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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자외선·오존 '3총사' 습격…42년 만에 가장 더운 5월

계속되는 5월 폭염에 대구 도심에 때이른 살수차가 등장했다. 28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서 중구청 살수차가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5월 살수차 동원은 올해가 처음이며 폭염주의보, 폭염경보가 내려지면 하루 수차례 도로와 가로수 등 도심 곳곳에 물을 뿌린다.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간 29일 오후 서울시청 부근 도로변.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보도블록 교체 공사를 하는 인부들은 아이스커피와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달래고 있었다. 인부 박모(45)씨는 “보도 바닥에 몸을 숙이고 엎드려 일을 하자니 뜨거운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힌다”고 말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탓에 자외선도 강했다. 이날 낮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는 자외선 지수가 ‘매우 높음(8~10)’으로 나타났다. ‘매우 높음’ 단계는 태양에 노출된 피부가 위험해질 수 있는 수준이다. 오존주의보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연일 발령됐다. 지난 24~29일 닷새 동안만 36건이나 된다.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올 5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18.4도(5월 1~28일 기준)로 평년보다 1.4도나 높다. 1973년 체계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5월 기온으로는 42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더욱이 장마철인 6, 7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이란 기상청 장기예보를 감안하면 폭염은 올여름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폭염·자외선·오존오염의 3중고가 걱정이다. 환경보건전문가들은 "기상·대기오염 예보와 경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행동요령을 잘 익혀야 건강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인도선 날던 새도 폭염에 죽어

기상청은 6월부터 발표하던 폭염특보를 올해 처음 5월부터 발표키로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25일 영남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연속 나타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이 이틀 연속으로 나타날 것이 예상될 때 내려진다. 폭염주의보는 호남과 강원도, 경기북부까지 확대됐다. 봄으로 여겨지던 5월 하순이 여름이 된 것이다. 기상청은 최근의 고온 현상에 대해 "따뜻한 서풍이 불어오는 데다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햇볕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0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더위가 일시 주춤했지만 31일부터 다시 전국의 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며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다.

5월 폭염은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국 45개 관측지점 기준으로 2012년 5월에는 평균 폭염일수가 '0'이었다. 하지만 2013년에는 평균 0.2일, 지난해에는 평균 1.3일을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폭염이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온도를 끌어올리는 엘니뇨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해양대기국(NOAA)은 엘니뇨로 인해 올해 지구 평균기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주와 텔랑가나 주 등 남부지역에서 최근 폭염으로 기온이 48도까지 치솟으면서 1400여 명이 사망한 것도 엘니뇨 탓이란 주장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새들이 죽어서 떨어질 정도로 폭염이 극심하다. 미국 알래스카와 캐나다 서부지역의 경우 5월 기온이 예년보다 10도 이상 웃도는 고온현상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의 입장은 신중하다. 개별 기상 현상과 기후변화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기상청 김현경 과장은 "지난해와 올해 기상 상황을 곧바로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로 탓으로 연결시키기는 너무 이르다"며 "과거 엘니뇨가 발생했던 경우를 보면 한반도의 여름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때 이른 폭염의 바탕에는 지구온난화가 있다는 게 정설이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대도시(서울·강릉·인천·대구·부산·목포)의 연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1911~2010년) 1.8도 상승했다. 올해도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폭염이 4~5일씩 이어졌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기상청의 분석 결과 서울의 경우 1980년대는 여름이 111일이었으나 2000년대에는 118.8일로 8일 정도 길어졌다. 반대로 겨울은 107.4일에서 99.3일로 줄었다.

인구 고령화로 폭염 피해 급증

지난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폭염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가 현재 연간 10여 명에서 2050년에는 134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일사병·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으로 숨진 경우만 따진 것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온열질환 외에도 심혈관·뇌혈관질환이 발생해 사망하거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성균관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정해관 교수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보통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의 질환을 평소 앓고 있던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기온이 상승하면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떨어지게 돼 허혈성 뇌졸중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난달 기후변화건강포럼에서 "폭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과 질병에 따른 건강손실년수(years)를 2011년 국내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사망이 2만5283년(DALY), 심·뇌혈관질환 피해가 2만7211년, 온열질환 피해가 11.8 년으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장애보정 생존년(DALY)'은 조기사망으로 인한 수명 손실과 장애 지속 기간의 햇수를 더한 것이다. 방금 태어난 신생아의 조기사망은 DALY 값이 80, 40세 성인의 사망은 40으로 계산된다. 폭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의 DALY값이 2만5283이라는 것은 70세 노인 2500여 명이 10년 일찍 사망한다는 의미다.

