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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정치와 술수는 달라 … ‘능력+신뢰 쌓기’가 성공 비결

직장에선 실력만 있으면 될까.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소수파다. 중앙SUNDAY와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의 88.4%가 사내정치(社內政治)의 존재를 인정했다. 게다가 63.3%는 사내정치로 불이익을 받았다고까지 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서열이 강조되는 일본 기업에선 더 심할 수 있다. 일본의 종합 정보업체 리크루트에서 6년 연속 톱 세일즈맨에 올랐던 다카기 고지(高城幸司·51)는 사내정치 탓에 불이익을 당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사내정치의 교과서』를 펴냈다. 퇴사 후 인사컨설팅 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그는 “사내정치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의 경험담은 추상적인 서구의 자기계발서와 달리 우리와 흡사한 사례를 제시해 현실감과 생동감을 준다. 그의 인터뷰와 책 내용을 종합해 직장인과 경영자가 알아야 할 사내정치의 원리를 재구성했다.

점심 메뉴 정하는 것도 사내정치
사내정치가 필요악이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권모술수 부리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찝찝한데, 사람 사는 세상에서 서로 비위가 맞아야 같이 일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는 일종의 체념이겠죠. 하지만 사내정치는 현실 그 자체입니다. 점심시간에 냉면이 먹고 싶은데 상사가 보신탕을 먹자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독불장군 같은 상사라면 집에 있는 ‘해피’를 떠올리면서도 보신탕을 먹을 수밖에 없고, 혹여나 상사가 후배의 환심을 사야 할 입장이라면 냉면을 관철할 수도 있겠죠. 이런 것도 다 역학관계, 즉 사내정치입니다.

사내정치 하면 보통 모함ㆍ배신ㆍ뒷담화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데요. 사실 그런 천박한 술책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사내정치는 장기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보는 눈이 다 비슷비슷해요. 약삭빠르게 처신하는 사람은 금세 들통나죠. 지금 어느 한 쪽에 힘이 실렸다고 그 쪽에 줄을 대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습니다. 힘이 실린 상사 역시 권력을 쥐었답시고 자기 파벌만 챙겼다간 곧 더 높은 분의 눈 밖에 나고 말 겁니다.

중요한 것은 신뢰와 능력입니다. 아마 여러분의 회사에서 누가 능력있는 사람인지는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희소성 있는 전문지식을 갖추고, 실적이 출중한 사람을 파악하는 건 객관적인 일입니다.

이에 비해 사내정치가 작동하는 부분은 주로 ‘신뢰’ 측면입니다. 제가 리크루트라는 대기업에 다닐 때 신규 프로젝트를 제안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다들 호평하길래 그대로 최종 결정을 하는 고위급 회의에 가지고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임원 한 분이 대뜸 “이것 외에 다른 방법도 있잖아” 하며 퇴짜를 놓더군요. 그러자 찬성하려던 다른 임원들도 “그렇네, 이대로 하다간 안 될지도 몰라” 하며 동조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항변은 묵살됐고 결국 다른 팀의 제안서가 채택됐습니다.

나를 모른다고,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은 임원도 문제지만, 저 역시 평소에 기회를 만들어 그 임원에게 인사도 하고 사근사근하게 했으면 잘 풀렸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제가 말하는 신뢰입니다. 능력 있는 사람도 신뢰 여부에 따라 순식간에 능력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신뢰의 저축’을 해야 합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주변 사람 모두에게 ‘저 사람은 머리 굴리지 않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어처구니없는 공격을 받아 무능력자로 몰리더라도 나를 신뢰하는 또다른 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온갖 권모술수를 다 부리는 사람도 출세만 잘하던데? 윗사람은 오히려 능력있는 사람보다 입 안의 혀처럼 구는 사람을 좋아하던데?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못된 짓 하는 방법 몇 가지를. 남을 해코지하라는 게 아니라 나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책들이니 오해하거나 악용하지 않기 바랍니다.

부하는 장악하고 상사는 공략하라
우선 사심(私心)을 대의(大義)로 포장하는 겁니다. 일본 3대 경영자로 추앙받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일본항공 명예회장은 통신업체 다이니덴덴(第二電電ㆍ현 KDDI)을 설립하면서 ‘국민경제를 위한 더 싼 전화요금’이라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물론 그의 목표는 그가 사석에서 털어놨듯 업계 1위 NTT의 독점을 깨고 자기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거였죠. 하지만 사심을 숨긴 저 구호는 먹혀들어 KDDI가 지금의 거대기업으로 발전하는 데 초석이 됐습니다.

흔히 ‘사심 없이 일한다’는 말을 칭찬으로 여기지만, 사심은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큰 원동력입니다. ‘이건 내가 잘 되자는 게 아니라 회사를 위한 것’이라는 식의 대의로 당신의 사심을 포장하세요.

철저하게 현실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내 가십을 활용해서라도 현재 힘이 어느 쪽에 실려 있고, 향후 그 힘은 어느 쪽으로 옮겨갈 것이며, 그 향방에 따라 내 위치와 명성은 어떻게 바뀔 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저 사람이 잘 돼야 나도 산다’며 유력자에 묻어가려는 짓은 최악의 처세술입니다. 또 내 지지기반이 어디인지 명확히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내정치를 좀 안다는 사람 중에 “그럴 땐 이렇게 했어야지” 하며 뒷북을 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절대 귀담아 듣지 마세요. 회사 생활에서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건 없습니다. 각각의 상황과 현실이 다 다릅니다.

이밖에 부하는 장악해야 하고, 상사는 공략해야 합니다. 부하들이 서로 내게 편애받고 싶다고 느끼게 미끼를 계속 던져야 하고, 상사에게는 숨기는 게 없는 부하로 계속 어필해야 합니다. 싫은 상사, 미움 받는 상사에겐 더 잘해야 합니다. 이용해 먹기가 쉽기 때문이죠. 또 부하의 승진은 (사내)정치력의 척도이기도 합니다. 부하를 출세시키지 못하는 상사는 무능력해 보입니다.

반면 부하가 상사를 대할 때는 상사를 바꾸려는 시도를 아예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바뀔 나이가 지났습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절대 상사를 놀라게 하면 안 됩니다.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만 하지 말고 때에 따라선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도 신뢰를 얻는 한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파벌주의에 빠진 조직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파벌에도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하는 게 있고, 적대적인 파벌이 있습니다. 적대적인 파벌 간 항쟁이 벌어지면 다수의 우수 직원들이 피해를 입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최고 권력자는 항상 사내 파벌 구조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체크하고, 피해자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직원 입장에선 일단 파벌이 형성된 이상 중립을 지킬 마땅한 방도가 없습니다. 허무하게 들리겠지만 중립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은 항상 성실하게 맡은 일을 잘하는 것이랍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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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