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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여자의 성공을 두려워하는 남자

김형경
소설가
사석에서 한 40대 여성이 물었다. “남자들은 왜 여자의 성공을 두려워할까요?” 일반화할 수는 없는 명제지만 심정적으로 많은 이가 동의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질문한 여성은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일이 잘 풀려 남편보다 큰 성취를 이루게 됐다. 그때부터 부부 사이에 균열이 생겼고, 봉합되지 못한 갈등이 커져 결국 이혼에 이르렀다.

 남자는 여자의 성공뿐 아니라 모든 타인의 성공을 싫어한다. 남자는 세상을 경쟁 구도로 파악하고, 살아가는 동안 늘 누군가와 경쟁한다. 친구도 경쟁 상대가 될 만해야 상대하고, 놀이도 경쟁 요소가 있어야 흥미를 느낀다. 심지어 남자는 경쟁 상대와 함께 경쟁 현장에 있을 때만 생의 에너지가 생기는 듯 보인다. 그런 남자의 인식 속에 경쟁 상대란 오래도록 자기와 동등한 남자만을 의미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날 때 남성 우월적 인식을 가진 어떤 남자는 여자와 경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존심 상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남자는 여자가 사회에서 경쟁을 끝내고 돌아갔을 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대상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가정에서 아내의 보살핌을 받으며 경쟁에서 다친 심신을 회복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갈 힘을 얻고 싶어 한다. 아내가 일을 갖는 순간 남편은 아내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듯한 소외감을 느낀다. 아내가 돈을 벌면 가정의 패권을 두고 아내와 다투는 느낌을 갖게 되고, 아내가 일에서 성공하면 상대적 열패감까지 안게 된다.

 남자가 여자에게 돌아가 쉰다는 말 속에는 성적 소통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 남자는 언어 대신 행동으로, 그중에서도 성적 행위로 긴장된 심신을 이완시키고 친밀감을 표현한다. 그러한 남자의 성 기관은 여자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하게 마음과 직결돼 있다. 아내에게 생활비를 주면서 큰소리칠 수 있을 때는 성 기관이 잘 작동하지만 아내에게 경쟁심이나 위축감을 느끼면 성 기관 작동에 오류가 생긴다. 그런 이유에서도 남자는 아내가 온전히 자신의 권력 아래 통제받는 존재로 남기를 바란다.

 이런 이야기는 가부장제 흔적이 몸에 배어 있는 중년 이상 남자들의 일일지도 모른다. 요즈음 젊은 남자들은 아내가 돈을 많이 벌수록 좋고, 아내의 성공을 지지해줄 용의가 있다고 말한다. 세대 차이가 아니라 개인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내면의 경쟁심이나 열패감을 성숙하게 처리할 줄 모르는 남자만이 아내의 성공을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자기 문제를 아내에게 투사하면서.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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