특히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2050년에는 폭염으로 인한 심·뇌혈관질환의 84%가, 온열환자의 90%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에 집중될 전망이다. 현재는 60~70% 수준이다. 젊은 층의 피해는 별로 늘어나지 않는 데 비해 노인층 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의대 박재현 교수는 2011년을 기준으로 폭염에 의한 의료비 부담을 연간 7076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또 2050년에는 1조2563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정부는 현재 제1차 건강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11~2015년)에 이어 2차 대책을 수립 중"이라며 "폭염 대비를 위한 온열질환 예·경보제를 개발하는 등 만성질환자와 노인 등 취약계층을 중점 관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자외선 5~6월이 가장 강해

태양 자외선은 피부가 탄력을 잃게 만들고 잔주름이 생기게 하는 등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강한 자외선은 피부암으로 이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대한피부과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피부암 환자는 연평균 10%씩 늘어나고 있다. 악성 흑색 종을 포함한 피부암 환자가 2009년 1만980명에서 2013년 1만5826명으로 44.1%나 늘어났다.

기상청 허복행 기후변화감시센터장은 “연중 5월 하순에서 6월이 자외선이 가장 강한 시기”라며 “이 시기에는 자외선을 피하고 보는 게 최고”라고 말한다. 7~8월 한여름에는 구름이 많아 오히려 자외선이 약한 반면 5~6월에는 구름이 없고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후변화감시센터에 따르면 여름철 한반도에 내리는 자외선A(파장 315~400나노미터, nm, 1nm=10억 분의 1m)의 복사에너지양은 ㎡당 하루 197kJ(킬로줄, 에너지 단위)로 겨울철 92.3kJ의 두 배가 넘는다. 월별로는 5월이 하루 평균 226.1 kJ로 가장 많다. 또 홍반(紅斑)을 유발하는 등 피부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자외선 구간인 EUV-B는 6월에 에너지가 가장 높다.

최근 성층권의 오존층이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한반도 상공 성층권의 오존 농도도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자외선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허 센터장은 “오존층 파괴물질을 규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 덕분에 성층권 오존층이 회복되는 추세지만 아직은 효과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외선이 강할 때는 ^외출을 피하고 ^실외 활동 땐 자외선차단제를 15분 전에 바르고 ^2시간 간격으로 덧발라야 한다고 권고한다.

2년 새 오존주의보 287회 발령

바람이 잔잔하고 햇빛이 강한 여름 오후에 자주 발령되는 오존주의보가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129회, 2013년에는 158회나 발령됐다. 2005~2012년 사이 발령횟수가 52~102회였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크게 늘었다. 서울의 연평균 오존농도나 6월의 오존 농도를 보더라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성층권의 오존층은 태양 자외선을 막아주는 지구 생명의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지표면 근처에서는 사람 건강을 해치는 오염물질이다. 수돗물 소독에도 사용되는 강력한 산화제이기 때문에 오존에 노출되면 눈·호흡기가 따가워진다. 만성 호흡기 질환에 걸리고 천식·폐기종이 악화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조기사망으로 이어진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영향 연구' 보고서(2012년)를 통해 "1999~2009년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오존 농도가 0.01ppm 증가하면 하루 사망위험이 0.79~1.12% 증가했다"며 "오존 농도가 똑같이 상승해도 기온이 높을 때에는 사망발생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오존 오염 급증과 관련해 대기분야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오염 탓도 있지만 중국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배출량 감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농도가 최근 다시 증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외국어대 환경학과 이강웅 교수는 “중국과는 거리가 가까워 오존 생성의 원료가 되는 질소산화물 등이 곧바로 들어온다”며 “요즘처럼 폭염이 있을 때 서풍 계열의 바람을 타고 중국 오염물질이 들어오면 오존 농도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오염물질이 국내 오존오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부에서는 모델분석을 통해 30% 정도 기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도시에 바람길을 만들고 숲을 조성해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시키면 오존 등 대기오염도 줄이고 폭염 피해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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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