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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백발백중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2t짜리 어뢰 24발 장착 … “한 방에 배 한 척 격침”

미국 해군이 신형 핵잠수함의 내부와 탑재무기를 한국 언론에 공개했다. 베일을 걷은 핵잠수함은 미 태평양 함대 소속 ‘미시시피 SSN-782’함이다. 지난 2012년 6월 진수(進水)식을 하고 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하와이 진주만(Pearl harbor)에 배치된 따끈따끈한 최신형이다. 한 척에 20억 달러(약 2조2100억원)짜리다.

 지난 21일 오후 3시 진주만의 태평양 함대기지. 배수량 7800t급의 ‘미시시피 SSN-782’함이 정박해 있었다. 길이 100m가 넘고, 높이는 3층 건물(9.3m)만 했다. 얼마 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실험을 한 북한의 신포급 잠수함(67m, 2000t급)보다 두 배 가까이 길고, 배수량은 네 배다. 미 핵잠수함은 원자로로 가동하는 데다 미사일발사대(VLS) 같은 각종 장비를 싣고 있어 덩치가 클 수밖에 없다. 잠수함이 크면 그만큼 탑재할 수 있는 무기도 많다.

 미국이 전략무기 중의 전략무기인 핵잠수함 내부를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하와이 현지에서 만난 한국 외교관들은 “북한의 SLMB 발사실험 이후 핵잠수함을 공개하는 게 전쟁 억지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핵으로 추진되는 미 해군의 주력 잠수함인 버지니아급 미시시피함. 한 척을 건조하는 데 드는 비용이 20억 달러로 약 2조21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하와 이 진주만에 배치된 신형 핵잠수함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뢰와 ‘인디언 도끼’ 장착한 핵잠수함=핵잠수함 내부 견학은 함장 마이클 러케트 중령이 직접 안내했다. 잠수함에 탑승한 취재진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언론진흥재단과 주한미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한·미 안보포럼’ 참석 멤버들이었다.

 잠수함 맨 아래층인 3층에 어뢰실이 있었다. 모두 24기의 어뢰를 저장하고 있는 곳이다. 언제라도 튀어나갈 수 있게 발사관에 장착된 초록색과 오렌지색 어뢰 4기가 눈에 들어왔다. 길이 6m, 무게 2t의 중(重)어뢰였다.

① 미시시피함 지휘소 내부. 소나(음향탐지기) 등의 장비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함장인 마이클 러케트 중령이 기기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② 어뢰실 내부. 어뢰가 양쪽으로 두 기씩 발사관에 장착돼 있다. 총 24기가 탑재돼 있다. ③ 네이비실 요원들이 특수작전을 위해 드나드는 장소. ④ 잠수함 내부로 들어가거나 지하 1~3층을 오르내리려면 사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⑤ 성인 두 명이 지나다니기 어려운 좁은 복도. 출입문 등엔 소음을 경계하는 문구 등이 붙어 있다.
 - 어뢰가 발사되면 속도가 얼마나 되나.

 “토피도(어뢰)의 속도는 말 못한다. 다만 충분히 빠르다.”

 그는 말을 흐렸지만 미 해군 주력 어뢰의 최대 속도는 40노트(선박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 시속 74.08㎞) 정도라고 한다. 최근엔 50노트(92.6㎞/h)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개량했다는 말도 있다. 코끼리 정도의 몸체가 수중에서 시속 100㎞에 가까운 속도로 돌진해 부닥치면 어떻게 될까.

 - 어뢰의 파괴력은.

 “글쎄…. 한 방에 배 한 척(One shot, One ship)!”

 조금 뜸을 들인 뒤 빙긋 웃으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방에 배 한 척…. 아, 천안함!’

 - 북한이 얼마 전 SLBM 발사실험을 했다. 북한 잠수함 능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미 해군을 대표해서 얘기할 수는 없다.”

 그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은 ‘북한 잠수함? 그게 우리랑 비교가 되겠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그는 웃음을 멈추며 “우리가 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의 자신감엔 이유가 있었다. 물속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잠수함 어뢰도 가공할 만한 무기이지만 미시시피함이 탑재한 주력무기는 ‘토마호크’다. 토마호크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전투용 도끼에서 따온 말이다. 이젠 미군의 힘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2011년 리비아 공습 때 124기의 토마호크를 퍼붓고 전쟁 시작을 알린 것처럼 미국은 잠수함 등에서 적의 주요 타깃을 토마호크로 먼저 때린 뒤 개전한다.

