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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쉰 넘은 중년의 편지 “여보, 왜 눈물이 나지”

한 평의 남자
왕상한 지음, 은행나무
308쪽, 1만2000원


오십 넘은 남정네의 넋두리가 쫀쫀하다. “남자의 눈물에는 길이가 없다”며 손수건 쌓아놓고 미주알고주알 한다. “세상은 나이든 남자들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를 내주는 것에 매우 인색하다”(5쪽)는 전제부터가 이 책의 어깨를 축 처지게 만든다. 여간해서 듣기 어려운 어른 남자의 내면, 그 ‘두려움과 외로움의 커밍아웃’이 신통하고 신기하다.

 왕상한(52) 서강대 법대 교수는 ‘나, 울 줄 아는 남자’라고 고백한다. ‘여보, 나도 말 좀 하자’고 부탁한다. 아내가 돌아누운 남편의 어깨에 감춰진 말, ‘밤에 지는 장미’를 읽어주길 바란다. 한번쯤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다고 읊조린다. 이리 밀리고, 저리 차이는 50대의 설음을 동병상련의 손길로 다독인다. 조퇴(早退), 반퇴(半退) 시대를 어찌 넘길까, 수심에 찬 동시대 남자들에게 왕 교수는 축축한 손을 내민다.

 “오랜만에 긴 호흡으로 오래 묵은 친구에게 보낼 편지를 다 쓴 기분이다. 우리에게 남은 인생의 파도를 함께 넘을 친구에게 나도 겪고 너도 겪은 아픔이 담긴 얇지 않은 편지를 띄운다.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숨 쉴 수 있는 공간 한 평이 남아 있다면 언제든 거기서 다시 처음처럼 시작할 수 있노라는 얘기를 담아서.”(19쪽)

 책 제목 ‘한 평의 남자’는 부정과 긍정의 두 겹 의미였다. 이 시대 남자들이 집안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곤 ‘제 몸 하나 뉠 수 있는 한 평(坪)뿐 아닐까’ 묻다가 그 한 평에서 인생을 다시 건너가 보자는 희망을 불어넣는다. “버티는 삶, 그것은 이미 너무 오래 하지 않았나?” 자문하고, 나이 많은 소년으로서 그 호기심을 다시 살게 될 새로운 인생에 적용해보자며 용기를 북돋운다.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의 지혜에 남녀가 있겠는가.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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