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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스캔들에도 … 블라터, FIFA 회장 5선

29일 열린 FIFA 총회에서 5선에 성공한 제프 블라터(가운데) 회장이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 [취리히 AP=뉴시스]


제프 블라터(79·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부패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5선에 성공했다.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65회 FIFA 총회에서 블라터는 경쟁 후보인 알리 빈 알후세인(40) 요르단 왕자를 제치고 4년 임기의 차기 회장에 당선됐다.

FIFA 회원국 대표 209명 중 206명이 참석한 투표에서 블라터는 133표를 얻어 73표에 그친 알리 왕자를 제쳤다. 3분의 2 이상 득표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2차 투표를 앞두고 알리 왕자가 기권하면서 연임을 확정했다. 1998년 FIFA의 수장이 된 블라터는 2019년까지 21년간 FIFA를 이끌게 됐다.

그는 당선 연설에서 스캔들을 의식한 듯 “나는 완벽하지 않고,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함께라면 잘 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며 “내가 FIFA를 예전의 위상으로 돌려놓을 책임을 맡았다. 렛츠고, FIFA!”라고 했다.

블라터를 FIFA로 이끈 건 전임 회장 주앙 아발란제였다. 스위스 아이스하키연맹에서 일하며 스포츠계와 연을 맺은 블라터는 스위스의 시계 제조사 론진에서 일하고 있었다. 스포츠 홍보를 담당하며 72·76년 올림픽에 간여하던 그는 아발란제의 눈에 들어 75년 FIFA로 옮겼다. 가디언은 이 ‘이적’이 FIFA의 부패와 직접 관련이 있는 월드컵의 상업화를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81년 FIFA 사무총장에 오른 그는 98년에, 24년간 장기 집권한 아발란제의 뒤를 이었다. 이후 ‘세계 축구의 대통령’ ‘축구 마피아’ 등으로 불리며 20년 가까이 국제 축구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최근 블라터는 측근의 부패 의혹과 월드컵 개최지 선정 잡음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선거 이틀 전인 27일 스위스 경찰이 미국 사법당국의 요청에 따라 FIFA 고위 간부 7명을 체포했다. FIFA 부회장이자 남미축구협회 회장인 에우헤니오 페게레도(우루과이), 북중미·카리브해축구협회 회장인 제플리 웹(케이맨 군도), FIFA 집행위원으로 내정된 에두아르도 리(코스타리카) 등 블라터의 측근들이다.

체포 직후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을 비롯한 14명을 공갈·탈세·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할 방침을 밝혔다. 이어 AP통신은 스위스 검찰도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수사가 차츰 블라터를 향하는 모양새였다.

29일 투표 직전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가장 아름다운 게임의 추악한 면을 봤다. 블라터는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BBC가 “블라터가 FIFA에서 권력을 유지하는 능력은 기적에 가깝다”고 할 만큼 악재투성이였다.

그러나 아프리카·아시아 등 이른바 ‘축구 제3세계’의 견고한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그의 재임 중 아시아(2002년 한국·일본)와 아프리카(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월드컵이 열렸고 이들 국가의 본선 진출 기회도 확대됐다. 축구 약소국 지원에 막대한 예산도 쏟아부었다. 2018년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 언론은 “미국의 수사는 정치적”이라며 블라터를 노골적으로 감싸고 있다.

자리를 지켰지만 블라터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FIFA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센데다 사임하라는 압박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FIFA 랭킹 1~20위 중 13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 국가의 반발이 강하다.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 축구협회(FA) 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블라터가 조직을 이끈 지난 16년간 모든 수준의 부패가 일어났다. 그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포르투갈의 전설이자, FIFA 회장에 도전했다가 지난 1월 중도 사퇴한 루이스 피구는 “블라터가 조금이라도 축구를 생각했다면 재선을 포기했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염치가 있다면 며칠 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리 왕자를 지지했던 유럽축구연맹(UEFA)의 간부들은 6월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만난다. 이 자리에서 UEFA의 대응 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UEFA의 미셸 플라티니(프랑스) 회장은 FIFA 총회 개막 연설에서 “블라터가 재선되면 월드컵 보이콧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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