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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어느 날 떨어진 해고 명령, 회사에 충실했는데 …

고전은 읽고 싶은데, 글자가 빽빽한 책장을 펼치면 절로 눈이 감깁니다. 세간의 화제인 아들러 심리학에 관심 있지만 마음 먹고 공부하자니 부담이 앞섭니다. 중앙일보과 교보문고가 함께 하는 ‘이달의 책’에서 이런 분들을 위해 그림과 함께 보는 고전문학·인문교양서를 골랐습니다.

  그림과 지식의 행복한 만남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그래픽노블로 새롭게 쓴 세계문학전집이 출간 중이고, 만화로 과학·철학·역사를 배우는 시리즈도 인기를 끌고 있죠. 그림이 함께 하면 지루하지 않고, 이해도 쉬워집니다. 전문가들이 꼽는 교양만화 추천작도 함께 소개합니다.


송곳(1~3권)
최규석 지음, 창비
각 권 248·224·204쪽, 각 권 1만1000원


마치 송곳처럼 예리하게 파고든다. 『송곳』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일하는 사람에게는 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최규석이 2013년 12월부터 네이버 웹툰에 연재한 작품으로 한국 사회 노동 현실을 담았다. 헌법에 있지만 현실에서는 거리가 느껴지는 노동 3권에 대한 문제점을 파고든다.

 이야기의 배경은 외국계 대형 마트 ‘푸르미’다. 푸르미의 이수인 부장은 어느 날 갑자기 마트 종업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부당해고는 불법”이라는 말을 삼키지 못해 직장 안에서 ‘송곳’처럼 튀어나오게 된 수인은 노동운동가 구고신을 만나게 된다. 작가는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네 노동 현실을 풍자한다. 또한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을 다르게 보는 이중적인 세태를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전형적인 영웅 캐릭터가 아니다. 오히려 조직생활에 충실하고 회사를 위해 희생해온 보통 사람들에 가깝다. 그들은 자주 무능하고 가끔 무모하며 지나치게 경직되었거나 적당히 비겁하기도 했다. 그저 빼앗기면 화를 내고 맞으면 맞서서 싸우는 인간일 뿐이다. 책의 표현을 빌리면 “착하고 순수한 인간 말고 구질구질하고 시시한 그냥 인간.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인간”이다. 작가는 이들이 미세하게 선동되고 움직이는 과정을 그려냄으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2002년 대형 마트 까르푸에서 벌어진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따왔다. 최 작가는 작품을 위해 2008년부터 현장을 취재하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했다. 장기간의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한 생생함과 디테일이 돋보인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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