 ◆SLBM 대 SLCM=토마호크는 크루즈(순항)미사일이다. 인공위성으로 표적까지의 지형을 촬영해 미사일의 전자계산기에 기억시켜 두면, 미사일이 비행하면서 입력된 지형과 실제 지형을 대조하면서 궤도를 수정해 나아가 목표물을 명중한다. 이런 ‘지형대응유도 방식’으로 크루즈미사일은 백발백중을 자랑한다. 지상 수m 높이로 저공비행할 수도 있고, 표적을 우회해서 공격할 수도 있어 방공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다.

 크루즈미사일은 공중에서 발사할 수도 있고, 잠수함에서 쏠 수도 있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을 SLCM(Submarine-Launched Cruise Missile,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이라고 한다. SLBM과 SLCM의 차이는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과 ‘크루즈미사일’(CM)의 차이다. 탄도미사일은 인공위성 발사 때처럼 대형 로켓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목표 지점에 낙하하는 방식의 미사일이다. 대기권 밖에서 고속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요격이 극히 힘들고, 초장거리 타격이 가능하다. 둘을 평면비교하긴 어렵지만 파괴력은 탄도미사일이, 정확도는 크루즈미사일이 낫다.

 한반도 유사시 SLCM은 북한의 주요 전략 목표물을 때리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말한다. SLCM이 SLBM을 얼마나 억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현 상황에선 핵심 전략무기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미시시피함 정도의 핵잠수함엔 보통 수십기가 실린다고 한다. 그 SLCM이 미시시피함에 실려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볼 순 없었다.

 ◆“펭귄부터 북극곰까지 다 관할한다”=미시시피함이 배속된 태평양 함대는 미 태평양 사령부 예하다. 태평양 사령부는 지구 표면의 약 52%가 작전지역이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과 베트남 간 영토 분쟁,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중국 간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영토 갈등, 인도-파키스탄 분쟁, 태국과 필리핀의 반정부 폭력 사태에서부터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홍수·태풍·지진 사태까지 관할한다. 사령부에서 만난 영관급 장교는 “우리는 펭귄에서부터 북극곰까지 다 관할한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이를 위한 핵잠수함의 작전 범위가 미국 해군 홈페이지에 정리돼 있다.

 ‘▶미사일 수직발사대와 어뢰 발사관을 통한 은밀한 공격 ▶어뢰 등을 활용한 대잠수함 작전(적 잠수함 침몰, 진행 방해) ▶전자감지장치와 통신설비를 통한 첩보 수집·감시 및 정찰 ▶기뢰 부설 ▶수색과 구조, 정찰, 사보타주, 견제공격(diversionary attacks) 등의 특수작전’ 등이다.

 특수작전 가운데 ‘사보타주’는 적의 사용을 막기 위해 장비나 운송시설 등을 고의로 파괴하는 방해작전이다. 견제공격은 아군의 공격 방향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다른 목표 지점을 공격해 적의 방어 중점을 전환시키는 작전이다. 미시시피함에서 이런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어뢰실을 나와 좁은 복도로 이동하는 동안 ‘Silence is victory(침묵이 승리다)’라는 문구가 곳곳에 보였다. 잠수함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숙함’이다. ‘소음=발각=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록 아웃(Lock out) 트렁크’라는 푯말이 붙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둥근 철문이 열려 있었다. 네이비실(미 해군특수부대) 요원들이 특수작전 수행을 위해 들고나는 장소였다. 네이비실 요원이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면 문을 닫고 내부에 물을 채워 바깥으로 내보낸다. 2011년 5월 1일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에 성공한 뒤 “제로니모(미군이 붙인 빈 라덴의 암호명), 적 사망(Enemy Killed In Action)!”이라고 타전했던 네이비실 요원들도 저런 곳을 드나들었을 것이다.

 미시시피함은 이런 특수작전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낮은 수심의 연안에서도 잠항이 가능하다. 작전 나간 요원들을 데려올 새끼잠수함까지 탑재하고 있다.

 네이비실 요원들은 평시엔 어뢰실의 발사레일 등을 치운 널찍한 공간에서 숙식과 운동을 하며 지낸다고 한다.

 ◆핵잠수함에 삼성전자 TV가=잠수함을 움직이는 지하 2층의 지휘소(Commanding Room)도 둘러봤다. ‘잠수함’ 하면 연상되는 ‘잠망경’이 없었다. 일행 중 한 명이 “왜 잠망경이 없느냐”고 묻자 데니스 밀슴 부함장이 “이제 그런 건 없다. 잠망경 대신 디지털카메라를 장착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게 디지털화했다는 함장의 설명대로 지휘소엔 컴퓨터 모니터와 각종 기계들이 오밀조밀했다.

