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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라드의 시대공감] 실수 연발 북한, 혼란에 휩싸인 이유는

5월 들어 북한 김정은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던 계획을 철회했고, 잠수함(잠수함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지만)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인민무력부장을 숙청했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개성공단에 초청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명쾌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평양의 복잡한 속내, 나아가 혼란상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왜 모스크바에 가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러시아가 김정은을 초청하기 이전부터 명백했던 문제다. 김정은은 자신이 기념식에 참석한 수많은 세계 지도자 중 한 명에 불과하고, 푸틴 대통령의 관심을 독차지하지 못할 것을 알았을 것이다. 각국 정상들과 허물없이 교류해야 하고 경호 문제도 생겼을 것이며 일부 정상들은 김정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발언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러시아의 초청을 수락했을 때 의아해 했던 것이다. 만약 김정은이 기념식에 참석했다면 그의 첫 외국 방문이었을 뿐 아니라 1965년 김일성이 인도네시아 반둥 회의 1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이래 북한 지도자가 세계 정상들의 모임에 참석한 첫 사례가 됐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김정은이 초청을 수락했을 때는 명백하지 않았던 문제다. 러시아의 한 고위 관리는 나의 지인에게 김정은이 북한을 비울 경우 정권 찬탈이 일어날 것을 경계해 모스크바 기념식에 불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의 첫 해외 방문국이 러시아가 되는 것이 언짢았던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김정은은 9월에 열릴 중국의 전승 기념식에 참석할 것인데 귀추가 주목된다.

이유가 무엇이든 김정은은 갑작스런 불참 통보로 푸틴 대통령을 언짢게 했다. 북핵 6자 회담 당사국 중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의 입장을 조율하는 한 고위 관리는 내게 “김정은이 참석할 걸로 보였을 때는 러시아가 각종 회의에서 북한을 두둔했는데 불참 통보 이후엔 돌아섰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북한은 나머지 6자 회담 당사국끼리 결속하게 만드는, 자신에 불리한 결과를 내고 만 것이다.

이른바 잠수함 탄도미사일이 기념식 당일인 5월 9일에 발사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김정은은 ‘내가 참석해서 너희들과 어깨를 맞대고 있진 않지만 나를 무시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러시아의 군사지원을 확보할 임무를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숙청도 앞의 두 사건과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와 교류하던 인사를 제거하고 푸틴이 보란 듯이 미사일을 발사한 건 중국이 북한의 3차 핵실험 뒤 원조를 제한하자 중국과 교류하던 장성택을 숙청한 것과 같은 패턴이다.

김정은은 벌써 5명의 인민무력부장을 쫓아냈다. 어느 정권이건 이런 잦은 교체는 정권의 취약성을 나타낸다. 이게 김정은과 군의 관계를 보여주는 건지, 그가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고 완수하지 못하면 자르는 걸 반복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군 고위 간부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군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반기문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마지막 순간에 불허한 것 역시 북한을 어리석게 보이게 만들었다. 북한 내 강경파가 반 총장의 방문을 반대했을 수도 있고, 개성공단 다음엔 평양을 방문하겠다고 할까봐 불안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애초에 초청을 말았어야지 나중에 말을 바꾼 것은 북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처럼 5월 한 달간 북한 안팎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은 우선 북한이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정일 시대의 외부 전문가들은 그와 그의 정책을 증오하긴 했어도 그의 정확하게 계산된 행보에 내키지 않는 존경을 보내기도 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해선 그렇게 말하기 힘들다. 모스크바행을 취소한 것, 반기문 총장을 초청했다 번복한 것은 김정일 시대엔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다.

둘째, 정권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김정은이 정권 찬탈을 우려해 모스크바에 가지 않았다는 러시아 관리의 말을 믿지 않더라도 러시아 정부가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3년 만에 5명의 군 총수를 교체하는 건 어떻게 봐도 안정적이지 않다.

셋째,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어렵게 한다.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북한이 지속적인 정책을 추진할 때도 어렵다. 방문 약속도 수시로 뒤집는데 핵 협상에서 모종의 합의를 한다 해도 그게 지속될 지 어떻게 알겠는가. 현재 북한 정권의 혼란상은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에 따른 것일 수도 있고, 단순 실수일 수도 있다. 북한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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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