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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광장] 제조업 보릿고개, R&D로 넘자

울산시민은 울산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믿는다. 한강의 기적도 태화강 기적의 확장판이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울산의 역사를 보면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다. 인구 10만 명도 안 되는 어촌도시이던 울산은 1962년 산업화를 기점으로 50여 년 만에 기적 같은 역사를 써왔다. 인구 120만 명(전국 인구의 2.28%)의 도시가 지난해 1000억 달러(전국의 16.1%)를 수출했다. 국내 30대 그룹 주력 기업과 100개가 넘는 세계적 기업, 소득·소비·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1위의 도시가 울산이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을 축으로 발전해온 대한민국 제조업의 수도다.

그런 울산이 흔들리고 있다. 성장속도가 무뎌지고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환율하락과 엔저, 내수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조선해양산업도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한 플랜트와 선박수요 감소, 해상 물동량 둔화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화학 역시 중국의 자급률 확대와 산유국의 시설 현지화 등으로 애를 먹는다. 지난해 7월 울산시장에 취임한 나는 가는 곳마다 이런 현실을 설파하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한다.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부자(富者)가 몸 사린다거나, 제조업은 한물갔다는 말까지.

무엇보다 제조업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시각이 마음을 시리게 했다. 소프트파워 시대엔 제조업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었다. 과연 그럴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제조업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희망이고 미래다. 재정위기를 겪은 유럽이 그 명징한 교훈을 보여줬다. 제조업 기반이 튼실한 독일이 유럽 위기 극복의 주역이 되지 않았는가.

물론 변화는 불가피하다.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처럼 열심히 일만 하는 되는 시대도, 경제성장이 고용을 담보하던 시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조역량을 접목해 울산이 제조·창조업의 도시로 거듭나는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고 있다. 제조업 혁신을 기반으로 신성장산업을 키우고, 연구·개발기능 확충과 인재양성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선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스마트 십(smart ship)을 개발하고, 친환경자동차 부품에 3D 프린팅을 응용하는 등 제조업 융·복합을 통한 경쟁력 강화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원이자 친환경 자동차산업의 근간이 될 수소산업, 2차 전지산업, 그래핀 등 소재산업과 정밀화학을 새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수소산업은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울산은 수소생산 도시이자 관련 인프라를 겸비한 아시아 최대의 수소타운이다. 안전성·경제성·환경성 측면에서 탁월한 강점이 있어 수소시대의 미래를 확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소 승용차·버스를 시험운행하면서 탄소시대 막내에서 수소시대 장남으로 도약하려는 꿈이 영글고 있다.

울산은 창조업 시대를 열기 위해 연구·개발(R&D)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따지고 보면 위기의 본질은 기술에 있다. 기술의 보릿고개가 곧 위기인 것이다. 50년 전 보릿고개를 땀으로 넘어왔다면, 지금 당면한 기술의 보릿고개는 연구·개발 역량 강화로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대학·공공부문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001년 106개였던 기업 부설연구소는 423개로, 연구개발 전담기관은 24개에서 183개로 각각 증가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원천기술개발과 인재양성을 이끌고 있으며, 한국화학연구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도 유치했다.

다른 도시처럼 울산도 갈 길이 멀고 숙제도 많다. 2차 산업 중심의 구조에 3차 산업을 접목해야 하고, 노사문화도 더 유연해져야 한다. 도시 인프라 확충과 저출산 고령화,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량 은퇴로 인한 기술인력 부족에도 대처해야 한다.

이런 과제를 풀기 위한 마중물이 바로 창조적 제조업이다. 반세기 전 마당과 논밭에 공장을 세워 보릿고개를 넘었던 울산은 이제 창조와 혁신의 날개로 더 높이 더 멀리 날 것이다. 울산이 대한민국의 미래인 이유다.

김기현 울산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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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