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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 ‘잔혹 동시’와 잔혹한 현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여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고백하건대 나는 사교육의 힘으로 특목고에 다녔고 대학교까지 합격한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 지방에서 사교육으로 유명한 서울의 한 동네로 전학을 온 나는 그때부터 정말 많은 학원에 다녔다. 한 과목을 위해 동시에 두 개의 학원도 다녀봤고, 보통 남들이 다니지 않는 과목의 학원도 다녀봤다. 적어도 내게 학원에 가는 건 누구나 다 하는 매우 자연스러우며 보편적인 일상이었다.

 물론 내게도 학원 가기 싫은 날은 있었다. 특히 초등학생 시절엔 다른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러 다닐 때 나 혼자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죽도록 싫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혼자 울었다. 부모님께 이렇다 할 반항도 하지 못하고 울면서 수학 문제를 푼 기억이 있다. 문제집의 몇몇 페이지는 눈물에 젖어 종이가 부풀어 있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그 현실은 잔인했다. 요즘은 일곱 살 어린 남동생이 내가 겪었던 것을 그대로, 아니 더 심하게 겪고 있다. 동생이 힘들고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나중에 성공하려면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나는 정말 못난 누나다.

 최근 한 초등학생이 쓴 동시집이 ‘잔혹 동시’ 논란을 일으키며 전량 파기되는 일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학원 가기 싫은 날’이란 시는 ‘사이코패스 같다’란 비난까지 받으며 논란이 됐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이 시집의 출판이 적절했는가 등에 대한 논의가 아니다. 이 시에서 나타나는 잔혹한 표현은 그 또래 아이들의 잔혹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요즘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에게도 현실은 ‘잔혹하다’고 묘사되기에 충분하다. 5포세대라 불릴 만큼 많은 것을 포기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대한민국 청춘의 현실은 단순히 아픈 것 이상이다.

 하지만 ‘내 코가 석 자’라는 말처럼 눈앞에 닥친 현실이 너무 어두운 나머지 다른 세대의 아픔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특히 지금의 어린이, 청소년들과 가장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세대다. 기성세대보다는 개선된 교육 제도와 환경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대신 엄청난 사교육과 피 튀기는 입시 경쟁을 체험하거나 목격했다. 그런데도 이미 입시 지옥에서 탈출했기에 새로운 지옥문에 입성했다는 핑계를 대면서 우리가 지나왔던 가시밭을 그대로 걷고 있는 아이들을 무신경하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모르겠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만이 어린아이들에게 잔혹하지 않은 미래를 선물해줄 수 있는데도 말이다.

글=김여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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