 통과됐다.
“노무현 정부 때 국민연금 개혁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30∼40년 후에나 일어날지 모를 일을 앞당겨 해결하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번에도 뭣 때문에 이렇게 급작스럽게 개혁을 한다고 요란인지 모르겠다. 이번 개혁으로 연금 재정이 당장 충실해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 개혁의 핵심은 뭔가.
“처음부터 연금 설계가 잘못된 게 문제였다. 20년 근속 기간만 채우면 연금이 나오지 않나. 상당수의 공무원은 정년까지 근무하지 않는다. 20년 근속 채우고 50세 즈음에 퇴직해 그때부터 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이 많아 재정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민간 보험에선 정해진 기간 동안만 연금을 받지만 공무원연금은 죽을 때까지 받는다. 그러니 애당초 적립식(연금 가입자들로부터 걷어들인 돈을 적립해 운용한 기금에서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만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없었던 게 한계였다.”

공무원연금 개혁, 또 문제 불거질 것
-공무원연금도 부과식(매년 필요한 연금 재원만큼 가입자들로부터 걷는 방식)을 적용해야 하나.
“공무원은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니 따지고 보면 연금으로 내는 돈이나 받는 돈이나 모두 세금이 재원이다. 적립식으로 거둔 기금에다 재정을 지원하거나 부과식으로 바꿔 공무원 월급에서 돈을 더 걷으나 그게 모두 다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니 마찬가지다. 공무원연금의 설계를 이제부터라도 새로 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이 문제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원래 박봉이었다. 생계비도 안 되는 봉급을 받는 현실을 감안해 인센티브 차원에서 도입한 게 공무원연금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후 공무원만 퇴직 후에 연금을 꼬박꼬박 받고 다른 대부분의 직종엔 연금이 없으니까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언론도 가세해 공무원들이 뭐 대단한 혜택을 받는 것처럼 돼 버렸다.”

-공적연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보험을 민간 생명보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게 문제다. 기본적으로 공적연금은 세대 간 소득 재분배가 목적이다. 옛 시절에 부모가 자식을 여럿 낳는 건 노후를 자식에게서 보장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산업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그런 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자 사회 공동체에서 그 역할을 대신 맡게 된 것이 바로 연금제도다. (국민연금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고들 하는데 그 미래 세대도 늙으면 그 다음 세대에게 신세를 질 수밖에 없지 않나. 현재의 젊은 세대가 노후 세대를 먹여 살린다는 인식이 하루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어 2060년께엔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다고 연금제도를 없앨 수 있나. 절대로 못 없앤다.”

-하지만 연금이 고갈되는 사태가 정말로 닥친다면 문제 아닌가.
“(탁자를 치며) 그런 식으로 미래를 자꾸 팔아 먹지 말라, 이거다. 자꾸 미래 세대 운운하는데 정치인들이 이렇게 (현 세대는 뒷전이고) 미래 세대를 강조하는 나라를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세대 간 도적질이면 공적연금 다 없애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세대 간 도적질’ ‘세금 폭탄’이라는 표현을 썼다.
“상식을 벗어난 이야기다. 연금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이나 할 소리다. 내가 노인 세대를 먹여 살렸기 때문에 나도 노인이 되면 후세대에게서 받을 권리를 갖게 되는 거다. 은퇴한 노인 세대가 일하는 젊은 세대에게 의지하는 게 도적질이라면 공적연금 같은 건 다 없애버려야 하질 않나.”

-그럼에도 후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작업은 필요하지 않나.
“지금 국민연금 보험료율(기여율·월급에서 보험료로 내는 돈의 비율)이 9%인데 그 수준으론 연금을 유지할 수 없다. 이를 꾸준히 높이는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기금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는 것도 고민이다. 2040년께엔 2000조원이 넘게 쌓인다. 이렇게 돈을 쌓아 놓고선 보험료 올리자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할 것이다.”

-국민연금으로 내는 돈과 받는 돈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보험료율은 15%까진 올라야 한다. 소득대체율(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을 연금액 비율)도 현재의 40%론 노후 생활이 안 된다. 지금은 최고 145만원밖에 못 받는다는데 이는 최저생계비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생계를 걱정하는 빈곤 노인이 50% 가까이나 되는데 정치권이 그들을 길바닥으로 내몰면 되겠나.”

