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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쓴 야, 끌려다닌 여 … 연금개혁 458일 정치가 안 보였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중앙홀에서 열린 제67주년 국회 개원 기념식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새벽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제헌국회 개원식은 1948년 5월 31일 열렸으며 초대 의장에 이승만 박사가 선출됐다. [김경빈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29일 오전 3시50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가결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세 번 두드렸다. 본회의장을 메운 246명의 의원들은 조용했다. 지난해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처음 말을 꺼낸 지 458일 만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여야는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을 일제히 “사회적 대타협의 결과”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권의 적나라한 민낯이 드러났다.

 애초 공무원연금 개혁에 시동을 건 쪽은 청와대였다. 박 대통령이 개혁 과제를 직접 던졌고, 결집된 공무원의 표심을 두려워하는 정치권이 망설일 때 지난 3월 17일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개혁을) 앞으로 영영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절박하다”고 호소한 것도 박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회를 직접 찾아 설득하는 정치를 하지 않고 훈수를 뒀다”(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학 교수). 청와대는 여야가 지난 2일 합의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문구’를 넣자 “분명한 월권”이라거나 “먼저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비판만 했다. 김형준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의료개혁 과정에서 여야 대표뿐 아니라 국민을 만나 직접 설득했다”며 “박 대통령은 국민과 대화한 적도,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을 부른 적도 없고, 야당 대표를 한 번 만났을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 유승민·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뛰어난 문제해결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본질과 무관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기초연금 확대→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건의안→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국회법 개정을 잇따라 협상에 연계시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검찰의 ‘별건수사’ 관행을 비판해온 야당이 이번에 ‘별건협상’으로 떼쓰는 걸 보니 별건수사 못지않더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소득대체율 50%’ 문구를 야당의 요구대로 일단 실무기구 합의안에 넣어준 뒤 실제 사회적기구에서 국민연금을 논의할 때는 50% 문구를 무시하는 꼼수를 쓰려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누리당은 또 국회가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면 정부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놓고 “‘처리’에는 요구를 거절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앞뒤가 안 맞는 해명을 했다.

 앞으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기구가 구성되면 공무원연금 가입자(160만 명)의 13배에 가까운 2000만 명이 이해당사자가 되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하게 된다. 김상균 서울대(사회복지학) 명예교수는 “2007년 국민연금 개혁을 시작으로 기초연금·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며 “앞으로는 이번 개혁을 반면교사로 삼아 논의의 실패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허진·정종문 기자 bim@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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