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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귀신 들린 방 … 재수 없이 죽은 한 남자 …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이장욱 지음, 문학과지성사, 292쪽, 1만2000원


시인도 겸하는 이장욱(47)씨가 5년 만에 선보인 소설집이다. 시·소설 겸업은 더러 있지만 이씨처럼 양쪽 모두에서 알뜰하게 문학성을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 소설집 역시 그런 이름값에 걸맞는 것 같다.

 소설집에 실린 8편의 단편은 단순히 ‘사건 전달’에 몰두하지 않는다.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들기보다 가령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같은 인생의 근원적인 질문들을 슬쩍슬쩍 떠올리며 읽게 된다. 독자의 그런 독서는 아마 이씨가 의도한 것일 게다. 인생과 세상의 본질에 대한 모색과 성찰이 소설집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그렇다고 작품집이 인생론적 교훈이나 윤리적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결론 없이 모호하게 마무리되는 단편이 대부분이다.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은 가스불이 멋대로 저절로 켜지고 뜨거운 물을 쏟아내곤 하는 귀신 들린 방이 나오는 호러 소설, ‘어느 날 욕실에서’에는 자기 집 욕실에 느닷없이 죽은 지 오래된 여성 시체가 나타났다고 믿는 과체중 남성이 등장한다.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이 오히려 흥미롭게 읽힌다.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칠레의 세계’일 것 같다. 탤런트 출신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다 결국 만취한 상태에서 정신 병력 있는 막노동꾼의 칼에 찔려 인생을 마감하는 사내의 이야기다. 그런 줄거리를 핑계 삼아 이씨는 묻는다. 사람의 운명은 우연적인가, 아니면 필연적인가. 다시 말해 인생은 뿌린 대로 거두는 인과응보의 세계인가 아니면 운에 따라 좌우되는 불가항력의 세계인가. 정답 없는 그 문제에 대답을 시도하는 게 독자들의 몫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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