 정면 잠수함 조종 모니터엔 ‘rudder(방향타), stern planns(잠항타), masts(돛대), steering mode(조종장치), diving mode(잠수장치)’ 등의 글자와 상태가 표시돼 있었다. 모니터는 손으로 접촉해 입력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 화면이었다. 모니터 아래엔 조이스틱(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레버)이 달려 있었다. 스틱을 앞으로 밀면 대형 잠수함이 더 깊숙이 잠수하고, 뒤로 당기면 잠수함이 위로 뜬다고 한다. 100m가 넘는 몸체의 잠수함은 수중에서 25노트(시속 46.3㎞) 속도로 나아갈 수 있다. 통제실 양쪽 벽면은 소나(음향탐지기)와 적 탐지 및 무기 발사 모니터로 빼곡했다.

 미시시피함에는 137명의 승조원이 근무하고 있다. 러케트 함장은 “미 해군에서 상위 10%에 드는 인력”이라고 소개했다. 전원 군 경력 6년 이상의 부사관 이상으로, 잠수함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경력 8~12년의 숙련병이라고 했다. 함장 자신은 21년 동안 5개의 핵잠수함을 번갈아 탔다고 한다. 유일한 휴식 공간인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사뿐 아니라 미팅도 하고, 영화도 함께 보는 식당 벽면에 걸린 TV가 삼성전자 제품이었다.

 - 물과 공기 공급은 어떻게 하나.

 “(핵 원자로를 통해) 물도 만들어 먹고, 산소도 만들어낸다. 음식만 있으면 평생 물 위에 떠오르지 않아도 된다.”

 한국이나 북한이 소유한 잠수함은 핵 추진 방식이 아니라 디젤기관 추진 방식이라 주기적으로 떠올라 공기를 공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핵잠수함은 먹을 것만 있으면 모든 걸 자체 해결할 수 있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잠항할 수 있다. 핵잠수함의 무서운 점이다.

 - 한 번 작전하는 데 얼마씩 잠수함을 타나.

 “56일간 계속 잠수함에서 지낸 적이 있다.”

 - 그렇게 오래 있다 보면 병은 안 걸리나.

 함장이 대답을 머뭇거리자 곁에 섰던 사병 한 명이 “홈 식(home sick)”이라며 대답을 가로챘다. 하긴 향수(鄕愁)야말로 토마호크로 잡을 수 없는 적이다.


[S BOX] 핵잠의 진화 … 세계 최초 노틸러스에서 영화 ‘크림슨 타이드’의 오하이오까지

세계 최초의 핵잠수함은 미국의 노틸러스호(1954년)다. 1870년 프랑스의 작가 쥘 베른이 쓴 『해저 2만리』라는 소설 속 노틸러스호에서 따온 이름이다. 핵잠수함 노틸러스호는 북극의 만년빙을 지나 북극점에 도달하는 등 맹활약을 하다 80년에 퇴역했다. 일반 디젤잠수함이 물 밖으로 자주 얼굴을 내밀고 스노클링을 하면서 숨을 쉬어야 하는 ‘물개’라면 핵잠수함은 장기간 잠수할 수 있는 ‘상어’다. 노틸러스호 이후 미국은 비약적인 핵잠수함 건조능력을 확보했다.

 미국의 핵잠수함은 ‘공격형 핵잠수함’(SSN)과 ‘전략형 핵잠수함’(SSBN) 두 종류가 있다. SSN에서 ‘SS’는 ‘빠른 공격형 잠수함’을, ‘N’은 ‘핵 추진’을 의미한다. 미 해군은 홈페이지에 “SSN은 세계에서 가장 고성능에 소음이 적은 핵잠수함”이라고 평가해놓았다.

 미국은 SSN의 주력을 구형 LA급(6000t급)에서 신형 버지니아급으로 교체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미시시피 SSN-782’함은 버지니아급이다. 버지니아급은 현재 14척이 실전배치됐으며 30여 척을 추가로 건조 중이다. 미시시피함은 9번째 버지니아급 잠수함이다.

 SSBN은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5개국에서만 운용하고 있다.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잠수함(1만9000t급)은 전략핵잠수함의 간판이다. 사상 최대의 잠수함인 러시아의 타이푼급 잠수함(2만6000~4만8000여t)이 등장하기 전까진 세계에서 제일 큰 잠수함이었다. 95년 개봉된 진 해크먼 주연의 영화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에 등장하는 앨라배마호가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다.

하와이=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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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