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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공정한 사회에서 평화가 꽃핀다

5월의 끝이다. 지난 한 달 동안 불교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는 물론이요, 다양한 세미나와 각종 문화행사가 즐비했다. 특히 연등 행렬이 있던 날에는 광화문에서 ‘세계 간화선 무차대법회’까지 열려 전국에서 올라온 신도들과 각 나라에서 초청된 스님들로 광장이 꽉 찼다. 종정 스님을 모시고 그렇게 많은 불자들과 한자리에 모여 있자니 가슴이 벅찼다. 이제는 세계적인 행사가 되어 외국인들도 많이 참여하는 환희로운 연등 행렬이 있어 더 행복했고,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간화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기에 더욱 뜻 깊었다. 짧은 시간 안에 큰 행사를 준비하느라 정말 많은 이들이 힘들었겠지만, 덕분에 잘 치러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표어는 ‘평화로운 마음, 향기로운 세상’이다. 그 주제에 맞게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화제가 됐다. 소수자와 약자,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표명했다. 내 개인적으로는 무차대법회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네팔을 돕기 위해 수많이 불자들이 동시에 ARS 성금 모금을 한 것이 가장 좋았다. 광화문에 모인 30만 불자를 당당하고 떳떳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한반도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 기원도 있었고, 대통령도 메시지를 통해 평화를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출가한 스님들은 늘 평화로운 세상과 행복한 삶을 기원한다. 불교가 이 땅에 전해진 이래 지금까지 스님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온 세상이 평화롭고 나라가 태평하여 국민들이 평안한 천하태평(天下泰平)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염원해 왔다. 내가 행자 시절부터 배운 염불 축원엔 항상 이런 구절이 있었다. 지금도 축원을 계속하고 있다. 말하자면 출가한 스님들은 죽을 때까지 부처님 앞에 설 때마다 평화로운 세상과 이 땅의 안녕을 위해 기도한다는 얘기다. 호국불교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출가자들이 제 아무리 간절히 염원한다 해도 정작 사회 구성원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 세상은 몇몇 사람들이 만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의지로 변해간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유·평등·평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자비롭게 살고자 해도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억압받았다면 분노하는 것이 당연하다. 말하자면 정의롭지 못한 사회, 불공정 사회가 평화를 깨뜨린다는 얘기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미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2013년 12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공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정의란 개인이 사회에 노동력을 제공한 것과 그에 따른 보수 사이의 균형이다. 부패와 특권이 사회의 공공선을 좀먹는다.”

세상에 저 혼자 잘나서 성공한 경우는 별로 없다. 모두의 도움과 인연 속에서 꽃은 피어난다. 그렇기에 평화를 위해서라도, 번영과 안정을 위해서라도 정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옛날처럼 악을 쳐부수는 것만이 정의이고 평화가 아니다. 공정한 사회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든다. 산술적으로 똑같이 나누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정한 분배, 공정한 기회가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 화합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이룰 수 있다.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보내며, 다시 한 번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어본다.

원영 스님 metta4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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