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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어머님이 누구니’

양성희
논설위원
물론 나도 그런 말을 할 때가 있다. 바라만 봐도 절로 미소 짓게 되는 김연아 선수 같은 이들을 보면 ‘부모님이 누구니’란 말이 자동으로 나온다. ‘자식농사’ 잘 지은 분들이 부러운 것이다. 그간 그 부모님이 들인 공로에 박수쳐 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건 경우와 정도가 좀 다르다.

 한창 인기인 박진영의 노래 ‘어머님이 누구니’ 얘기다. 스포츠센터에서 젊은 여성의 굴곡진 몸매에 꽂힌 남자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어머님이 누구’냐고 묻는 노래다. “허리는 24, 힙은 34” “앞에서 바라보면 너무 착한데 뒤에서 바라보면 미치겠어” 이른바 ‘골반미인’에 대한 성적 취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수컷의 욕망을 거침없이 발산하는 것으로 대중의 사랑을 얻어온 박진영다운 곡이다.

 남성중심적 외모지상주의의 극단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노래는 인기 가도를 달린다. 커버(따라 하기) 댄스 영상이나 패러디물이 잇따른다. 한 시상식 무대에서 과감한 의상으로 등장한 탤런트 김사랑은 함께 나온 박진영에게 “왜 제 어머니가 누군지는 안 물어보시냐”고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가사다. 여자의 몸매에 홀린 남자는 통상 노래들처럼 상대의 이름을 묻는 대신 어머님이 누구냐고 묻는다. “어머님이 누구니? 도대체 어떻게 널 이렇게 키우셨니?” 후반부 랩에서 여성 래퍼 제시는 대꾸하듯 말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Got it from my mama, 동양적인 눈마저도 엄마에게 받아.”

 여자의 몸매를 품평하면서 정작 관심은 상대 여성을 지나 그 어머니를 향한다? 이처럼 멋진 몸매라는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주고, 다이어트와 운동 등으로 그것을 유지·관리시켜준 어머니야말로 이 몸매의 일등공신이라는 얘기다. 유전 형질에 대한 거리낌 없는 찬양, 그리고 스펙 관리의 종결자로서 어머니상. 이것이 이 노래가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이 시대의 사회적 징후 아닐까.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사교육 시장에서 불문율처럼 돌아다니는 말들이 떠 올랐다. ‘명문대 진학의 3대 조건은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라든지 ‘엄마가 자식을 얼마나 잘 빚느냐에 따라 특목고, 대입, 사시 합격까지 가능하다’는 등. 자고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머니는 아이를 ‘빚는’ 사람, 스펙 관리의 종결자, 혹은 할아버지로 상징되는 사회적 신분(당연히 유전자 포함)의 계승자라는 것이다. ‘어머님이 누구니’라는 질문이 심상치 않게 들리는 이유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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