-국민연금도 결국 받는 만큼 걷는 부과식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현재의 고령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기금을 쌓아 놓는 건 의미가 없어진다. 국민연금이 지금은 기금이 쌓여 적립식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부과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걷는 보험료에서 연금을 지급하고도 돈이 남으니까 기금이 쌓이는 거다. 논란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부과식을 주축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도 1957년에 연금제도를 개편하면서 완전부과 방식으로 바꿨다.”

-인구구조의 개선도 시급하다.
“맞다. 출산율 저하가 계속되면 그 어떤 제도도 작동할 수 없다. 연금 개혁보다도 출산율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더 큰 문제다. 지금처럼 부부당 1.15~1.2명으론 어림없다.”

-국민연금 시작 당시 설계엔 문제가 없었나.
“88년에 국민연금이 시작됐지만 사실 그 이전에 은퇴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세대다. 그해부터 바로 걷은 보험료에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당시 정책 결정자들이 국민연금을 민간 보험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바람에 돈이 한동안 쌓이기만 하고 나가질 않았다. 정부는 기금의 50%를 재정에서 가져다 쓸 수 있도록 정해놓은 데 이어 이를 75%로 올리자는 얘기까지 할 정도로 제 돈처럼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당시 정책 결정자들은 사회보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

국민연금 초기에 사회보장 주력했어야
-화제를 바꿔보자. 박근혜 대선캠프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주도했다. 현 정부의 이행 수준을 어떻게 보나.
“아 그 얘긴 안 하려 한다. 경제민주화란 말이 선거 끝나고 사라져 버렸는데 무슨…. (잠시 생각한 뒤) 거꾸로 가는 모습이 더 크다. 이번에 서울 시내에 세계에서 제일 큰 면세점을 만들고 거기에 삼성·현대가 참여한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무슨 경제민주화냐. 언론이고 정치권이고 그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무척 답답한 모양이다.
“나이가 일흔 후반으로 접어들다 보니 답답할 것도 없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갈 데까지 가면 해결책이 나온다는 거다. 사회라는 것이 일방적으로만 굴러가진 않기 때문이다.”

-평생 일관되게 경제민주화를 주장해 왔다.
“자본주의 사회가 안정을 가져오려면 경제민주화를 할 수밖에 없다. 경제가 성장하면 경제세력이 점차 커지면서 결국은 정치세력을 압도하게 된다. 사전에 경제세력을 어떻게 제어할지에 대한 예방적 정책을 정부가 수행해야 한다. 내가 87년 헌법에다 경제민주화 조항을 집어넣은 것도 그래서다.”

-박근혜 정부에 조언한다면.
“내가 정치에 입문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뭘 해보려 했던 게 지난 대선이었다. 그런데 결국 이전 정권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니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 새로운 정책은 취임 1~2년차에 밀어붙이는 거지 이후엔 정책이 고착되기 때문에 뭘 새로 하기가 힘들다. 그나마 경제성장률을 3% 넘는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만족할 만하다.”

-대선이 2년 남았다. 차기 리더십이 해야 할 역할이라면.
“최근 국민 여론조사를 보니 차기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가 주요 이슈가 되리란 예상이 35%에 달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대선캠프가 내놓은 슬로건도 ‘포용적 자본주의(inclusive capitalism)’ 아니더냐. 통일을 위해서도 경제민주화를 통해 우리 사회부터 먼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렇질 못하니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면 우리 사회의 한쪽에선 ‘우리한텐 안 해주면서 왜 저쪽만 퍼주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냐.”

-현 정치권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저 사람은 이제 그만뒀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도 본인은 그걸 모른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젠 물러날 때가 됐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과 토니 블레어 모두 30~40대 때 당 대표가 됐는데 우리는 그게 불가능하지 않나. 그래서 한국 정치가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종인 독일 뮌스터대 경제학 박사.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 박정희 정권이 도입한 의료보험제도를 설계했다. 노태우 정권에서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11·12·14·17대 국회의원. 현 건국대 석좌교수.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손자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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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