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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그림으로 보니 더 섬뜩하네 … 돼지 나폴레옹

고전은 읽고 싶은데, 글자가 빽빽한 책장을 펼치면 절로 눈이 감깁니다. 세간의 화제인 아들러 심리학에 관심 있지만 마음 먹고 공부하자니 부담이 앞섭니다. 중앙일보과 교보문고가 함께 하는 ‘이달의 책’에서 이런 분들을 위해 그림과 함께 보는 고전문학·인문교양서를 골랐습니다.

  그림과 지식의 행복한 만남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그래픽노블로 새롭게 쓴 세계문학전집이 출간 중이고, 만화로 과학·철학·역사를 배우는 시리즈도 인기를 끌고 있죠. 그림이 함께 하면 지루하지 않고, 이해도 쉬워집니다. 전문가들이 꼽는 교양만화 추천작도 함께 소개합니다.


『동물 농장』 출간 50주년에 랠프 스테드먼(79)이 그린 삽화 중 하나. [사진 책세상]

일러스트 동물 농장
조지 오웰 지음, 랠프 스테드먼 그림
장석복 옮김, 책세상, 204쪽, 1만3000원


땀흘려 일한 결실을 늘 인간에게 빼앗기던 동물들이 하루 아침에 농장주를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는 감격에 동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한다. 헌데 뭔가 이상해진다. 일찌감치 글을 익혀 지도자로 부상한 돼지 나폴레옹은 친위세력을 앞세워 특권층으로 변해간다. 그에 따라 역사도 변조된다. 나폴레옹과 이견을 보인 돼지 스노볼은 농장에서 추방당한 뒤, 인간에 맞섰던 영웅에서 인간의 첩자로 격하된다. 동물들의 삶은 좀체 나아지지 않는다. 기다리는 건 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1945년 펴낸 『동물 농장』은 이처럼 동물에 빗댄 정치우화이자 풍자소설이다. 특히 구 소련 스탈린 정권을 독하게 비판했다. 돼지 나폴레옹과 스노볼의 모습에선 스탈린과 그 경쟁자였던 트로츠키가 쉽게 떠오른다. 이는 오웰이 겨냥한 바다. 앞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그는 현지 트로츠키파 사회주의자들이 소련의 숙청 바람과 함께 동지들에게 뒤통수 맞는 처절한 현실을 보고 스탈린 정권의 잔혹한 실체를 진작에 주목했다.

  스탈린의 시대는 갔지만, 전체주의에 대한 오웰의 정교한 풍자와 비판은 생생하게 다가온다. 현대의 고전으로 꼽힌지 오래다. 무엇보다 이 책이 탐나는 건, 빼어난 일러스트 덕이다. 출간 50주년을 기념해 1995년 랠프 스테드먼이 그린 것이다. 스테드먼의 기괴하고 신랄한 그림체는 강렬한 풍자와 최적의 조합을 이룬다. 혁명의 구호가 누구도 모르게 조금씩 변질되고, 인간의 위협을 빌미 삼아 다른 동물을 몰아붙이던 돼지들이 인간을 흉내내는 충격적 전개를 손에 잡힐 듯 포착했다.

  부록으로 실린 오웰의 두 가지 서문도 강렬하다. 특히 ‘언론의 자유’란 제목이 붙은 첫 번째 서문엔 이 소설을 출간하기까지 겪은 어려움, 영국 사회와 지성인들에 대한 맹공격이 담겼다. 당시 영국 정부에게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함께 싸운 동맹국이었다. 좌파들에겐 러시아 혁명을 성공시킨 나라이기도 했다. 그런 시대에 동맹국 지도자를 독재자 돼지로 풍자하고 혁명의 타락을 비판한 이 소설은 여러 출판업자에게 거절 당했다. 오웰은 이렇게 썼다. ‘가장 불길한 사실은 검열이 대체로 자발적으로 행해진다는 것이다(…)불편한 사실들은 공식적으로 금지할 필요도 없이 어둠 속에 묻혀 버린다.’ 지금 시대에도 아주 유효한 고발이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민주주의의 적을 쳐부수려는’ 사람들이 결국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전체주의를 비판한 대목 역시 귀가 기울여진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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